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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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패스트푸드를 그다지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학창시절에는 어두컴컴한 학생식당보다는 학교 앞 서브웨이에서 참치 샌드위치를 먹거나 웬디스에서 햄버거를 사먹곤 했다. 집 근처에서 버거킹의 치킨 버거를 저녁 대신으로 먹은적도 많았다. 요즘에는 거의 사내 식당을 이용하지만 영화를 보러 갈때는 의례 영화관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빅사이즈의 콜라와 새우버거 혹은 휘시버거를 사곤 한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전세계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패스트푸드 점일 것이다. 도미노 피자나 핏자헛. KFC. 서브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맥도날드와 버거킹만큼 값싸고 대중적이지는 않다. 그 곳에서는 다양한 맛을 내는 햄버거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가는 황금색의 잘 튀겨진 프렌치 프라이를 팔고 있으며 뼈가 없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치킨 너겟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프렌치프라이와 햄버거 그리고 치킨 너겟의 진짜 성분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프렌치 프라이는 감자. 햄버거는 빵과 쇠고기 그리고 양상추와 피클 몇조각. 너겟은 치킨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며 수박의 겉만을 본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한 에릭 슐로서는 철저한 현장 취재를 통해 우리가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그리고 치킨 너겟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려준다. 프렌치 프라이가 우지牛脂로 튀겨지다가 반대에 부디치자 식물성 기름으로 바꾸는 대신 독특한 동물성 지방의 향미를 유지하기 위해 이름도 어려운 화공약품을 수십가지나 집어넣고는 단 한줄의 성분 표기도 하지 않음을.

햄버거 사이에 끼여있는 고기는 놀랍도록 비위생적인 도축 과정에서 간혹 죽은 쥐가 섞여있기도 하다는 것을. 치킨너겟에 주성분인 닭가슴살을 늘이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거친 앞가슴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한 닭들이 치킨 너겟이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한 음식의 성분 뿐 아니라 맥도날드나 버거킹, 서브웨이등의 거대 프렌차이즈 업계가 디즈니 (디즈니 순수함과 거짓말 이라는 책을 참고하면 디즈니가 얼마나 악덕 기업인지 알 수 있다.)와 놀랍도록 닮았다는 것도 알게된다. (실제로 맥도날드의 창시자와 디즈니의 창시자는 동창생이며 함께 군 생활을 했으며 어린이를 이용한 마케팅은 놀랍도록 닮았다. 요즘은 디즈니 캐릭터를 맥도날드에서 팔아주는등 서로서로 연계해서 매출 신장에 더욱 힘쓰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미성년자이며 최저임금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거대 패스트푸드 프렌차이즈들은 광고에는 수십, 수백억 달러씩 쏟아 부으면서 고용자들의 임금 몇푼에는 각종 악행을 저지르며 죽을힘을 다해 저지하고 있는 것이다.

팝 아트 문화원처럼 생긴 알록달록한 패스트푸드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앳딘 종업원들이 큰 소리로 인사하며 친절하게 주문을 받고 또 어떤 메뉴를 고르는 것이 이익인가를 알려준다. (사실은 내가 주문한 것을 주문판에 치면 그것과 어울릴만한 음식에 자동적으로 불이 들어와서 주문을 받는 종업원은 매출증대를 위해 그것들을 권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마치 우리의 이익을 위해 그들이 친절을 배푼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잠시후면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포장된채 근사한 냄새를 풍기는 패스트푸드를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시는 그런 과정들을 더 이상 아무 생각없이 반복하지는 못 할 것이다.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음식은 패션처럼 입다가 실증나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몸에 남아 몸의 일부가 된다고.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당신이 패스트푸드점의 문을 열고 종업원들의 우렁찬 인사를 받을지는 어디까지나 당신이 선택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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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c 2005-06-2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나서 두달 넘게, 맥도널드 앞을 지날때마다 구토증상을 보였습니다. ㅡ.ㅡ;;; 책 읽고 몸이 그렇게 강렬한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던 지라, 참으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디즈니..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디즈니 순수함과 거짓말 - 디즈니 문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교육적 대안
헨리 지루 지음, 성기완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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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제패니메이션 보다는 디즈니의 만화를 좋아한다. 뱅크제를 사용하고(배경등을 저장했다가 여러번 써 먹는 것) 셀 수가 적어서 다소 딱딱한 동작을 보여주는 일본 만화는 디즈니만큼 부드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동안 닥터 슬램프랄지 포켓몬 같은 일본 만화가 어린이를 장악했는데 그것은 부족한 셀 수를 화려한 색깔이나 동작 (이를테면 달팽이 모양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색과 빛을 내는 장면)으로 대처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만화에 비해 디즈니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실제 동물에서 나온것들이고 (아기사슴 밤비는 현실에도 존재하지만 도라에몽은 없다.)며 그것들의 동작은 놀랍도록 유연하다. 디즈니는 한마디로 엄청난 물량공세가 가능한 거대 기업이다. 그 많은 셀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공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배경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 컴퓨터 그래픽을 쓰기도 하지만 만약 디즈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인물 셀 수 만큼 일본 만화를 만든다면 평균잡아 3편은 만들고도 남을것이다.

