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1
윤인완 글, 양경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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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윤인완과 양경일은 아일랜드를 내면서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고생인지는 그들과 일면의 대면식조차 없는 내가 알리는 없고 암튼 고생을 하긴 했던 모양인지 아일랜드 만화는 중단된 상황에서 책이 나왔다. 나는 만화를 먼저 본 상황에서 책을 보면 더 재밌다는 아우의 말을 믿고 현재 책으로된 아일랜드를 주문 해 놓은 상황이다.
아우의 말에 따르면 책에서 훨씬 친절하게 모든 캐릭터들의 비밀이 설명된다고 한다. 반이 왜 그렇게 살인귀 못지 않게 살육을 좋아하는지.. 혹은 여자 주인공이 왜 귀신들의 타겟이 되었는지 등등. 그 중에서도 가장 불쌍한 캐릭터는 예수쟁이(누군지 다들 아시죠?) 인데 그 아이의 스토리는 몹시도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아일랜드는 그림과 글 모두 걸출한 솜씨를 보인다. 좀처럼 도전하기 힘든 장르를 택한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멋진 그림이 아니면 바로 3류로 전략할 위험 속에서 그들은 비교적 잘 해 왔다고 본다. 아일랜드를 처음 만난것이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그랬는데 지금도 간혹 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하면 끄집어내서는 밤을 꼴딱 세곤 한다. 그만큼 아일랜드는 읽고 또 읽어도 지겹지 않다. 참고로 처음 미호가 등장하는 장면 (사진이다. 계단에 앉아서 죽도록 노려보고 있는) 의 실제 모델은 아무로 나미에이다. 다들 아는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로 나미에의 앨범에서 그림으로 된 미호가 아닌 살아있는 미호를 만난 충격이란^^

지금 나는 책으로 된 아일랜드가 오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만화를 다 본 사람들은 책을 읽는게 좋을것이다. (단 좋지 않을경우 책임은 못진다. 아우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밤이 외로운 그대에게 바쳐 부끄럽지 않은 책 한권.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카레라이스 (미호가 만든걸 다 먹어치운 괴물을 기억하는가? 자신이 그 괴물이라 생각하면서 3분 카레를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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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1 - 사도의 습격
GAINAX 지음, 사다모토 요시유키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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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평제목을 다 알아들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반다이보다는 가이낙스를 사랑한다. 물론 반다이에서 나오는 완구(이렇게 표현하니 애들 장난감 같군^^)는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들이 완구를 팔아먹기 위해 이런 저런 스토리에 간섭을 하는것은 영 마땅찮다. 아무튼 가이낙스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에바가 있기 때문이다. 한때 내 아이디가 에바01 이었던 만큼 나는 에바의 광팬이다. 단지 칠드런들이 타는 병기 에바가 멋지구리해서만은 아니다. 그보다 나는 지혜의 나무가 등장하고 사해문서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코스모폴리탄적인 정서가 좋다.

에바는 결코 녹녹한 스토리가 아니다. 오징어나 질겅거림서 로봇물이군 어디한번 피터지게 싸워보시지 하고 볼 망가는 아니라는 소리다. 에바는 꽤나 진지하고 심각하다. 오죽하면 극장판에서 안노는 에바에 열광하는 우리들 자신을 보여주면서 현실로 돌아가라는 당부까지 하겠는가.(그 당부에 의해 내가 현실로 돌아왔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는 자신의 팬마저 짓밟을줄 아는 꺼뻑 넘어갈만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다.) 에바에 등장하는 세 칠드런은 모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신지의 경우 아버지에대한 두려움이 결국은 세상 모든일에 대해 피해가고만 싶은 자아를 만든다. (그러나 피하는자 답지 않게시리 폭주는 잘한다.) 레이는 알다시피 신지 엄마의 클론이다.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한 많은 인생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밝아보이는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나는 그녀가 죽기전 마지막으로 폭주할때 너무 멋져서 펑펑 울었더랬다. 죽고싶지 않아 라고 외치는 그녀의 마음을 백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레이는 사실 서비스 차원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었다.(사실 에바의 모든 캐릭터들이 다 서비스 서비스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적당히 밝은 성격과 다소의 까불거림. 거기다가 쭉 빠진 몸매와 긴 머리는 남성들 혹은 소년들의 판타지가 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던 그녀가 죽기 바로 직전에 사도와 맞써 싸우는 장면은 에바의 결투씬중 가장 힘있고 묵직한 명장면이었다. 그녀는 결코 서비스컷처럼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무관심한 엄마. 항상 혼자 모든걸 다 해내고 사랑받을 수 없다면 차가워지는 편이 덜 상처받는다는 것을 안 조숙한 소녀.

