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상
페터 회 지음 / 까치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은 어떤 여자에 관한 얘기다. 그 여자는 제목에서 알다시피 눈(보는 눈 말고 내리는 눈입니다.)에 대해 대단한 감각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다른것들을 관찰하고 상황을 파악하는데도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런 여자가 사는 곳에 한 아이가 떨어져서 죽는다. 실족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맞서 평소 아이와 친했던 스밀라는 타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증거로 눈을 댄다. (아이는 눈이 내리는 날 지붕위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때부터 스밀라와 음지에 있는 거대 조직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스밀라는 한 남자를 의지하게 되고 사건의 실마리를 어렵지만 훌륭하게 풀어 나간다.

여기까지 예기하면 내용이 몹시도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책인가보다 하겠지만 절대로 아니다. 스밀라는 사건을 자신의 감각과 느낌에 의지 하면서 파악해가기 때문에 진행은 다소 느리다.

그러나 헐리우드 블럭 버스터에서 맥 빠지게 느려터진 스펙타클 액션과는 다른 느낌이다. (느려터진 스펙타클 액션!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충분히 빠른 진행으로 긴박감을 조성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아주 천천히 속을 드러낸다. 그래서독자는느긋한 내용을 보면서도 빨리 알고 싶어서 조바심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이 만약 아주 빠르게 전개가 되었다면 그저 그런 추리소설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철학과 감각을 모두 담고 있기에 그 어떤 장르에도 편승하지 않고 홀로 독야청청 빛나게 된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은 폭발적인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사실. 영화의 제목은 '센스 오브 스노우'인데 물론 나는 그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봤다. 아마 개봉 하루만에 내려왔거나 개봉조차 못하고 바로 비디오로 출시된 듯 한데 영화도 몹시 재밌다. 특히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책을 읽으며 내내 상상했던 스밀라의 모습과 영화에서의 스밀라를 비교 해 보는것이 재밌었다.

내가 생각한 스밀라는아주 말라깽이에 키만 큰 여자였는데 영화에서의 스밀라는 쬐끔 육감적이다. 스밀라가 도움을 받는 남자 또한 책에서는 약간 어리버리한 타입인데 영화에서는 꽤 멋지구리한 남자로 나온다.

아무튼 이 책은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난 상.하로 되어있는 책은 언제나 상권만 먼저 구입하는 습관이 있는데 대부분의 책들은 하권까지 구입할만한 욕망을 불러 일으키지 않았는데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은 상권을 아침에 사서 다 읽고 저녁에는 하권을 읽는 기염을 토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여러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는 정말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