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 같지만 멋지게 - 우리시대 청춘들을 위한 아버지의 초강력 독설충고가 시작된다
저스틴 핼펀 지음, 호란 옮김, 이크종(임익종)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6월
절판


잘 들어, 네가 모르는 누군가가 상냥하게 굴면 무조건 도망가야 돼. 이유없이 마냥 상냥하고 싶어서 상냥한 사람은 세상에 없어. 게다가 그 정도로 상냥한 사람이면 너한테 올 리가 없다. 더 괜찮은 데 가 있겠지.-29쪽

미안하지만 형이 자기 물건에 손대는 걸 싫어하면 손대지 마. 그건 걔 거니까. 양보할 줄도 모르는 개새끼가 되겠다고 스스로 그러는데, 그러라고 해야지, 뭐. 사람은 자진해서 개새끼가 될 권리가 있어. 대신, 그 권리를 너무 남용하지는 마라. -72쪽

세상에 그렇게 잘난 놈은 없어. 다들 먹고, 싸고, 말아먹고 살지. 너랑 똑같아. -108쪽

가구는 마누라 고르듯이 골라라. 함께 해서 편안하고 너를 돋보이게 해야 하지만 너무 괜찮으면 지나가던 어중이떠중이가 훔치려 들 테니까 안돼.-206쪽

"꼭 무슨 일 있을 때만 전화하지 마라. 그런 녀석이 되지는 말아다오. 그러면 전화 걸 일이 별로 없을 테니까." 그가 말했다.
"알았어요."
"넌 노력하고 있다. 시도하고 있어. 나한텐 그게 중요하다. 너한텐 그게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나한텐 중요하다는 사실, 기억해라. 알았지?"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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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와 나 - 2012년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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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작가는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글을 써야 한다고 믿는(혹은 그렇게 믿어지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즉 작가는 글을 쓴다는 행위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무를 짊어진 존재를 일컫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작가는 하나의 직업이기 이전에 일종의 신분이며, 스스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이 신분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104쪽

"…현대는 기술의 파시즘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게 파시즘인 줄도 모른다는 거예요. 어쨌든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것과 전혀 다른 종류의 일입니다. 소설은 무에서 시작해 스스로에게 선택을 부과합니다. 수백 갈래의 선택들을 거친 후에 그 선택의 흔적들을 삭제해나가는 것입니다. 그게 소설 쓰기입니다. 선택을 해나가는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들을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래서 소설을 쓰는 사람의 뇌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아주 신비로운 것입니다. 나는 그것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이미 나의 정신이 그렇게 조직되어 있단 말입니다. 남이 선택하라고 정해놓은 아이콘만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살 수가 없어요."-118쪽

"유년이 그렇게 텅 비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기묘한 기분에 빠져들게 됩니다. 돌아가야 할 곳이 없다는 기분. 닻이 없는 상태로 끝없이 항해 중이라는 기분. 영원히 안정감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모성에 대한 원초적 기억도 없고 고향이나 가족에 대한 회귀의 충동도 없습니다. 영혼 어딘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는 느낌입니다. 소설은 그 깊고 어두운 구멍에 뭔가를 던져넣는 행위입니다. 아무리 기억이 없다 해도 내 삶이 양평의 고압 산소통 속에서 시작됐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뭔가가 있겠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실은 제 과거를 창작하고 있는 겁니다. 그 구멍을 메우고 있는 거라고요."-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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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딱 한 달 동안만 - 두 남녀의 핀란드 자전거 방황
윤나리.조성형 지음 / 홍시 / 2012년 2월
품절


조금 더 참고 견디며 미래의 행복을 기다리기보다는 그냥 지금부터 행복하면 안 될까? -63쪽

나의 작은 소망은… 직장생활 은퇴 뒤 노년을 함께할 아름다운 동네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은퇴라는 것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고, 이번엔 핀란드에서 살 만한 동네가 없나 둘러본다. 고국에서는 집 한 채 없는 실직자이지만 전 세계를 나의 아지트 후보지로 착각하고 살다 보면 혹시 아는가? 아니, 최소한 꿈에 그치더라도 즐겁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13쪽

