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구역
이영수(듀나) 지음 / 국민서관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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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는 내가 이메진이라는 잡지에 한참 미쳐있을때 부터 알았다. 아니 어쩌면 하이텔을 이잡듯 뒤지던때 부터 알았는지도 모른다. 그땐 나도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듀나처럼 놀던 때였으니까... 아무튼 듀나는 내가 만든 이단보다 훨씬 똑똑했다. 듀나는 여러명이다 혹은 한명이다라는 설이 분분했지만 이단은 분명 나 혼자였으니까. 그래도 사람들에게는 여러명이라 뻥을 치고 다녔더랬다. 어떤가? 어차피 사이버 공간 안에서의 일이고 나는 그 공간이 이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될줄은 몰랐었던것을...

사족은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듀나는 그다지 많이, 몹시 똑똑하지는 않다. 왜냐면 나같은 멍충이도 그가 말하는 모든 문화코드를 다 알고 있을 정도이므로. 얼마나 깊이가 심오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넓이는 보통 사람들도 충분하게 커버할 수 있는 정도이다. 한마디로 사이버펑크 세대의 천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듀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내는 속도에 놀라는데 듀나는 컴퓨터가 아니므로 속도는 문제가 아니다. 그 답이 문제이지... 그래도 사람들은 집착한다. 듀나가 빨랑빨랑 답글을 다는데 놀란다. 그건 아마 듀나의 한타 수를 놀라워해야 할 일이 아닐까? 어떻게 그렇게 많은것을 아냐고? 그건 멍청한 질문이다. 내 주변만 해도 듀나만큼 아는 사람들 천지니까... 다만 듀나는 자신을 드러냈을 뿐이다.

쓰다보니 마치 듀나의 험담처럼 되어버렸는데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책 얘기를 한번 해 보자. 듀나의 면세구역은 부담없는 책이다. S.F.로 분류하기는 조금 약한감이 있는 대신 누구나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유달리 책 표지에 집착하는 나는 처음 책을 받아보고 그 놀랍도록 유치뽕짝인 표지에 한숨을 쉬었지만(쪽팔려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는 도무지 읽을수가 없다. 생각끝에 달력을 북 뜯어서 책표지를 샀다.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건 일본보다 못난 국민이여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책표지들 때문이다.) 안에 글자들은 꽤나 편하게 배열이 되어있다. 양 가 쪽으로 여백이 충분해서 그런지 눈도 편하고 책장도 잘 넘어간다. 그러나 책이 넘어가는 이유가 어찌 폰트 디자인 때문이리요..
영화를 좋아하고 통신을 하며 적어도 책 몇권이라도 읽으면서 사는 인간들이라면 듀나의 책은 아주 재미난 경험일 것이다.

듀나는 아주 여러곳에서(특히 영화) 모티브를 따서 단편을 만들었고 책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단편. 면세구역은 마치 무라카미류에게 바치는 오마쥬같다. (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이었던가? 그 책 제목이?...) 무리없이 술술 읽히면서도 그다지 바보같지 않은 책들은 세상에 널려있지 않다. 굳이 촌스러운 책 표지에 보란듯이 떡하니 붙어있는 '중앙일보가 선정한 2000 좋은책 100선' 이라는 광고 문구를 들먹이지 않아도 충분하게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단. 정통적이고도 하드한 S.F는 기대 않는게 좋다. 듀나는 충분하고도 넘칠만큼 대중적이니까 말이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심오하고도 진지한 킬링 타임용 (이게 뭔 소린진 나도 모르겠다.)
*함께하면 좋을 음식 : 모든 퓨전 푸드들.(듀나의 책 또한 국적불명이므로-이거 절대 나쁜소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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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이해하는 현대사상 그림으로 이해하는 교양사전 1
발리 뒤 지음, 남도현 옮김 / 개마고원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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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일본인들 답다. 현대 철학사상을 이런 포켓북 사이즈에다 그림까지 덧붙여서는 별 어려운 말 쓰지 않고 간략하게 설명하니 말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이 이걸 썼더라면 무척 두껍고도 자세하지 않았을까? 축소지향적이라는 말은 이럴때 쓰나보다. 지식마저도 간편화시켜서 소화 흡수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다운시켜주니 말이다.

