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
전유성 지음 / 경당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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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텔레비전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좀 어리버리 하다. 생방송중에 게스트로 나와서 별로 할 말이 없으면 조용하게 앉아있다가 이내 꾸벅 꾸벅 졸기 일쑤이다. 그는 그다지 많이 웃기지도 않는다. 텔레비전에서 그를 보며 뒤집어지게 웃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그를 조금이라도 알게, 아니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얼마나 웃기는지를 알게된다. 이른바 '전유성식 유머'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미스터빈 이라는 영국 코메디프로를 처음 보는 이들은 거부감을 가지지만 일단 빠지면 아주 돌아버릴 정도로 그 프로를 좋아하게 되는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전유성은 내가 볼때 천재이거나 아님 외계인다. (이로서 나도 외계인 음모설에 가담했다. - X파일 너무 열심히 보면 간혹 이런 증상이 생깁니다.)

그가 낸 책들은 거의 다 읽어 보았는데 그 무한한 상상력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어메이징 하기 짝이 없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그의 생각은 내가 보기에는 약간 삐뚤한 시선에 있는것 같다. 언제나 정면을 보면서 벌서듯 사는 인간들과는 달리 그는 언제나 약간은 멍하고 약간은 삐딱한 (그러나 멋지구리하게 삐딱하여 오만상 카리스마를 흘리는 인간들하고는 다르다.)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낚아 올리는것 같다.

이 책은 제목에서 모든걸 설명해 준다. 하지 말라는 짓들은 정말 다 재밌으니까... 어렸을때 우리 아버지는 불량식품을 혐오하고 그걸 먹는 인간은 무슨 쥐며느리라도 되는양 취급 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불량 식품은 슈퍼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아니다.) 온갖 불량식품들의 향연 속에서 행복해했었다. 물론 그 뒤에는 회초리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매번 공책이나 연필이 아닌 다른걸 사려고 문방구를 들낙거렸더랬다. 내가 그랬던건 불량식품들이 정말 눈뒤집어지게 맛나서였다기 보다 그냥 금지된 유혹의 관능에 넘어간 것이었다. (이렇게 쓰고나니 불량식품과 불륜에라도 빠진것 같군...)

전유성은 바로 그런점들을 시원스럽게 긁어주고 있다. 온갖 해서는 안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당당하게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하란대로만, 그어진 선 위로만 걷는 삶이란 얼마나 지루하고도 따분할 것인가! 남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어 트라우마를 입히는 짓거리가 아니라면 가끔은 전유성이 제안하는 하지말란 재미난 짓들을 해보고 사는것도 괜찮은 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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