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품절


고양이는 어쩌면 이렇게 단번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걸까. 무리 도리와 함께 살면서 점차 두 녀석들이 내 마음과 생활을 차지해가는 속도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되면, '고양이는 외계인들의 지구 정복을 위한 전략의 일부'라는 설에 신빙성을 느끼게 된다.-82쪽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은 반드시 러시아어 단어의 어미 변화에 쩔쩔 맨다. 그리고 나같은 러시아어 통역사가 페레스트로이카 시작 전후부터 최근 15년동안 진땀을 빼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러시아의 윗사람과 학자들의 '사상적 입장'이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어지럽게 변하는 점이다.-121쪽

실컷 주인의 시중을 들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진 맹인안내견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멍해진다고 한다. 지나치게 자신을 억제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반평생을 보냈기 때문에 해방되어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된 순간, 긴장이 풀려서 늙어버린다.-167쪽

이렇게 집념이 강한 자명종이 세상천지 어디에 또 있을까. 당연히 훈련을 시킨 적은 없다.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녀석들의 배가 고파지는 덕이다.-278쪽

영원히 계속되는 허무한 일, 이만큼 절망적인 운명은 없다.
사람을 절망시키는 아이디어에는 천재성을 발휘한 나치스도 강제 수용소에서 시시포스의 신화를 차용하고 있다. 매일같이 A지점에서 B지점까지 벽돌을 운반시키고 다음에 같은 벽돌을 다시 B지점에서 A지점까지 운반시킨다. 미치는 사람이 속출했다고 하니, 어떠한 고문보다 더 괴로운 것 같다.-284쪽

"두자릿수의 남자를 겪어보고 '내 인생에 남자는 필요없다'는 결론을 얻었어."
마리는 큰소리친다. 그 수가 열인지 아흔아홉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명석한 두뇌, 목수일도 마다않는 체력, 월등한 재력, 이 세가지를 겸비한 그녀에게 필적할 남자가 쉽게 눈에 띌 리 없다. 또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녀의 독설을 흘려들을 포용력을 지닌 남자도 적을 것이다. 그녀의 사전에 영합이라는 단어는 없다. 상대의 지위는 상관하지 않고 모두에게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말하기에 일본 남성의 섬세한 신경은 갈기갈기 찢긴다.
"바보하고는 상종 안 해." 마리가 하는 공언 중 하나다.
그런데 그녀는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바보라는 동물들에게 가장 자상하다.-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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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카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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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은 멀쩡했지만 귀도 살짝 멀고 눈도 침침했기 때문에, 마치 얇은 베일을 뒤집어쓰고 세상과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131쪽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틈새바람 같은 감정이었다. 어떤 순간을 계기로 마음속에 소리없이 들어왔다. 어디를 어떻게 닫고 어떻게 끊어내면 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의 마음조차 다잡지 못하는 무력감을 느끼곤 했다.-134쪽

그것은 분명한 증거가 될 것이다. 아무리 괴로운 일을 겪어도,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되어도, 유서를 쓰게 될 정도로 궁지에 몰려도, 거기서 지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가치를, 어딘가에서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는 증거가.-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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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번역 돈 안 되는 번역
한완현 지음 / 와이엘북 / 2009년 4월
절판


번역 전후 확인 사항 체크 리스트

원문을 수신했으면 그 사실을 메일 또는 전화로 알린다
컴퓨터 고장 등에 대비하여 수시로 파일을 하드 디스크 이외에도 저장한다
내가 사용할 번역물이란 마음가짐으로 번역한다
원문이 1장이면 번역문도 1장이 되도록 궁리한다
원문이 MS워드면 번역문도 MS워드로 작성한다
용어 통일에 주의한다
원문 오류는 문의하거나 수정하고 그 사실을 보고한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없는 부분은 붉은 색 등으로 표시하고 보고한다
이름은 특별한 지시가 없으면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표기한다
지명 등 고유 명사 표기에 주의한다(알 수 없을 경우에는 문의)
직역에 주의한다
적절한 시간을 배정하여 가장 경제적인 번역이 되도록 노력한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관리자 또는 고객사에 문의한다
납기 내에 납품할 수 없을 때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 즉시 보고한다
납품 후 수신 사실을 반드시 확인한다(외출이나 즉시 재납품 불가시 특히 주의)-74쪽

번역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10가지 이유

1.남과 다르지 않다
2.잘못된 원문을 내버려 둔다
3.핑계가 많다
4.기다릴 줄 모른다
5.제대로 가르쳐 줄 사람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6.매달릴 줄 모른다
7.너무 쉽게 포기한다
8.변하지 않는다
9.거절할 줄 모른다
10.두마리 토끼를 좇는다-37쪽

4.기다릴 줄 모른다

테스트 번역에서 합격한 후 제대로 된 번역을 맡기까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2년이 걸린다. 그 사이 급한 번역,고생스러운 번역 등으로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시기가 있는데 이 때를 잘 넘겨야 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참고 기다리며 실력을 쌓아 나간다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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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을 하지 않기 위한 영어번역사전
고노 이치로 지음, 엔터스 코리아 옮김 / 클레오 / 2003년 2월
품절