이 책은 아마 버스나 지하철에서 읽기에 딱 좋지 않나 싶다. 한손으로 잡을만큼 사이즈도 작고 요즘 콩알만한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여성이라 할지라도 이 책이 안들어가는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별로 심오하거나 어렵지 않아서 넥스트 스탑 어쩌고 하는 안내멘트에 거의 방해받지 않고 읽을 수 있으며 한손으로 들 수 있는것 또한 이책의 커다란 미덕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내용은 좋지만 그림은 별로다. 뭐 그림을 보려고 책을 사는게 아니잖느냐고 따져 물으면 할말 없겠지만 나는 좀 더 멋진 그림을 그려넣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왕지사 그릴거였다면 말이다. 특히 거의 대부분의 철학자나 사상가들이 왕창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는 대목이 맘에들지 않는다. 그들도 간혹은 웃었을텐데... 너무 심각한 표정들을 하고있다. 물론 그 그림들이 조금은 심각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웃는다고 해서 내용이 가벼워지는건 아니지 않는가!

읽어 볼 만한 책인것은 확실한데 다만 깊이를 기대하지 않는것이 좋다. 대략적인 개념 설명이 대부분이고 입문서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하다. 만약 이 작은 책에 현대사상을 모두 담을 수 있다면 우리는 머릴 쓰며 사는 종족이라고 더 이상 우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집이 먼 그대여 권하노라. 버스건 지하철이건...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용기 있으면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뭘 먹어보시지 그래. (뭐 껌이나 사탕은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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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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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이게 재미있는지 없는지 판가름하기가 이토록이나 난해한 적은 처음이다. 읽는 내내 나는 여기서 이 책 읽기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읽을 것인가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은 여기에 서평을 쓰고 앉았는걸 보면 끝까지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결코 녹녹하게 넘어가지는 않는 책이다. 어려운 내용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용의 갈피를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중반부분이 되면 조금씩 흥미를 가지고 읽는게 가능하다.

나는 책의 내용보다도 이 정도의 스토리를 가지고 이렇게나 두꺼운 분량(무려 737페이지)을 만들어내는 코니 윌리스에게 존경심마저 든다.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우리가 그다지 많이 알지 못하는 작가들의 책들 (미국이 아닌 유럽쪽의 작가들)은 대부분 얇고 읽기가 좋은데 반해 이 책은 포장을 풀자마자 그야말로 '두둥'하는 소리를 내며 나왔다. 판형은 작지만 그 두께는..아까 페이지 수를 말 했으니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다.

