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구판절판


…회사가 작을수록 유지해 나가는 데는 남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컴퓨터 자동 조종 장치가 딸린 점보 제트기와 같다. 매번 파일럿의 능력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런 작은 회사는 헬리콥터라고 할 수 있다. 파일럿 한 사람의 역량에 매번 이착륙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 -49쪽

제가 지금 민간금융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신용’이라고 합니다. 소비자신용은 크게 둘로 나뉘어지죠. 하나가 ‘신용판매’인데 카드를 사용해서 하는 쇼핑을 말하고, 또 하나는 ‘소비자금융’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정기예금이나 우편예금 등을 담보로 한 대출과 소비자대출, 다시 말해서 고리대금이나 신용카드 현금 인출이 포함됩니다.-131쪽

그녀는 도망 다니고 있다. 아직 그 정체는 모르지만 집요하게 자신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그녀는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일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 그녀는 혼자다. 누구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고 누구의 명령에 따를 필요도 없다.
밝은 꽃무늬 벽지를 한 장 벗겨 내면, 그 밑은 철근으로 지탱하고 있는 콘크리트 벽이 숨어 있다. 누구도 쉽게 돌파할 수 없고 무너뜨릴 수도 없는 벽이.
그 철근과 같은 존재 의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한.
그녀는 그런 여자다. 그리고 그런 여자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았는지 모른다.-165쪽

"언젠가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뱀이 왜 껍질을 벗으려는지 알고 계세요?"
"껍질을 벗는다라면…?"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생명을 걸고 하는 거래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나요. 그래도 허물을 벗으려고 하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성장하기 위해서죠."
"아니오. 열심히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래요.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면서요,"
"별 상관도 없는데 말이죠. 다리 같은 게 있든 없든 뱀은 뱀인데"
"그렇지만 뱀의 생각은 다른가 봐요. 다리가 있는 게 좋다. 다리가 있는 쪽이 행복하다고요. 여기까지가 제 남편의 말씀. 지금부터는 제 생각인데요. 이 세상에는 다리가 필요하지만 허물을 벗는 데 지쳐버렸거나, 아니면 게으름뱅이거나, 방법조차 모르는 뱀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그런 뱀한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울을 팔아대는 똑똑한 뱀도 있는 거죠. 그리고 빚을 져서라도 그 거울을 갖고 싶어가는 뱀도 있는 거구요."-310-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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