오역을 막는 지름길은 무엇이든 반드시 사전을 찾아보려는 마음가짐에 있다. 최근의 사전은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설마하고 여길만한 표현도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결국 오역의 대부분은 번역가의 태만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115쪽

...대화체에서 여성어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제 2차대전까지의 작품이라면 '~이네요,~이군요,~해도 돼요?'라는 여성 특유의 다소곳한 어미를 사용하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여성어는 급속하게 남성어에 접근하고 있어 거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다. 현대의 풍속을 그린 작품이 아닌 한, 현재 거리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는 표현보다는 다소 자제한 듯한 느낌으로 나타낼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다면 작품 중의 인물과 동년배의 여성에게 번역원고를 체크받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다.-109쪽

영어 게시문구에 비해 우리말 게시문구는 상대적으로 부정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사실을 두고 긍정적인 면에서 표현하건 부정적인 면에서 표현하건 정보전달상으로는 별반 차이가 없다.-222쪽

'번역에 정답은 없지만 틀린 답은 있다,' 아무리 잘해도 100점 맞을 가능성은 없는 반면, 조금만 잘못하면 0점 맞기는 매우 쉽다.-329쪽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 원문에도 없는 보충설명을 부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는 오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348쪽

번역가는 방언에 관한 한, 창작가가 되어야 한다. 단, 어떠한 방언이든 번역문 안에서는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설이나 회화의 긴 문장에는 되도록 사용을 자제해 분위기를 살리는 선에서만 군데군데 사용하는데 그치도록 한다.-366쪽

주인공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타고있는 자동차에는 주인공의 생활방식 및 소득 격차가 여실히 나타난다. 특히 번역가는 번역 작업에 앞서 작품 중의 등장인물이 타고 있는 차종을 반드시 확인해두어야 한다. 영국인들은 설령 경제적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현재 자신이 속한 계급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차에는 전혀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371쪽

원작이 현대의 풍속을 그린 내용일 경우, 마침 원문에 쓰인 속어나 유행어를 대체할 만한 표현이 우리말에도 있거나 앞으로 1,2년 정도 더 사용될 가망이 있어 보이면 유행어를 사용하는 것이 물론 효과적이다. 하지만 고전은 물론 5년, 10년 후까지도 읽힐 수 있는 번역서로 만들고 싶다면 가능한 한 유행어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375쪽

'사'자 돌림과 '가'자 돌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들이 가진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사'자 돌림은 머리속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지식을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꺼내어 활용한다....반면에 '가'자 돌림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지식을 자신의 머리가 아니라 '용광로'속에다 집어넣는다.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펄펄끓는 용광로 속에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쓸어넣고, 거리서부터 기존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낸다.
과거를 있는 그대로 답숩하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인간 사회를 이만큼 발전시켜 왔고, 정해진 틀속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우대받던 산업화 시대를 넘어 모든 틀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정보화 시대에는 그런 창의성을 갖춘 '가'자형 인간이 주도권을 잡게 된다.
...저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진정한 '번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번역은 고도의 창의성과, 주어진 틀을 거부하는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입니다.-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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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글쓰기다 - 이제 번역가는 글쓰기로 말한다
이종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9년 7월
절판


번역을 하다보면 때떄로 말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다시 말해 말 자체의 어떤 동작, 제스처, 호흡 등이 있어서 그런 특색을 감안하지 않고 말들을 함께 모아 놓으면 비록 뜻은 통한다고 할지라도 아주 어색한 문장이 된다...
방법은 딱 하나, 남이 써놓은 훌륭한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이다. 읽는 것으로 성이 차지 않으면 그 글을 이예 통째로 베껴보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연습하다 보면 때때로 저자가 대필해주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210쪽

촘스키는 미국의 교육제도에 대하여 맹렬한 비판을 퍼붓고 있다. 미국의 교육은 일 그 자체를 즐기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보상을 중시하는 조건 형성의 교육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의 본질적 가치는 없고 오로지 교환 가치만 있다고 판단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가치는 자신이 하는 행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재화 획득에 이바지하는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과 같이 이런 식으로 가르친다면, 인생의 일차적 목표는 얼마나 돈을 더 많이 벌어서 더 신나게 소비할 수 있느냐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269쪽

사람은 마흔이 되기 전에 일생 해야할 일을 하나 잡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의 어떤 시련이 닥쳐오더라도 자신의 성채,반석,대피소로 감아 이겨나갈 수 있다. 설사 시련없는 순탄한 인생이라고 할지라도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과 휴식 시간과 인사치레의 시간을 뺀 나머지 8시간을 즐겁게 노동할 수 있는 일거리가 없다면 그의 인생은 한없이 지루해진다. 처음에는 인생을 위하여 일을 잡았으나, 나중에 가면 일이 인생을 통제한다.-270쪽

기도는 내일 죽을 것처럼 하고 공부는 백살을 살 것처럼 하라-286쪽

인간의 기억들 중에는 자연의 신비나 세상의 이치나 인생의 오묘한 통찰에 관한 것들을 에피파니라고 한다. 에피파니는 제임스 조이스가 자주 쓴 용어로 속된 대화나 몸짓, 인상적인 정신적 측면 등에서 갑자기 받게 되는 정신적 계시를 말한다.-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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