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작정인 거지? 이중생활 말이야. 분리되고 분열된 인생. 작은 충고 하나 하지. 생각보다 꽤 어렵고 힘든 일이 될 거야. 조심해야 하네. 늘 이 반쪽이 저 반쪽을 넘보고, 집어삼키려 할 테니. 투잡은 비실용적일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묘기거든. 어리석은 시도랄까. 결국 한 쪽을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51쪽
…스트렁크와 화이트는 글쓰기란 엄중한 것이라 경고했다. 문체란 위험한 것이며(문체를 선택할 때는 ‘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마치 폭탄제조법인 양 말했다), 창작이란 ‘바깥세상으로의 자아 가출’이라고 주장했다. 좋은 글쓰기란 겸손(자신을 전면에 내세우지 말라), 일관성(꾸준히 차분하게 나아가라), 전통에 대한 존중(색다른 시도보다는 표준을 따르라) 등의 미덕을 갖추며, 자신만의 문체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통제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즉 제멋대로 날뛰는 자아를 꼭 붙들어 맬 수 있어야 하며, 좋은 작가란 헛된 과시욕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거였다. -64쪽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이란 그런 것이다. 도망칠 곳이 없다. 같이 일하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이다. 일터에서 하루 종일 참아주고 나서 집에 돌아와도 그들이 텔레비전 앞에 웅크리고 앉아 발톱 깎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192쪽
나는 우리 델리에 대해 강한 결속감을 느낀다. 그러니까 열여덟 시간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동안 비행기 좌석에 대해 느끼는 결속감과 비슷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숨막히고 끔찍하고 잠시 일어서기만 해도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 삶은 고깃덩어리가 된 느낌이지만, 만일 누가 그 자리를 뺏으려 한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것이다.-224쪽
원래 내 머릿속에 영업이란 불가근의 행위로 입력돼 있었다. 왜냐하면 판매 행위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 앞에서 자신의 절박함을 노출시키는, 발가벗는 짓이나 마찬가지다("이것 좀 사주세요. 제발!"). 조지 플림튼도 아닌 백인 청교도 중산층 출신에게 있어 벌거벗기란 쉽지 않은 행동이다. -257쪽
그럼에도 내가 케이, 드웨인, 조지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면 (1) 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고 (2) 이 이상한 세상 속에서 그런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확신을 가지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는 점이었다. -4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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