그렇다면 디즈니는 아이들에게 아주 유익한 만화지 않는가? 셀수가 많아 동작도 부드럽고 실제로 있는 동물들을 모델로 했으니 포켓몬처럼 보다가 아가들이 졸도하는 일도 없을테니... 그러나 디즈니가 누군가? 이것은 다 상업적인 전략에서 나온 것이지 절대로 아이들에게 유익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유아들은 꿈에 동물이 등장한다고 한다. 따라서 디즈니는 인간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인 동물을 이용했을 뿐이고 그 동물들로 각종 캐릭터 상품을 만든다. 인형을 비롯해서 전화기 칫솔. 심지어는 자신들의 캐릭터를 아동용 제과업체에서 사용하도록 해서 엄청난 개런티를 챙긴다. 그것도 모자라서 디즈니는 좀 더 자신들의 상품을 효율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디즈니 랜드를 만들었다. 디즈니랜드에는 디즈니사에서 만든 온갖 캐릭터 상품을 사도록 부추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부모들은 그 죄책감을 디즈니랜드에 아이를 데려가는 것으로 보상한다. 거기서 아이들에게 디즈니의 장난감과 캐릭터용품 그리고 디즈니에게 엄청난 세를 주고 들어와있는 각종 패스트푸드 음식을 사 먹인다.

디즈니는 한마디로 아이들을 이용한 가장 거대하고도 교묘한 상업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생산에는 기여하지 않지만 그들을 사랑하는 부모들을 조르면 막대한 금액의 구매자가 된다. 또한 그들은 어렸을때의 향수를 있지 못해서 커서도 디즈니를 동경하고 디즈니에 대한 캐릭터들을 마치 전쟁터에서 용사가 고향의 흙을 가지고와 쳐다보듯 한다.

그들에게는 디즈니가 어린시절의 동심이자 꿈이 되는 것이며, 점점 순수함에서 멀어지는 자신에게 어린시절의 순진무구함을 잠시나마 회상하게 하는 매개체이다. 그들은 또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여전히 아이들에게 디즈니 만화를 보여주고 디즈니랜드에 가서 디즈내 캐릭터 용품을 사 줄 것이다. 어린이야 말로 한번만 고객으로 끌어놓으면 그가 죽을때까지 충성을 다하는 구매자가 된다.

디즈니는 디즈니 대학까지 세워서 직원들을 교육시키며 사람들이 평생동안 디즈니가 심어놓은 환상 속에서 그들의 물건을 구매하기를 바란다. 디즈니는 처음에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캐릭터 용품을 팔기 위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극장가에서 그다지 흥행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망하지 않는다. 버거킹이나 맥도날드에서 그들의 캐릭터를 팔아주며 디즈니랜드 역시 마찬가지니까.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그저 순수하고 어린이의 꿈과 환상을 그린줄로만 안 디즈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걸 읽고나면 우리가 얼마나 거대기업들의 농간에 넘어가며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디즈니 만화를 보지 말란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이 무엇을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아이들을 디즈니의 평생 고객으로 만들어주는 일 따위는 막아야 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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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 - 서바이벌 핸드북
조슈아 피븐 외 지음, 양은모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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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이 멋진 책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 우리는 평상시에는 잊고 살지만, 사실 누구나 죽음에 노출될 수 있다. 천수를 누리고 사랑하는 가족 곁에서 조용히(그러나 유언은 중언부언 해가면서) 눈을 감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복 받은 일이 없겠지만 그런 복이 모두에게 다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백화점과 다리, 지하철 공사로 인한 도로 복공판이 수시로 무너지는 우리나라에서는 그 복스런 인물이 될 확률은 더욱 줄어들며, 간혹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하고 열차도 전복되며 관광버스에 도로 표지대가 꼿히기도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개인의 의지및 바램과는 상관없이 우리는 누구나 최악의 상황에 노출되어 생사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신이 맥가이버 사촌이라면 어디선가 '짠짠짠짠 짠짠 짠 짜잔짠~' 하는 BGM이 깔리면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지만 알다시피 맥가이버는 외국 사람이고 대한민국에 그의 사촌이 살 확률은 제로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악의 상황에서 주님이나 기타 신들을 찾으며 조용히 삶을 마감하기에는 당신이나 나나 너무 해야할, 또 하고픈 일들이많은 사람들이다.

삼풍 백화점이 무너졌을때 저 안에 내가 갇혔더라면 혹은 잘 달리던 성수대교가 갑자기 빠직 하고 금이 갈때 내가 그 위에 있었다면 하고 단 한번이라도 상상해 본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은 거의 모든 최악의 뭐같은 상황들이 총 망라되어 있으며 또한 그 상황에서 모진 목숨을 보존하는 방법들이 나와있다. 본인이 탐독한 결과 꽤 쓸만한 방법이 많았다.

