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도서관
아비 스타인버그 지음, 한유주 옮김 / 이음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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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위대한 제도다. 그러나 누가 제도 안에서 살고 싶겠는가?" – 코미디 배우 그루초 막스 -428쪽

침대에 누운 채 눈을 크게 뜨고 나는 강도의 칼을 생생히 떠올렸다. 피부에 닿았던 차가운 금속의 감촉도 생각했다. 칼은 나를 찌르지는 않았지만, 칼에 숨겨진 위력은 여전히 생생했다. 내가 아닌 타인의 의지가 어떻게 작동할지는 나는 모를 수밖에 없다. 완벽한 타인이 내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는 것이다. 칼을 생각하며 나는 공포 이상의 무언가를 느꼈다. 상실의 슬픔을. 내 삶이 이룩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을, 나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는 상실의 슬픔을. 그 강도는 어떤 불가해한 이유로 나를 끝장낼 수도 있었다.-439쪽

교도소에서 시간이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재소자들은 "가진 것은 시간뿐"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그러나 이 표현에는 일종의 아이러니가 깃들어 있었다.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수한 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그는 시간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의 재소자는 표류하는 선원처럼 변해갔다. ‘물, 물, 사방에 물이지만 마실 물이라고는 단 한 방울도 없어,’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고도 무용했다. 계절도, 명절도 없었다. 그들의 시간은 순환하지 않았다. 그들은 타인과 시간을 공유할 수 없었다.-4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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