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걸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 인간은 정말 불편해. 먹고 자고 하는 쓸데없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면, 인간은 훨씬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393쪽
"이렇게 매일 별의 움직임을 뒤쫓으면서 살면, 지구 위에서 우리의 사소한 행위는 허무한 것이 정말 많아. 그 중 가장 허무한 것이 다른 이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는 경쟁이야. 그런 경쟁만큼은 아무리 해도 몰두할 수가 없어. 우주는 천천히 움직이고 있어. 거대한 시계의 내부처럼. 우리의 별도 구석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 작은 톱니바퀴의 얼마 안 되는 톱니 중 하나야. 우리 인간 따위는 그 쇳조각에 들러붙은 박테리아 같은 역할이지. 그런데 이 패거리들은 하찮은 것 때문에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눈 한 번 깜빡이는 시간 정도의 일생을 크게 소란을 피우며 보내지. 그것도 자신이 너무 작아서 시계 전체를 보지 못하니까, 그 메커니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존재한다며 자만하고. 정말 우스워. 이런 생각을 하면 언제나 웃음이 나와."-297쪽
"...그리고 이 방은 두뇌 대신에 야경꾼 근성밖에 없는 정체 모를 저능아로 우글거리게 되는 거지. 나는 방에 돌아올 때마다, 네가 어디로 섞여 들어왔는지 큰 소리를 내서 찾아야 할 거야. 너는 모를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지금 생활이 마음에 들어. 머리를 어딘가에 두고 온 것 같은 무리 때문에 이 페이스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다음 날 일만 없으면 원하는 시간까지 잘 수 있어. 파자마 차림으로 신문도 읽을 수 있지. 좋아하는 연구를 하고, 마음에 드는 일만을 위해 문밖을 나가지. 싫어하는 녀석에게는 네가 싫다고 말할 수 있고, 백은 백, 흑은 흑이라고 누구에게 스스럼없이 말할 수도 있어. 이것들은 모두, 언젠가 형사도 말했듯이 세상이 상대해 주지 않은 룸펜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대가로 내가 손에 얻은 재산이야. 아직은 잃고 싶지 않아. 쓸쓸해지면 너도 있고, 나는 외톨이가 아니야. 이 생활이 아주 마음에 들어." -511쪽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알아. 하지만 모두가 말하는 만큼 내가 사람들과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사람들이야말로 날 전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이상한 거지. 이런 식으로 매일 평범하게 생활하는데도, 왠지 화성에서 사는 듯한 기분이 들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모두 나와는 달라.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모두가 너무나 시시한 일에 필사적이야. 관 속에 들어갈 때, 어라, 그건 착각이었군, 하고 말할 것이 뻔한 데도 말이야! … 사소한 기쁨이나 슬픔이나 분노, 그런 것은 태풍이나 소나기, 봄이 되면 매년 어김없이 피는 벚꽃 같은 거야. 인간은 그런 것에 매일 좌지우지되면서도 결국 모두 비슷한 곳으로 흘러가. 아무도, 아무것도 되지 못해."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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