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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1 - 사도의 습격
GAINAX 지음, 사다모토 요시유키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제목을 다 알아들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반다이보다는 가이낙스를 사랑한다. 물론 반다이에서 나오는 완구(이렇게 표현하니 애들 장난감 같군^^)는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들이 완구를 팔아먹기 위해 이런 저런 스토리에 간섭을 하는것은 영 마땅찮다. 아무튼 가이낙스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에바가 있기 때문이다. 한때 내 아이디가 에바01 이었던 만큼 나는 에바의 광팬이다. 단지 칠드런들이 타는 병기 에바가 멋지구리해서만은 아니다. 그보다 나는 지혜의 나무가 등장하고 사해문서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코스모폴리탄적인 정서가 좋다.
에바는 결코 녹녹한 스토리가 아니다. 오징어나 질겅거림서 로봇물이군 어디한번 피터지게 싸워보시지 하고 볼 망가는 아니라는 소리다. 에바는 꽤나 진지하고 심각하다. 오죽하면 극장판에서 안노는 에바에 열광하는 우리들 자신을 보여주면서 현실로 돌아가라는 당부까지 하겠는가.(그 당부에 의해 내가 현실로 돌아왔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는 자신의 팬마저 짓밟을줄 아는 꺼뻑 넘어갈만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다.) 에바에 등장하는 세 칠드런은 모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신지의 경우 아버지에대한 두려움이 결국은 세상 모든일에 대해 피해가고만 싶은 자아를 만든다. (그러나 피하는자 답지 않게시리 폭주는 잘한다.) 레이는 알다시피 신지 엄마의 클론이다.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한 많은 인생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밝아보이는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나는 그녀가 죽기전 마지막으로 폭주할때 너무 멋져서 펑펑 울었더랬다. 죽고싶지 않아 라고 외치는 그녀의 마음을 백분 이해할 수 있었기에...
레이는 사실 서비스 차원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었다.(사실 에바의 모든 캐릭터들이 다 서비스 서비스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적당히 밝은 성격과 다소의 까불거림. 거기다가 쭉 빠진 몸매와 긴 머리는 남성들 혹은 소년들의 판타지가 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던 그녀가 죽기 바로 직전에 사도와 맞써 싸우는 장면은 에바의 결투씬중 가장 힘있고 묵직한 명장면이었다. 그녀는 결코 서비스컷처럼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무관심한 엄마. 항상 혼자 모든걸 다 해내고 사랑받을 수 없다면 차가워지는 편이 덜 상처받는다는 것을 안 조숙한 소녀.
다들 레이가 멋있다고 난리지만 레이는 멋있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캐릭터라 별로 정이 안간다. 게다가 극장판 거대 레이를 본 사람이라면 레이에 관한 환장할 정이 뚜욱 떨어짐을 느낄것이다. (안노도 레이를 약간은 미워하는지 신지는 언제나 레이에게 자신의 욕정을 푼다. 아파 누워있는 레이 옆에서 자신의 손바닥에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장면의 해변에서도...변태같은 신지녀석^^) 레이의 푸른 머리와 붉은 눈동자. 그리고 말수가 적은 모습은 딱 오타쿠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니 그녀가 받는 사랑은 너무 평범한 궤도에 있어 따분하다.
아무튼 에반게리온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느끼게 한다. 이토록 철학적인 사고를 지닌 만화를 만나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다. 드래곤볼 같은 대작들에 비교될 만한 범작들은 그리 많지 않은 현실에서 에반게리온은 더 빛나는 작품이다.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은 에반게리온이 단순하게 재미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미리 공부 좀 하고 보는게 더 재밌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플라시보의 스무자 평 : 어메이징하면서도 서프라이즈한...
*함께하면 좋을 음식 : 맥주와 스시. (펜펜도 먹는데 우리라고 못먹을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