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품절


미국인들은 인생을 심각하지만 가망 없진 않다고 믿는다. 그 반면 영국인들은 인생을 가망 없지만 심각하진 않다고 믿는다. -47쪽

영국인들은 미국인들이 너무나 진지하고, 곧이곧대로 처신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미국인의 진지한 태도를 깃털처럼 가벼운 자세로 자극했고, 그러고 나서는 정작 자신들의 말은 그리 중요할 게 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사실은 대화 중에 그들이 한 말들이 모두 중요했는데 나는 그걸 몰랐던 것이다. -41쪽

- "런던의 가장 나쁜 점이라면 사실 아무도 적응하지 못한다는 거야. 또 런던의 가장 좋은 점도 사실 아무도 적응하지 못한다는 거야. 그걸 납득하고 나면 런던에서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될 거야. 다만 그걸 납득하기까지 한참이나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지. 너도 나처럼 런던에 사는 걸 좋아하게 될 거야. 그래도 약간의 영국공포증을 밖으로 드러낼 필요는 있겠지만…."
"영국인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을 의심하거든."-62쪽

끝내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건 언어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깨달음이 더 크고 명징했다. 물론 우린 둘 다 영어로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의 뉘앙스 차이 정도가 아니었다. 더 깊고 불안한 무엇인가가 우리 사이에 개입돼 있었다. 둘 사이에 공통적인 감정의 토대를 구축하지 못하리라는 불안감, 언제나 타인일 거라는, 그거 우연한 상황에 같이 묶였다는…. -127쪽

권태야말로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 죽음보다도 더 두려운 게 바로 권태니까. 권태가 바로 생이 부질없다는 걸 깨닫게 하지. 드라마틱한 삶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건 바로 그 때문이야. 평범한 일상에 매몰돼 소중한 삶을 끝내기보다는 생이라는 드라마를 직접 연출하고 주인공을 맡는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짜릿하겠어. -289쪽

미국 사람들은 실제로는 부정적인 사실을 전하면서도 친절하고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접근한다. 반면 똑같이 불길한 기별을 전하는 영국식 접근법은 달랐다. 그들은 치욕적이고도 몹시 무례한 말을 중얼댄다. 적어도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한다. -3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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