다들 레이가 멋있다고 난리지만 레이는 멋있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캐릭터라 별로 정이 안간다. 게다가 극장판 거대 레이를 본 사람이라면 레이에 관한 환장할 정이 뚜욱 떨어짐을 느낄것이다. (안노도 레이를 약간은 미워하는지 신지는 언제나 레이에게 자신의 욕정을 푼다. 아파 누워있는 레이 옆에서 자신의 손바닥에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장면의 해변에서도...변태같은 신지녀석^^) 레이의 푸른 머리와 붉은 눈동자. 그리고 말수가 적은 모습은 딱 오타쿠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니 그녀가 받는 사랑은 너무 평범한 궤도에 있어 따분하다.

아무튼 에반게리온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느끼게 한다. 이토록 철학적인 사고를 지닌 만화를 만나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다. 드래곤볼 같은 대작들에 비교될 만한 범작들은 그리 많지 않은 현실에서 에반게리온은 더 빛나는 작품이다.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은 에반게리온이 단순하게 재미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미리 공부 좀 하고 보는게 더 재밌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어메이징하면서도 서프라이즈한...
*함께하면 좋을 음식 : 맥주와 스시. (펜펜도 먹는데 우리라고 못먹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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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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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글을 읽으면서 내내 겨울이 떠 올랐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재미는 있지만 몹시 사람을 지치게 한다. 명백하게 무거운 주인공들의 삶이 나에게도 전이되는것 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더 환장할것은 정작 나에게 느껴지는 무게가 아니라 주인공들이 너무나 힘없이 그 삶에 마른 찌꺼기처럼 엉겨붙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단편 '내 고향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우울한 청소년의 일기같은 글인데 재밌는 사실은 서로 알고 지내는 두 소년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부턴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이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 이 조숙하고도 본인은 별로 불행할 것이 없는 소녀가 다른 칙칙한 삶들을 보며 느낀것을 적은것이라면 이번 소설은 별로 조숙하지도 않고 몹시 불행한 소년이 자신의 칙칙한 삶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소설이다. 뭘 말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이런 청소년도 있을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누가 꽃피는 봄날 리기다소나무 숲에 덫을 놓았을까. 는 마치 타인에게 말걸기를 다른 각도로 뒤집어본 것 처럼 보인다. 전작 타인에게 말걸기에서는 아무도 반겨줄수 없는 성격을 가진 여자 주인공이 타인과 함께 썪여 살기 위한 노력을 한 남자의 시선으로 본 것이고 이번 누가...는 아무리봐도 행복하게 사는것이 당연한 성격이지만 왜 그런지 모두의 미움을 받고야 마는 여자가 역시 타인과 함께 살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소설이 타인에게 말걸기인데. 이것 보다는 조금 럭셔리하고 (보면 안다. 왜 럭셔리한지...) 조금은 더 우울한 이야기이다. 딸기 도둑은 꼭 내 상황인것 같아서 한참 웃겼다. 그러나 내용은 결코 웃기지 않다. 다만 군데 군데 상황이 좀 비슷했다.

