나를 생각해
이은조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5월
품절


나에게 아버지는 미완의 시다. ‘아버지’하고 부른 후에 어떤 말도 쓸 수가 없다.-40쪽

- "말이 잘 통한다는 건 어떤 거죠?"
"…그 사람을 기다려줄 수 있다는 뜻이죠. 얘기하고 싶고 같이 있고 싶으니까. 우린 서로를 기다릴 자신이 있어요…."
사랑인가요? 묻지는 않았다. 왠지 그것은 내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외딴 산골의 살얼음이 얼린 저수지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이따금씩 강태공들이 몰래 숨어 들어와 월척을 낚는 곳의 신비함, 모두에게 알려 주었지만 정작 가는 사람은 극히 드문 그곳의 여운이 아른거렸다.-45쪽

"오해하는 남자는 이해시키면 되고 이해 못하는 남자는 기다려주면 되죠." -88쪽

왜 항상 우리는 상대보다 더 많은 걸 주고 더 많은 걸 실망하게 되는 것일까. 나의 오랜 친구는 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너이기 때문에 네가 실망스러운 거라고. -200쪽

- "세상에 어떤 사람들은 술로 밥을 벌기도 하지요. 그러니 흐트러져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술은 막강한 생산력을 갖고 있고 저와 팀원들에게는 지금 이 시간이 업무 시간인데 술을 즐기지 않을 수 없지요. 세상에 없는 다이아몬드를 가져다 주겠다고 집사람에게 능청을 떤 적이 있어요.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그런 말도 못했을 테고, 결혼도 못했을 겁니다. 어떤 사람은 비웃겠지요. 그렇게 나약하고 낭만만 있어서 세상 어떻게 살겠냐. 그런데 말입니다. 나약한데도 나를 고치지 못하고 살아가는 비애에 대해서는 아무도 위로 아니, 말하지 않더란 말입니다…." -209쪽

"…사랑보다 더 강렬한 건 나의 이력서라고요, 그죠?" -221쪽

"…승원과 연애를 시작했을 무렵, 그는 카페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열심히 들려주었다. 통과의례 같은 서로의 사용설명서들, 부풀려진 추억들이었다…" -231쪽

...아무도 아버지 웃음을,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언제부터 사라지게 된 것일까. 아버지에게는 아버지만의 언어가 있다. 나는 간신히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지만, 언니나 엄마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아버지가 애써 ‘지우개’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지우개를 듣지 못한다. 아버지가 ‘낙엽’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낙엽이라고 듣지 못한다. 깡통, 고양이라고 잘못 듣고 엄마와 언니는 아버지를 곁눈질하거나 뜬금없다며 툴툴거린다... -251쪽

‘연극을 보러가자’가 아니라 ‘연극이나 볼까’라는 말을 들을 때도 연인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은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하나의 문장에서 온전한 목적어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는 건 슬픈 일이었다. 모든 것의 주어가 되었을 때 기쁘지만은 않은 것처럼. -276쪽

기어코 글이 나를 세상에 떨어뜨렸다. 글을 놓지 않는 한, 글이 나를 끄집어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없이 가볍고 어렸다. 세상이 나를 쓰는 사람으로만 봐주기를 바랐다. 고백하건대 어중간한 자리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작가는 스스로를 유폐시켜야 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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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품절


미국인들은 인생을 심각하지만 가망 없진 않다고 믿는다. 그 반면 영국인들은 인생을 가망 없지만 심각하진 않다고 믿는다. -47쪽

영국인들은 미국인들이 너무나 진지하고, 곧이곧대로 처신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미국인의 진지한 태도를 깃털처럼 가벼운 자세로 자극했고, 그러고 나서는 정작 자신들의 말은 그리 중요할 게 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사실은 대화 중에 그들이 한 말들이 모두 중요했는데 나는 그걸 몰랐던 것이다. -41쪽

- "런던의 가장 나쁜 점이라면 사실 아무도 적응하지 못한다는 거야. 또 런던의 가장 좋은 점도 사실 아무도 적응하지 못한다는 거야. 그걸 납득하고 나면 런던에서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될 거야. 다만 그걸 납득하기까지 한참이나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지. 너도 나처럼 런던에 사는 걸 좋아하게 될 거야. 그래도 약간의 영국공포증을 밖으로 드러낼 필요는 있겠지만…."
"영국인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을 의심하거든."-62쪽

끝내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건 언어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깨달음이 더 크고 명징했다. 물론 우린 둘 다 영어로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의 뉘앙스 차이 정도가 아니었다. 더 깊고 불안한 무엇인가가 우리 사이에 개입돼 있었다. 둘 사이에 공통적인 감정의 토대를 구축하지 못하리라는 불안감, 언제나 타인일 거라는, 그거 우연한 상황에 같이 묶였다는…. -127쪽

권태야말로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죽음보다도 더 두려운 게 바로 권태니까. 권태가 바로 생이 부질없다는 걸 깨닫게 하지. 드라마틱한 삶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건 바로 그 때문이야. 평범한 일상에 매몰돼 소중한 삶을 끝내기보다는 생이라는 드라마를 직접 연출하고 주인공을 맡는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짜릿하겠어. -289쪽

미국 사람들은 실제로는 부정적인 사실을 전하면서도 친절하고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접근한다. 반면 똑같이 불길한 기별을 전하는 영국식 접근법은 달랐다. 그들은 치욕적이고도 몹시 무례한 말을 중얼댄다. 적어도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한다. -3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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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구판절판


"…쓰레기들이라 할지라도 사생활을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이야. 또 삶의 방식을 공격해서 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고. 내 말뜻 이해해?" -51쪽

아스퍼거 장애일 가능성이 있겠군. 아니면 그와 유사한 무엇이거나. 보통 사람들은 혼란스럽게만 여기는 것에서 어떤 도식을 보고 추상적 논리를 이해해낼 수 있는 능력. -251쪽

이제 그녀의 두뇌는 사이버 공간에서 명멸하는 임펄스(충격 전류)들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310쪽

그녀는 자신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는 성격이라는 걸 일찌감치 파악하고 혼자서 고독하게 살겠노라 결심한 바 있었다. 그녀는 타인들이 자신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조용히 내버려두기만 하면 만족하는 여자였다. 불행히도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사려 깊지도 똑똑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끊임없이 싸워야만 했다. 그녀의 삶을 이끌려 하거나, 그녀가 선택한 삶의 방식을 바꾸려 드는 한심하고도 짜증나는 인간들, 세상에는 그런 작자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녀는 질질 짜고 있어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사실을 아주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에게 호소해봤자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라는 것도 터득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곤 했다.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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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품절


여자는 누굴까?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려 했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열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온몸의 뼈가 부러져 구급차로 실려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인생은 그렇게 순식간에 바뀐다. 잘못 디딘 한 걸음, 잘못된 사람과의 잘못된 만남, 그러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58쪽

"한번 깨진 건 깨진 거예요. 다시 붙인다고 해도 원래처럼 되지는 않아요. 이게 내 속마음이에요. 다른 말을 듣고 싶었다면 미안해요."-408쪽

"티스는 자폐증 환자예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보통' 사람들과 다르죠. 자폐증 환자들은 감정을 드러내거나 표현할 줄 몰라요. 그저 가끔씩 그렇게... 분출할 뿐이에요. 그것도 아주 드물구요."-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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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0
야마다 에이미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장소설, 나까지 덩달아 성장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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