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나도 가슴이 서늘해진다니까. 결국 스스로 자신이 없으니까 이 남자 저 남자 교대로 바꿔가면서 그 숫자를 자신의 가치척도로 삼는거지. 몇사람한테 사랑을 받았는지가 아니라 누구한테 사랑받았는지가 중요한데 말이야...-20쪽
아무것도 숨기고 있는 건 없다니까. 어쩌면 자신에게는 숨길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48쪽
"도대체 왜 모두들 공원으로 몰리는 거죠?" "한숨 돌리려는 거 아니겠어?" "보라고. 공원이란 장소에선 말이야.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고 누가 뭐랄 사람은 없잖아. 오히려 누굴 붙잡고 권유를 하거나 연설을 하거나 뭔가를 하려고 하면 내쫓기지"-76쪽
"나도 자네와 비슷해. 토요일만큼은 몸을 푹 쉬게 해주고 싶거든"하고 웃었는데, 내 경우는 몸을 쉬게 하려고 그런다기보다 말을 쉬게 하려고 한다는 편이 정확할 듯싶다. 함께 있고 싶으니까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이동한다는 가즈히로 씨는 아니지만, 나야말로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다는 이유에서 토요일 하루만큼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서 말없이 보내고 싶다.-82쪽
무슨 일인가 늘 시작되려고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고 있는 현대가 지니는 특유의 빈 공간과 블랙유머, 그리고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조차 분명치 않은 희망같은 것..-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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