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모양의 전구. 전선이 어디로 빠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불이 들어오니 팔겠지... 병 뚜껑을 열고 전선을 흰색처럼 얌전하게 감아 둘 수도 있고 옆의 남색처럼 지 멋대로 감을수도 있다는 것이 매력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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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1-26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멋진걸요. 100%는 힘들겠지만 80%정도는 재현할만하겠군요. 좋아요. 올해 안에 도전해보겠습니다. =)

플라시보 2004-01-2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기대하겠습니다.

biseol 2004-01-2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닉네임은 홈에서 여러번 봤는데 이제서야 님의 방 하나하나 보고있습니다.
멋진 것들이 많아서 눈 뒤집어져요.우와~
자주 들러서 퍼가두 되겠습니까?

플라시보 2004-01-2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마음껏 퍼 가시기 바랍니다. 일상으로의 초대에 있는 여동생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사진만 빼면 다 퍼가셔도 됩니다.
 


온도계가 부착된 스틸 보온병.  겨울이 되면 나는 텀블러나 보온병에다 커피를 만들어서 회사에 가져가곤 한다. 갓 뽑아낸 커피에다 집에서 만든 생크림을 넣고 시럽을 뿌리면 내 입에 딱 맞는 커피가 탄생한다. 그리고는 아침잠이 많아 다소 멍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짝 홀짝 마시면서 아침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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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 딕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만남은 성공적이었다. 스필버그는 원작에선 다소 뚱뚱하고 볼품없던 주인공 존 앤더튼을 미끈한 톰 크루즈로 바꾸었고 미래 사회 역시 별 무리 없이 잘 표현하였다. 하지만 이런 비주얼만으로 그쳤다면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비주얼 만큼이나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탄력있는 전개로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그렇다면 필립 K딕과 오우삼의 만남은 어떨까? 결과부터 말 하자면 스필버그쪽이 훨씬 더 궁합이 잘 맞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영웅본색과 첩혈쌍웅 등으로 아시아를 평정한 오우삼은 브로큰 애로우로 마침내 할리우드도 접수했고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2 등으로 잘나가는 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오우삼은 딱 영웅본색 까지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인 특유의 뻥이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과 만나면 페이스 오프같은 택도아닌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오우삼은 비둘기 날리기와 슬로우 모션 액션의 남발로 느닷없이 촌발 휘날리는 장면을 집어넣기로 유명하다. (설마 했는데 이번에도 비둘기가 난다. 단 떼거지가 아닌 한 마리만 날리는데 비둘기 날리지 말라고 한소리 들은 듯 전작들과 달리 약간 주춤하는 비둘기 날기가 등장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계발자인 밴 에플렉은 프로그램을 하나 개발하고 나서 보안이 이유인지 뭔지는 몰라도 단발적으로 기억을 지운다. 즉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쓴 시간이 2주이면 2주간의 시간을 지우고 3주이면 3주간의 시간을 지우는 것이다. 하루는 그에게 거액의 제안이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기억을 지울 단위가 주 단위가 아닌 년 단위이다. 그리하여 밴 에플랙은 3년간 기억을 지우고 뭔가를 개발한다. 3년이 끝나고 프로젝트 계발비로 받은 돈을 은행에 찾으러 갔는데 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전에 자신이 와서 돈을 다 없앴다는 은행원의 증언만 듣게 된다. 그리고 프로젝트 참여를 하기 전에 자기가 맡긴 시계와 선글라스대신 엉뚱한 스무개의 물건이 든 봉투를 받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이 봉투에 들어있는 물건들로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이 3년간 계발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내게 되고 마침내 그 물건을 파괴하게 된다.

이 영화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보다 결정적으로 약한 이유는 훨 뒤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비주얼을 반도 못 따라 간다는 것에 있다. 이미 톰크루즈가 나와서 충분히 써 먹었던 손으로 화면 휘돌리기 쑈를 밴 에플렉도 하지만 톰크루즈처럼 드라마틱 하지 않다. 또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인공비와 인공천둥 번계(이게 실외라면 모르겠지만 실내에서 약간 꽈광 하면서 비 뿌리는 정도야 지금도 가능할듯 보인다.) 어설픈 미래 디자인 등등 곳곳이 헛점 투성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몇 년을 공들여서 아주 잘 만든 3D게임같다면 페이첵은 그 게임을 흉내내어 단 몇 주만에 후딱 만들어 치운 2D게임같은 인상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배우들이 충분하게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럭저럭 괜찮은 배우였던 벤 에플렉은 여기서 적당하게 연기하기로 작정이나 한 듯이 돈주니 어쩔 수 없이 연기한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킬빌같은 영화를 혼자서 이끌어 나가기에 충분한 기력을 가졌던 우마서먼 역시 여기서는 쭉빵스럽지 못한 본드걸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스토리의 엉성한 배열이다. 오우삼은 싸나이 우정을 그린 영화의 기승전결은 기가 막히게 잡아 내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외의 영화들은 전부 막 찍어놓고 우루루 쏟아놓은 듯한 전개를 보여준다. 충분하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할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그냥 넘겨야 할 부분에서는 폼을 잡느라 한참을 허비한다. 그래서 영화는 지루했다가 바빠졌다가를 반복하며 혼자 북과 장구를 열심히 쳐 댄다.

