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작을수록 유지해 나가는 데는 남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컴퓨터 자동 조종 장치가 딸린 점보 제트기와 같다. 매번 파일럿의 능력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런 작은 회사는 헬리콥터라고 할 수 있다. 파일럿 한 사람의 역량에 매번 이착륙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 -49쪽
제가 지금 민간금융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신용’이라고 합니다. 소비자신용은 크게 둘로 나뉘어지죠. 하나가 ‘신용판매’인데 카드를 사용해서 하는 쇼핑을 말하고, 또 하나는 ‘소비자금융’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정기예금이나 우편예금 등을 담보로 한 대출과 소비자대출, 다시 말해서 고리대금이나 신용카드 현금 인출이 포함됩니다.-131쪽
그녀는 도망 다니고 있다. 아직 그 정체는 모르지만 집요하게 자신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그녀는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일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 그녀는 혼자다. 누구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고 누구의 명령에 따를 필요도 없다. 밝은 꽃무늬 벽지를 한 장 벗겨 내면, 그 밑은 철근으로 지탱하고 있는 콘크리트 벽이 숨어 있다. 누구도 쉽게 돌파할 수 없고 무너뜨릴 수도 없는 벽이. 그 철근과 같은 존재 의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한. 그녀는 그런 여자다. 그리고 그런 여자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았는지 모른다.-165쪽
"언젠가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뱀이 왜 껍질을 벗으려는지 알고 계세요?" "껍질을 벗는다라면…?"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생명을 걸고 하는 거래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나요. 그래도 허물을 벗으려고 하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성장하기 위해서죠." "아니오. 열심히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래요.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면서요," "별 상관도 없는데 말이죠. 다리 같은 게 있든 없든 뱀은 뱀인데" "그렇지만 뱀의 생각은 다른가 봐요. 다리가 있는 게 좋다. 다리가 있는 쪽이 행복하다고요. 여기까지가 제 남편의 말씀. 지금부터는 제 생각인데요. 이 세상에는 다리가 필요하지만 허물을 벗는 데 지쳐버렸거나, 아니면 게으름뱅이거나, 방법조차 모르는 뱀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그런 뱀한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울을 팔아대는 똑똑한 뱀도 있는 거죠. 그리고 빚을 져서라도 그 거울을 갖고 싶어가는 뱀도 있는 거구요."-310-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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