백야의 핀란드, 여행자는 스스로 밤을 만들어 잠이 든다.-87쪽

여행할 때 짐의 무게는 삶의 무게...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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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인의 반란자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받고 나서 책장을 들추기까지 전에 없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호기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간만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지 쉽사리 가늠되지 않는 책에 대한 막연한 설렘과 기대감을 최대한 만끽하면서, 좀더 차분한 상태에서 책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소란스러운 마음이 한풀 가라앉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그러다가 점점 임박해오는 마감일에 쫓겨 미처 준비되지 못한 채로 책장을 펼치고 사진과 글을 훑어보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매우 수월하게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에 으레 따라붙는 선입견과 중압감을 가뿐히 무시한 채, 각 작가들의 사상이나 인생의 궤적을 심도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그들이 현재 거주하는 곳,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 그리고 그들의 현재 일상 등에 초점을 맞추며 시종일관 유유자적한 태도를 견지하는 인터뷰 덕분이었다. 그리고 행여라도 인터뷰에서 아쉬워질 법한 깊이감은, 글에 맞먹을 분량의 근사하고 그윽한 흑백 사진들이 멋지게 보강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이 쟁쟁한 작가들이 어떤 업적과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지를 추측해가는 한편으로, 대부분 인생의 끝자락에 이른 이들이 현재 어떻게 생활하며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실감나게 엿볼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책에서 맛보는 매혹이었고, 가히 황홀했다.