SF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시간 여행만 빼면 19세기 영국을 제현한 역사책처럼 보일 정도이다. 간혹 편차니 시공간 위치 확인 모순의 자체 교정이니 하는 말이 나오지만 그건 양념정도로도 턱없이 부족한 정도이다. 시간 여행에 관해서 그게 어떻게 가능하며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냐 보다 주인공들이 시간여행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으로 다뤄지고 있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서는 내용이 조금은 부실한 느낌이 들지만 어떤 서평자가 밝혔듯 군데 군데 나도 모르게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는 유머가 등장한다. 만약 누군가가 이 책을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좀처럼 쉽사리 대답하지는 못할것이다.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한다거나 무수한 SF를 읽어치운 이들에게는 시간이 남으면 읽으라고 권해보겠다. (참고로 책을 읽어치우는데 걸린 시간은 10일이었고 나는 하루에 10시간을 일한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추천할래도...안할래도...무언가 캥기는...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워낙 두꺼운 책이라 그냥 아침 점심 저녁을 먹으며 읽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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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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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에 이미 들은 얘기였다. 일어 선생님께 들었는데 그때에도 나는 그네들의 정서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그때 모밀국수라고 했었는데 우동이냐 모밀 국수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고 따뜻함을 느꼈다는 사람들을. 나는 정말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명절때 단 한그릇의 우동만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그건 일본 어머니이기에 그런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 같았으면 그 돈으로 라면이라도 사서 아이들에게 배불리 먹이지 않았을까? 꼭 명절날 아이들 기를 죽여가면서 한그릇 가지고 셋이나 나눠 먹어야 하는가 말이다. 우리의 어머니도 죽기 살기로 남편의 빚을 갚을것이고 참으로 가난하게 살았겠지만 아마 다른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꼭 매식을 해야만 명절을 명절답게 보내는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그 우동집 주인. 과연 우리 같으면 조금 양 많은 한그릇을 그들 앞에 내어 놓았을까? 대한민국의 정서로는 세그릇을 내어놓고 한그릇 값을 받았을 것이다. 그건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여자와 그의 두 아이들을 이 순간 배 부르게 해 주는 것이야 말로 정이 아닌가 말이다. 그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할까봐 한그릇만 조금 양 많게 내어놓고는 주방에서 흘리는 눈물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이 책을 보고서 나는 느꼈다. 그 어떤 일본에 관한 평가서보다 더 정확하게 일본을 표현해 주는 책이라고. 이거 한권이면 국화와 칼이니 하는 책 (물론 훌륭한 책이다.)보다 더 많은걸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일본이 얼마나 무서운 나라인지... 겉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보이지만 나는 정이 없는 이들의 정서가 참 소름끼친다. 어째서 이 책이 각광을 받았는지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이 차갑고 무서운 정서가 어째서 본받아야 할 정서인지 모르겠다. 나는 자존심이 상해 하더라도 엄마를 몰래 불러서 세 그릇의 값을 치뤘다고 아이들에게 말 하라고 시키고 세 그릇을 내어놓아 그들이 배불리 또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겠다. 주방에서 눈물따위를 훔치느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중에 아이들이 장성했을때 엄마는 아이들을 대리고 와서 진짜 값을 다 치른 우동 세그릇을 먹으면서 과거에 주인이 한그릇 값으로 세그릇을 준 것을 이야기 하며 아이들에게 서로 돕고 사는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은혜를 값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게 하겠다. 암튼 우리 정서와는 안맞는 일본이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배고픈 이의 자존심보다 그의 딱 달라붙은 뱃가죽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이다.
*함께하면 좋을 음식 : 당연하게 우동이다. (시켜 먹으면 배달 오는 사이에 다 읽을 만큼 짧은 책이므로 그냥 국물이 끝내준다는 인스턴트 우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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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류는 도대체
신해철 외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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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현재 일본 문화계의 거장이다. 책은 물론이거니와 영화며 음악에 걸쳐. 21세기 사람들이 문화랍시고 즐기는 모든 코드를 이해하고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하는 인간. 이 책은 무라카미 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 주는 이야기다. '자... 이러니까 너도 무라카미 류를 한번 읽어봐' 혹은 '내가 생각하기에 무라카미 류는 말이지...' 하면서 말이다.

다만 그게 친구들이나 지인이 아닌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유명인사들 혹은 연예계 종사자들이란 점이 색다를 뿐이다. 나는 아직까지 그렇게 각계 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반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아마 무라카뮤 류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다양함과 다름을 무기로 사는 문화 종사자들이 몰개성한 인간 집단들 처럼 보여도 아랑곳 않고 한 목소리로. 한 사람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면...

이 책은 무라카미 류를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자칫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볼 수도 있으니까. 여기는 알라딘 독자 서평란처럼 친절한 글들이 아니라 그들의 평소 개성을 한껏 살린 글들이라서 글의 소개라기 보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주기에 딱 알맞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라카미 류의 광팬들이 읽어보고 자신의 평소 느낌과 비교를 해 보는 것이 좋을것 같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정말 무라카미는 도대체가 말이지...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찐 옥수수 (내가 그걸 먹으면서 이 책을 봤으므로...다른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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