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재앙처럼 충격을 주는 책, 깊이 슬프게 만드는 책,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숲속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자살처럼 충격을 주는 책이 필요하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 프란츠 카프카,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1쪽
하지만 지금, 도피를 위한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그와 다른 대답 방식을 찾아냈다. 그것은 슬픔을 내게서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슬픔을 흡수한다. 기억이 슬픔을 몰아내거나 죽은 사람을 도로 데려오지는 못하지만, 과거가 우리와 항상 함께 있도록 보장해준다. 나쁜 순간들만이 아니라 매우 좋았던 순간들, 웃음과 음식을 함께 나누고 책에 대해 토론했던 순간들도 함께 남아있게 해주는 것이다.-98쪽
<이민자들The Emigrants>은 행복한 내용의 책은 아니지만 철저하게 삶을 반향하는 책이다. 그 책의 어디든 손가락을 올려두면 제발트가 기록한 삶들의 심장박동이 느껴진다. 그는 그 박동을 삶들에게 돌려주어 그것을 현실화한다. 내게 ‘기억’이란 누군가를 사랑이나 존경을 품고 기억하는 것이다 기억은 지나간 삶을 인정하는 것이다. 제발트의 책은 내 인생의 기억이다.-99쪽
슬픔을 진정시키는 유일한 향유는 기억이다.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는 고통을 덜어주는 유일한 진통제는 죽기 전에 존재했던 삶을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억한다고 해서 문자 그대로 그들이 되돌아오지는 않고, 또 너무 일찍 죽은 사람에게 그들이 잃은 삶의 가능성을 모두 보상해주기에는 불충분하다. 하지만 기억은 회복력의 몸뚱이 주위에 구축되는 뼈대이다.-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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