책을 다 읽은 후에 이 책의 매혹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크게 두 가지 지점을 짚어낼 수 있었다.  하나는 문학, 나아가 예술의 본질에 대해 그 체현자들을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는 점이었다. 노벨문학상이라면 순수문학의 극치에 이른 작품들이 받는 다소 한가로운 상이라고 여기던 나로서는 각 작가들이 삶으로 입증하는 문학과 정치·경제·사회의 불가분한 관계가 대단히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이 책에 수록된 작가들 모두 처음에는 다분히 개인적인 동기에서 출발했으나, 각자 인생에서 처하게 된 문제적 상황에 주체적으로 반응하고, 갖은 정치적 압력과 경제적 압박 속에서도 그 과정을 글과 작품으로 성공적으로 형상화한 결과, 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뒤흔들고 나아가 세계의 역사적 조류를 바꾸는 하나의 시대적 표상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예술가는 문학과 인생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독창적인 시각 때문에 현실 속에서 문제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고, 결국 그들이 남긴 작품은 한 시대와 패러다임에 저항하는 일종의 반란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필연적인 숙명 때문에 그들은 작가에서 운동가로, 정치가이자 혁명가로, 나아가 전사이자 반란자로 계속해서 외연을 확장해나갔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노벨문학상이 안겨준 거액의 상금과 유명세 덕분에 여유로운 노후를 누리면서도, 여전히 자신이 태어난 지역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해외에서 망명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서도 이 작가들의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저항운동은 왕성하게 계속되었고, 이 점이 나를 두 번째로 놀라게 했다. 그들과 나는 일부나마 동시대를 공유하고 있는데도, 나를 완전히 비껴간 듯했던 역사의 흐름이 그들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던 것이다. 이 작가들의 일상은 각종 정치적 모임과 학술 세미나, 대중적 선동 및 예술 창작활동과 그에 따른 반대세력의 위협과 압박으로 점철되어, 노년기의 나이가 무색하게 분주하고 격렬하며 살벌했다.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때 몸바쳤던 각종 이즘에 대해 회의적으로 변한 작가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대신 에이즈, 동물학대, 자연파괴와 같은 보다 현실적인 사안들을 붙들고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도도한 역사 속에서 일개 개인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위대한 역사의 주체로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갖은 핍박과 모진 고난에 시달리면서도 끝끝내 글 쓰고 싸우기를 멈추지 않는 에너지를 선보여 자칫 과거 회상 일변도로 흐르기 쉬운 이 책에 역동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 평생에 걸쳐 불의와의 투쟁을 지속해온 그들의 놀라운 일관성과 끈질긴 생의 의지 때문인지, 흑백 사진에 박힌 그들의 쭈글쭈글한 손과 나이든 얼굴마저도 범상치 않고 위대해 보였다. 다행히도 그들의 노력은 노벨문학상이라는 영예로 보상받았지만, 수상 전까지는 어떠한 보상에 대한 확신이나 보장도 없이 그저 묵묵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와 무게를 감내해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경외심이 들었다.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이 책은 이 위대한 작가들의 산책길, 어수선한 집안 풍경,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상적인 모습 등을 담은 사진과 사소하다면 사소할 개인적인 치부나 작업 습관 등을 소개함으로써 한 시대를 풍미한 이 위대한 인물들 역시 예술가인 동시에 생활인이고, 희로애락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개 연약한 인간임을 들추어낸다. 이럴 때야말로 위대한 업적과 노벨문학상 수상자란 타이틀에 압도되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던 작가들이 나와 같은 층위의 세상으로 살며시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하나의 개인을 위대한 역사적 주체로 발돋움시키고, 다시 죽음 앞에 가까워진 약한 노인으로 변모시킨, 온갖 이데올로기와 투쟁으로 얼룩진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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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 잡혀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꾸는 자 잡혀간다 실천과 사람들 3
송경동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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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힘겹게, 그야말로 의무감에 꾸역꾸역 읽었다. 어느 한장도 쉽게,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장이 없었다. 뉴스로 앙상한 뼈대만 알고 있던 사안들에 눈물겹게 실감나는 살점들이 덕지덕지 붙어 미처 머리로 받아들이기 전에 자꾸만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군데군데 박혀있는 저자의 스산한 표정들과 처연하면서도 담담하게 참 잘 쓴 글들이 더더욱 아픈 마음을 후벼 팠다. 그러다가 문득 남이 다 써놓은 책 거저 받아 읽기도 이리 고역인데, 이 마음 어려운 글들을 손수 짓고, 그 배경이 되는 일들을 직접 몸으로 겪어낸 저자와 그 주변사람들의 고통은 대체 어느 정도였을까라는 데 생각이 미쳐 일순간 암담해졌다.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저 무작정 안쓰럽고 화가 났다. 그리고 이렇게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나의 독서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 이 독서에 의미가 있으려면 대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지, 이런 허섭쓰레기 리뷰나 쓰고 별점이나 매겨서야 되는 건지, 그렇다고 이마저 안 한다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등등 쓸데없는 생각만 가득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짧은 소견으로는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밖에는 나지 않아, 또다시 모든 게 정치의 문제로 환원되고 말았다. 결국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아래 인용한 시인의 염원만은 꼭 시인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위악스럽게 자신을 학대하며 불량으로 향하던 내게 문학은 사실 딱 하나 남은 구원의 장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딱 하나 남은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까닭도 모른 채 빼앗긴 나는 더욱 극단의 탈선과 어둠 속으로 나를 내몰았다내 운명이 타고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재조직된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더더욱 내 운명을 바꾸려는 노력이 결국엔 이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로까지 나아가야 하는 일임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잃어버린 문학을 다시 찾기까지는 긴 시간이 지나야 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이 사회로부터 더 많은 검열과 체벌을 받아야 했다. 승리한 사람들보다 낙오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했고, 그들이 일상적으로 안고 사는 슬픔과 아픔을 만나야 했다.

 

그 상처들이 하나하나씩 쌓여 내 마음속에 종유석처럼 단단한 말의 뿌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문학이 아닌 문학을 이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다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시인이 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말들이 내 눈 밖으로 튀어나왔다. 어떤 말들이 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어떤 말들이 움켜진 주먹처럼 내 안에서 뻗어져 나왔다. 세계가 내 몸을 타자기로 삼아 제 이야기를 두드렸다. 더 이상 내 몸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 세계가 내 몸에 자신의 구조와 상처를 깊이 새겨두었다. 그 상처를 말함은 그래서 내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되었다.

 

그때의 나처럼 시와 노래를 꿈꾸는 푸른 청춘들이 있을 줄 안다. 그들에게만은 상처가 문학의 근원이 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해본다. (18-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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