사실 오우삼 영화 치고는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오우삼은 페이첵의 메가폰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영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차곡차곡 자신만의 비주얼 노하우와 연출력을 지닌 스필버그와 달리 그는 너무 급조되었고 날조되었다는 느낌이 가득한 영화를 만들었다. 차라리 페이첵 다음에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나왔다면 믿을 정도로 형만한 아우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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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1-2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이 영화에는 삼성마크가 꾀 오랫동안 두둥 하고 등장한다. 영화속에 우리나라 물건이나 글자 혹은 말이 등장하면 왜 그렇게 반가운지... 예전에 고질라 때문에 모 참치회사가 신나하면서 이벤트를 하더만 삼성은 노트북 싸게 팔 생각 없나 몰라.
 


나무로 된 수납 상자.  좁은 집에 살다 보면 이사갈때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에엣 하면서 다 버리게 된다. 그리고 한참 세월이 흐른 다음 그걸 왜 버렸지 하고 후회를 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다 기억이고 추억인데 말이다.  저런 나무 상자에 옛 추억을 담아놓고 나중에 내 딸년이나 아들놈이 저걸 열어보고는 '아 울엄마도 꿈많은 소녀였구나'따위를 주억거리길 바란다면. 나. 영화 너무 많이 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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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1-2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상자가 몇 개 있지요. 국민학교 다닐때부터 받았던 성적표, 잡동사니을 담아놓은 상자인데요. 그 안에는 처음으로 다 쓴 모나미 153볼펜심같은 자잘한 것부터 국민학교 5학년때 수 하나도 안 찍혀있는(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아실겁니다. ㅎㅎㅎ)성적표도 있지요. 그때 담임이 돈을 좀 밝히던 인간이었는데. 저와 제 친구 몇명을 가리켜 예의(?)도 없는 집 자식이라 꽤 갈궜더랬습니다. 언젠가는 뭘 잘못했는지도 기억 안나는 일로 두들겨 패고 밟더니 "너같은 XX는 자라서 사회의 독버섯이 될 거야!" 는 무시무시한 예언도 하더군요. 뭐 지나니 다 추억입니다만. ㅋㅋㅋ

수능 마치자마자 시작한 과외선생 생활이 육년째. 폭력거짓말쟁이대통령돼지아저씨(예전 어느 녀석이 제게 붙여준 별명입니다) 과외선생이 된 걸, 다 저사람 탓으로 돌린답니다. ㅎㅎ

플라시보 2004-01-2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 너무 웃깁니다. 그 별명^^. (선생님 얘기는 좀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 상자가 있다니 무척 부럽습니다. 저는 베내옷 부터 아기때 노래를 불렀던 카세트 테이프가지 다 있었더랬는데 이사를 너무 자주 다니는 통에 잃어버렸습니다. 모든게 다 모여있는 상자. 참 뿌듯할 것 같습니다.
 


단순함의 끝을 보여주는 심플한 철제 테이블.

좀 무거운 것이 흠이겠지만 집안에 놔두면 무지하게 심플할 듯.

화장대 콘솔로 이용해도 이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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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1-2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 뭐 워낙 저런것에 찍히고 박히는 것은 단련이 되어있는 지라 이젠 두렵지도 않습니다. 답은 하나입니다. 운동장만한 집을 사서 되도록이면 가구들이 나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저는 주로 거실에 자그마한 상을 펴 놓고 앉아서 뭘 먹으려다가 옆에 있는 장식장에 엉덩이를 찍힙니다 덕분에 좀처럼 박아서 멍들기 힘든 엉덩이 부위에 언제나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잇습니다. 확실히 님의 지적대로 저건 조금만 박아도 아주 제대로 일 것 같네요^^

▶◀소굼 2004-01-2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들어서 어디에든 부딪히고 있는데^^; 정말 남들이라면 걸려 넘어지지 않을 그런 것에도 걸려 넘어진다지요. 모서리가 두렵긴하지만 심플함 하나만은 끝내주네요:) 저런 건 정말 넓은 곳에 둬야 볼 만할거 같아요.

플라시보 2004-01-2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운동장 만한 집인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쿡쿡 찍히고 처박히고 한다면 무척 코믹스런 삶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