다음 내가 살았던 집은 [고양이는 부르지 않을때 온다]라는 여류 작가들이 펴낸 책에 있었던 것으로 나는 이미 읽었으므로 그냥 건너뛰었다. (사족이지만 고양이도 재미난 단편집이었다. 작가들이 다 다르고 또 그 작가들마다 꽤 실한 역량을 펼치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와 아내의 상자는 조금 밋밋한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볼때 예전의 번뜩이던 은희경은 어딘가로 사라진것이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자꾸만 속 안으로 움츠려드는 달팽이처럼 자꾸만 안으로 말리기만 한다. 더구나 그 달팽이는 늪 위에서 그러고 있으니... 나는 은희경이 조금 더 경쾌해지고 명확해지길 바란다. 예전에 그랬던것처럼... 그녀의 소설에는 톡 쏘는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약간 김이 빠져버렸다. 그래도 아직까지 완전하게 김이 빠지지 않았음은 몇몇 놀랍도록 빛나는 문장안에 살아 숨쉬는 그녀만의 재치이다. 아무튼 기대했던 것 보다는 약간 별로였지만 역시 그녀의 소설들 답게 아주 빨리 잘 읽혔다. 내 손에 배달된지 이틀만에 읽어 치웠는데 난 백수가 아닌 아주 오랜시간 노동해야 먹고 사는 인간이니까 비교적 빨리 읽은 셈이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은희경씨 쫌만 더~
*함께하면 좋을 음식 : 없다. (요즘 내가 소화불량이라 점점 말라 비틀어지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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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
전유성 지음 / 경당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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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좀 어리버리 하다. 생방송중에 게스트로 나와서 별로 할 말이 없으면 조용하게 앉아있다가 이내 꾸벅 꾸벅 졸기 일쑤이다. 그는 그다지 많이 웃기지도 않는다. 텔레비전에서 그를 보며 뒤집어지게 웃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그를 조금이라도 알게, 아니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얼마나 웃기는지를 알게된다. 이른바 '전유성식 유머'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미스터빈 이라는 영국 코메디프로를 처음 보는 이들은 거부감을 가지지만 일단 빠지면 아주 돌아버릴 정도로 그 프로를 좋아하게 되는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전유성은 내가 볼때 천재이거나 아님 외계인다. (이로서 나도 외계인 음모설에 가담했다. - X파일 너무 열심히 보면 간혹 이런 증상이 생깁니다.)

그가 낸 책들은 거의 다 읽어 보았는데 그 무한한 상상력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어메이징 하기 짝이 없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그의 생각은 내가 보기에는 약간 삐뚤한 시선에 있는것 같다. 언제나 정면을 보면서 벌서듯 사는 인간들과는 달리 그는 언제나 약간은 멍하고 약간은 삐딱한 (그러나 멋지구리하게 삐딱하여 오만상 카리스마를 흘리는 인간들하고는 다르다.)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낚아 올리는것 같다.

이 책은 제목에서 모든걸 설명해 준다. 하지 말라는 짓들은 정말 다 재밌으니까... 어렸을때 우리 아버지는 불량식품을 혐오하고 그걸 먹는 인간은 무슨 쥐며느리라도 되는양 취급 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불량 식품은 슈퍼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아니다.) 온갖 불량식품들의 향연 속에서 행복해했었다. 물론 그 뒤에는 회초리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매번 공책이나 연필이 아닌 다른걸 사려고 문방구를 들낙거렸더랬다. 내가 그랬던건 불량식품들이 정말 눈뒤집어지게 맛나서였다기 보다 그냥 금지된 유혹의 관능에 넘어간 것이었다. (이렇게 쓰고나니 불량식품과 불륜에라도 빠진것 같군...)

전유성은 바로 그런점들을 시원스럽게 긁어주고 있다. 온갖 해서는 안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당당하게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하란대로만, 그어진 선 위로만 걷는 삶이란 얼마나 지루하고도 따분할 것인가! 남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어 트라우마를 입히는 짓거리가 아니라면 가끔은 전유성이 제안하는 하지말란 재미난 짓들을 해보고 사는것도 괜찮은 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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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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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다 보고 난 이후에서야 비로서 보게 되었다.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의 팬이라면 당연히 그 작가의 작품을 기다리느라 작가가 쓴 시기대로 읽혀지겠지만 나는 은희경을 잘 몰랐으므로 그냥 닥치는대로 읽었다. 하나 다행스러운 것은 새의 선물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마지막 춤은 나와함께를 새의 선물 다음에 읽게 된 것 정도.

