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그렇다. 어머니는 배고픔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시각으로 논평을 할 수 있는 어떤 것에 대한 갈구, 안전한 장소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자극적인 일을. -27쪽

동정. 누군가를 자신의 소유물로 삼고 싶을 때 최고의 무기가 되는 것이 바로 이런 감정이다. '동정'이야말로 마음을 파고드는 송곳이다.-61쪽

지극히 기본적이고 소박한 의문이었다. 왜 남자는 여자를 죽일까.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여자를. 여자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남자에게는 여자를 죽일 수 있는 특별한 권리라도 있다는 것일까.-111쪽

그녀의 가장 깊은 곳, 인격의 밑바닥 아래를 흐르는 마그마처럼 끓어오르는 분노..-151쪽

추억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다. 그 모든 추억들이 별처럼 빛났다. 그런 별들이 모여 가즈아키의 밤하늘 여기저기에 별자리를 이루고 있었다.-358쪽

'지금까지 나는 누군가를 도울 만한 힘이 없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손을 내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었어. 그렇지만 그건 잘못이야. 나는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밀고 내가 곁에 있으니 괜찮다는 말을 거는 순간에, 그는 다른 사람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처음부터 듬직한 인간은 없다. 처음부터 힘있는 인간은 없다. 누구든 상대를 받아들일 결심을 하는 순간에 그런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365쪽

기억,기억, 기억. 인간이란 존재는 기억으로 만들어져 있는 모양이다. ..수많은 기억을 얇은 피부 한 장으로 감싸고 있다. 그것이 인간이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함에 따라 몸이 커지는 것은 그만큼 피부속의 기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382쪽

작문은 사방에 널린 언어를 조합해서 만들 수 있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 시를 쓰는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내시경을 넣고 거기에서 조직의 일부를 떼내 표본을 만드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위험하다. -387쪽

사람은 누구든 자신의 환상이라는 왕국 속에서는 작은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은 왕이다.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 자체는 결코 사악하지도 않고 죄도 아니다. 오히려 알력으로 가득한 현실세계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왕에게도 전제군주에 대한 동경은 있다. 그것 또한 누구든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지향이다. 그 또는 그녀는 곧 바깥 세계로 눈을 돌린다. 영토를 넓히고 자신이 세운 성 안으로 들어오는 시민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연습'을 거듭하여 자신의 역량이 확인되면 기꺼이 길을 떠난다.
그러나 그 앞길은 천차만별이다. 그들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무엇으로 만족을 얻을지, 어느정도 규모의 왕국을 만들어낼지, 거기서 선정을 펼칠지 독재자가 될지. 결국 그것이 인생이 아닌가..-452쪽

사람은 모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도..그의 작은 왕국을 세워가고 있다. 그리고, 적어도 아내는 그의 시민이다. 동시에 그는 아내의 시민이기도 하다. 물론 서로의 압제를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이민을 갈지 모를 위험에 빠지겠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서로에게 시민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환상속에서만 존재하는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기도 하고 함께 개척하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서로의 시민이 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이 나약하다는 것은 바로 그런 뜻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452쪽

"자기 머리로 생각할 수 없는 인간은 절대로 좋은 글을 쓸 수 없어. 이건 내 경험에서 나온 신념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신념을 굽힐 생각은 없어," -507쪽

단순히 자존심 비대증인 실패자에 지나지 않았다...아무도 자신을 존경해주지 않고 특별 취급해주지 않는다는 데 화가나서, 자신은 여기 있어야할 인간이 아니라는 과대망상에 빠져 회사를 뛰쳐나오는 경우는 현대사회에서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나는 이런 별볼일 없는 일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나온 인간이 아니라고 외치며 지겨운 일상에서 뛰쳐나오는 데까지는 좋았지만, 결국에는 놈팡이처럼 빈둥거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수한' 젊은이는 쓸어담을 정도로 많다. -513쪽

2008.05.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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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구판절판


"시게코만의 루트를 찾아야 해. 그리고 그전처럼 어중간한 르포 같은 걸로는 안돼. 글을 쓰는 건 훨씬 나중의 일이고, 지금은 오로지 시게코만이 갈 수 있는 숨겨진 뒷길을 찾는게 관건이야" -197쪽

어느 쪽이 보다 빨리 효과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알리고 사회의 신뢰를 얻을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선악의 판단 기준이란 그것뿐이다...사람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선전이야말로 선악을 결정하고, 옳고 그름을 정하고, 신과 악마를 나누는 것임을. 법이나 도덕 규범은 그 바깥에서 하릴없이 어슬렁거리고 있을 따름이다. -343쪽

2008.05.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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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열림원 / 2003년 3월
품절


..가끔씩 나도 가슴이 서늘해진다니까. 결국 스스로 자신이 없으니까 이 남자 저 남자 교대로 바꿔가면서 그 숫자를 자신의 가치척도로 삼는거지. 몇사람한테 사랑을 받았는지가 아니라 누구한테 사랑받았는지가 중요한데 말이야...-20쪽

아무것도 숨기고 있는 건 없다니까. 어쩌면 자신에게는 숨길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48쪽

"도대체 왜 모두들 공원으로 몰리는 거죠?"
"한숨 돌리려는 거 아니겠어?"
"보라고. 공원이란 장소에선 말이야.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고 누가 뭐랄 사람은 없잖아. 오히려 누굴 붙잡고 권유를 하거나 연설을 하거나 뭔가를 하려고 하면 내쫓기지"-76쪽

"나도 자네와 비슷해. 토요일만큼은 몸을 푹 쉬게 해주고 싶거든"하고 웃었는데, 내 경우는 몸을 쉬게 하려고 그런다기보다 말을 쉬게 하려고 한다는 편이 정확할 듯싶다. 함께 있고 싶으니까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이동한다는 가즈히로 씨는 아니지만, 나야말로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다는 이유에서 토요일 하루만큼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서 말없이 보내고 싶다.-82쪽

무슨 일인가 늘 시작되려고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고 있는 현대가 지니는 특유의 빈 공간과 블랙유머, 그리고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조차 분명치 않은 희망같은 것..-189쪽

2005.11.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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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구판절판


때로, 외간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외간 여자란 요컨대 아내가 아닌 여자. -28쪽

항상 같은 사람과 밥을 먹는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먹은 밥의 수만큼 생활이 쌓인다.-48쪽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64쪽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82쪽

등 뒤에서 껴안으면 남편은 귀찮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린다. 외로움만이 늘 신선하다.-113쪽

2005.10.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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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어쩌면 동서고금을 통해 씌어진 모든 위대한 문학작품들의 기본적 주제는 '같이 놀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형색색으로 다르게 생긴 수십억의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고 자리싸움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인간적 보편성을 찾아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화합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6쪽

'지옥이란 다름아닌 바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데서 오는 괴로움' (까라마조프 형제들)-111쪽

사랑과 친절은 부메랑 같아서 베풀면 언젠가는 꼭 내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 그래서 결국은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이야말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불편한 장애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185쪽

영혼의 난쟁이들인 우리들은 하루하루 지리멸렬하게 살아가며 에이헤브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지만, 바보같더라도 서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면 홀로 우뚝 선 영웅의 삶보다 더욱 가치있다는 말일 것이다.-189쪽

'우리 각자의 영혼은 그저 하나의 작은 조각에 불과해서 다른 사람들의 영혼과 합쳐져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분노의 포도)-230쪽

2005.10.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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