그러나 이 책만으로 살 수는 없다. 이 책에서 요구하는 각종 방법들은 꽤나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요구했으며 때로는 지적 능력과 각종 도구들도 필요로 했으니까. 이 책을 보다 보면 캠핑이라도 한번 갈라치면 온갖 상황에 다 대비를 하기 위해서는 집을 통채로 메고 가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목청높여 주장하는 것은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최악의 상황에서 꼴까닥 하고 죽는것 보다는 낫다.

이 책을 참고로 해서 각종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는다면 참 멋지구리한 일이 될 것이다. 나중에 인터뷰할때 이 책을 들먹이며 평상시에도 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철두철미한자신의 준비성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을터이니 말이다. 자~ 단돈 몇천원으로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끔찍한 상황에 대비를 해 보자. 설사 그때 가서 살지 못할지라도 상황파악정돈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참고로 이 책을 읽고나면 나침판이나 빅토리녹스. 구급약통을 짊어져야 거릴 나설 수 있는 병에 시달릴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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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상
페터 회 지음 / 까치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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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은 어떤 여자에 관한 얘기다. 그 여자는 제목에서 알다시피 눈(보는 눈 말고 내리는 눈입니다.)에 대해 대단한 감각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것들을 관찰하고 상황을 파악하는데도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런 여자가 사는 곳에 한 아이가 떨어져서 죽는다. 실족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맞서 평소 아이와 친했던 스밀라는 타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증거로 눈을 댄다. (아이는 눈이 내리는 날 지붕위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때부터 스밀라와 음지에 있는 거대 조직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스밀라는 한 남자를 의지하게 되고 사건의 실마리를 어렵지만 훌륭하게 풀어 나간다.

여기까지 예기하면 내용이 몹시도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책인가보다 하겠지만 절대로 아니다. 스밀라는 사건을 자신의 감각과 느낌에 의지 하면서 파악해가기 때문에 진행은 다소 느리다.

그러나 헐리우드 블럭 버스터에서 맥 빠지게 느려터진 스펙타클 액션과는 다른 느낌이다. (느려터진 스펙타클 액션!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충분히 빠른 진행으로 긴박감을 조성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아주 천천히 속을 드러낸다. 그래서독자는느긋한 내용을 보면서도 빨리 알고 싶어서 조바심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이 만약 아주 빠르게 전개가 되었다면 그저 그런 추리소설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철학과 감각을 모두 담고 있기에 그 어떤 장르에도 편승하지 않고 홀로 독야청청 빛나게 된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은 폭발적인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사실. 영화의 제목은 '센스 오브 스노우'인데 물론 나는 그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봤다. 아마 개봉 하루만에 내려왔거나 개봉조차 못하고 바로 비디오로 출시된 듯 한데 영화도 몹시 재밌다. 특히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책을 읽으며 내내 상상했던 스밀라의 모습과 영화에서의 스밀라를 비교 해 보는것이 재밌었다.

내가 생각한 스밀라는아주 말라깽이에 키만 큰 여자였는데 영화에서의 스밀라는 쬐끔 육감적이다. 스밀라가 도움을 받는 남자 또한 책에서는 약간 어리버리한 타입인데 영화에서는 꽤 멋지구리한 남자로 나온다.

아무튼 이 책은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난 상.하로 되어있는 책은 언제나 상권만 먼저 구입하는 습관이 있는데 대부분의 책들은 하권까지 구입할만한 욕망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는데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은 상권을 아침에 사서 다 읽고 저녁에는 하권을 읽는 기염을 토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여러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는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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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 세상을 충전하는 젊은 에너지, 딴따라 박진영의 맨처음 고백
박진영 지음 / 김영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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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얘기는 언뜻 들으면 폐미니즘들이 쌍수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것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서로에게 밥을 해 주는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이 되어 늘 사먹는다고? 여긴 중국이 아니다. 그것 보다는 나는 볶을테니 그대는 끓이시오 하면서 알콩달콩 식사 준비를 하는게 사랑이다.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 가위바위보를 할 수 있는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욱 재미나게 사는 길이다.

서로 몇시에 들어오는지 간섭하지 않고 사랑은 자유로운 것이라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게 가능한가? 그것은 결혼은 그저 두 남녀가 합법적으로 섹스할 수 있는 관계임을 말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사랑은 조금씩 서로를 구속하기도 하고 또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바꾸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라는것도 바랄수도 없단 말인가. 박진영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을까? 난 여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여자들에게 한없이 끌리며 밥도 해먹지 않고 서로 몇시에 들어오건 상관하지 않으며 말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걸 글로 적어두면 그래도 조금은 멋있어 보이기 때문에 이 책이 페미니스트들에게 환영받지 않나 싶다. 밥을 해먹고 빨래를 하는 것을 여성인권이 하락한듯 생각하는 그들에게는 몹시도 센세이셔널한 생각일테니까... 하지만 인정은 한다. 한사람 정도는 이런 말도 안돼는 생각. 이거라도 해야 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는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다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침서 같은 이 책에서 조금만 더 현실적이고 리얼한 사랑이 존재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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