그녀의 글솜씨는 놀랍다. 비록 여류작가를 폄하하는 내 친구가 일기장같은 책들을 언제까지나 발표할 꺼냐고. 조금이라도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예 손도 대지 못함을 비아냥거리고 있지만 (사실 박경리씨나 박완서씨등 여류문학의 대가라 불리우는 사람들도 그 점에 있어서만큼은 혐의점을 부인하기 힘드리라) 그래도 그녀의 일기던, 책이던 암튼 그것은 놀랍다. 알맞은 정도의 읽기 템포를 유지시켜주는 문장과 간혹 불거져 나오는 시니컬하고도 블랙코메디같은 유머들은 빛나는 발상의 승리이다.

아주 조숙해서 세상을 한 4~50년 산 여편네의 정서(?)를 가진 12살난 여자아이가 바라본 세상을 그린 '새의 선물'은 일종의 성장기 소설이다. 그렇지만 여자아이는 이미 소설이 시작할때 부터 다 자라있다. 오히려 성장하는 것은 그녀 주변의 어른들. 그 중에서도 특히 철딱서니 없으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그녀의 이모이다.

내 친구의 믿을만한 정보에 의하면 이 소설은 단편 드라마로 만들어졌었다고 한다.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홍어'정도의 분량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좋아하는 작품을 망치지 않고 잘 살려준 특집극 '홍어'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친구가 기억하는 유일한 등장 인물은 이모인데. 극중 이모분을 지금은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중인 윤손하가 맡았었다고 한다. 나는 그러니까 책을 읽기전에 윤손하를 이모로 생각하고 나머지 인물들도 내 멋대로 기존에 있는 배우들을 대입시켜서 읽기 시작했다. 시각적 정보를 하나 제공받은 셈이었고 거기다 내 상상력까지 더했으니 당연히 책읽기는 평면속의 글자가 내 뇌리에 박혀 사고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드라마를 보는것 처럼 내 머리속에 삼차원의 영상으로 떠올랐다.

책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워낙 실감나게 묘사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적당한 배우를 찾아 끼워맞추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예를들어 세들어 살던 이쁜 언니는 강수지(이렇게 되면 배우에 국한된 캐스팅이 아니군...) 철딱서니 없는 이모 윤손하의 친구는 이혜영. 뭐 이런식으로 말이다. 새의 선물에서는 심오한 메세지를 기대하지는 않아야 하지만 읽기의 재미를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작가란 모름지기 발로 뛰며 써야한다는 치들도 있지만 그런사람은 그런대로 또 은희경처럼 자신의 경험과 여러가지 상상력들을 뒤범벅시켜 작품을 내놓는 사람들은 또 그런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더구나 이렇게 재미있다면) 것이 내 생각이다.

모든 예술이 다 어렵고 심오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대중을 상대로 한다면 재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요소중의 하나이다. 대중을 싸구려로 보는 것은 일종의 자기기만이다. 재미가 없다면 영화도 연극도 책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환영받는 이른바 잘난 컬트가 될 뿐이다.(물론 컬트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저 고명한 럭키호러 픽처쇼나 이블데드에 미쳐있던 나날들은 내가 생각해도 낮뜨거우니까...) 오타쿠만이 문화를 즐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은희경의 책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몹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적어도 그 재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별 무한대를 줄 수 있는 작품이다. 조금 투터운 책이지만 속도감이 있어서 몹시 빨리 읽히며 그 다음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도 셋트로 사서 읽는것이 좋을것이다. 나처럼 한밤중에 새를 다 읽고 마지막 춤은을 주문해 놓고는 안절부절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재밌다. 무조건 아주 많이 재밌다.
*함께하면 좋을 음식 : 김치전 (읽는 내내 먹고팠는데 한으로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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