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이렇게 만든다
디자인하우스 편집부 엮음 / 디자인하우스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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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디자인, 넓게는 미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다. 학교 다닐때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으며 딱 한번 방학숙제로 그린 그림을 상장을 받은적이 있는데 그건 내 여동생이 그려준 것이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상에 눈이 멀어서 혹은 그걸 노린후 치밀한 계획하에 동생을 종용해서 그린것이 아니라 단지 못그리고 귀찮아서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상장을 받자 마자 이름 마지막 단어를 '경'자로 바꾸고 내 동생에게 줘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보는 눈도 없느냐 하면 그건 절대로 아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 모두 인터리어쪽 일을 하고 계시며 여동생은 시각디자인 계열의 일을 하고 있으니 그동안 본것만 해도 아주 문외한이라고 할수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나는 늘 물건 고르는 눈이 있다는 소릴 들었는데 그건 아마 내가 디자인에 대한 교과적 지식은 없지만 감각적으로는 알고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고 혼자 착각해 본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내가 서론에 주절주절 길게 말한 것은 내가 디자인과 무관함은 물론 포트폴리오 따위는 천지 만들 일이 없는 인간임을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몹시 재밌다. 질 좋은 종이로 만들어서 읽는 내내 눈이 피로하지도 않고 글자 크기와 배치 모두 괜찮은 책이다. 또 장마다 많은 사진 자료가 실려 있어서 더더욱 좋다.

꼭 포트폴리오를 만들 일이 없더라도 조금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구나 사람들에게 자신이 한 일을 시각적으로 집결해서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라면(근데 이게 포트폴리오가 아닐까? 헷깔린다.) 그것도 아니라면 하다 못해 자식의 문집 숙제라도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라면 몹시 유용하게 쓰일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보고 난 다음에 다이어리를 직접 제작할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책이 더더욱 맘에 드는 것은 일반인들은 구하려고 해도 어디서 파는지 몰라 못 사던 재료들을 파는 곳을 상세하게 적었다는 것이다. 무슨 지구에 가면 많다더라가 아니라 아예 업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두어서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적어도 나같은 초보자가 다이어리라도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껍쩍거리에는 아주 좋은 책이다.

사실 난 이 분야에 관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에 관해서는 쉽고 재밌더라 이외에는 별로할 말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읽어도 쉽고 재밌는 책이라면 그쪽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내게는 몹시 유용한 책이었다. 책도 그렇게 두껍지 않고 전문 용어도 많지 않아서 초보자가 읽기에는 더업이 편한 책이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앨범을 만들수도 있을 것이고 달력을 만들어 볼 수도 있으며 청첩장이나 초대장을 만드는데 응용할수도 있는 여러모로 고마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초보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한다. 꼭 공부가 아니라 하더라도 단지 보는 것 만으로도 눈을 높일 수 있다는 여동생의 말을 철떡같이 믿으면서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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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 자살의 역사와 기술, 기이한 자살 이야기
마르탱 모네스티에 지음, 이시진.한명희 옮김 / 새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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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르면서 생각했다. (사실 내가 구입한 책은 이전에 절판된 책으로 '자살 도대체 왜들 죽는가?' 였는데 나는 그 따져 묻는듯한 삐딱함이 좋아서 낼름 장바구니에 넣었더랬다. 이 책은 그 책이 절판된 이후에 나온 책이다.) 이런 제목의 책에 관심을 가지는 나란 인간은 도대체 어찌된 인간이냐고...

그러나 인류가 탄생하고 부터 자살은 살인만큼이나 꾸준하게 이루어졌고 대부분의 인간은 사춘기때 통과 의례처럼 자살을 꿈꾸곤 한다. 또 얼마전부터는 인터넷에 자살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해서는 홀로 죽기에는 심심한 인간들이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해서 함께 죽음의 길을 모색하고있다.

자살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행위를 범죄로 규정짓고 있다. 평범한 인간들이라면 행여나 남이 자신을 죽이려고 해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판에 자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모질게도 실천에 옮기는 인간들은 대관절 어떤 부류일까? 그러한 의문을 풀고자 나는 이 책을 골랐더랬다. 도대체 왜들 죽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내가 원하는 답을 내려주지는 않았다. 왜 죽는지는 말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들이 어떤 방식으로 죽였는지만 나와있다. 자살에 관해서 좀더 심리적인 접근을 원했었지만 별로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이 책은 자살이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지며 성공적인 자살로 삶을 마감한 인간들 중에서 꽤나 유명했던 인간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쳅터별로 세분화되어 있어서 분류하기는 좋지만 독서를 방해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살의 종류만 엄청나게 나열했지 그것에 관한 정신적인 측면은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자살에 관해 긴 연구를 하고픈 사람들에게는 권하겠지만 나처럼 제목에 이끌려 할랑하게 왜 인간들이 죽을까 하고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리 추천할만한 책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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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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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존F 케네디 암살범이 그를 죽인 직후에 읽고 있었다고 해서 더욱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내 기억력이 의심스러워 maybe라는 단서를 붙이고 싶다.) 성장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많이 팔리고 또 많이 읽히는 것은 앞으로도 전무후무 한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의 내용은 한 사춘기 소년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소년은 그다지 치열하게 사춘기를 보내지는 않는다. 주변 상황은 치열하고도 충분히 남음이지만 소년은 조금 냉소적이고도 관조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이 남의 일은 물론 자신의 일에도 머리 싸메고 고민을 하는 일 같은건 없다.

내 개인적은 견해로는 JD셀린저의 계보를 잇는 작가는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인것 같다. JD셀린저가 지금 시대에 살고 있다면 발표했을것 같은 작품들을 하루키는 속속 발표해 베스트셀러 및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루키의 엄청난 인기를 보더라도 그 작품의 모태(이건 어디까나 내 개인적 견해이다.)격인 이 작품의 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 하는것이 불필요하다고 본다. 하루키보다 조금 밝고 조금 더 젊은 소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져버려 서평을 쓴다는게 무의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세상에는 아무리 유명해서 돌아버릴것 같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많을 것이라 본다. 만약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하게 재미있게 볼 수 있을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뭔가 가르치려 들거나 심오하지 않은 이 소설을 반기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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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열림원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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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몇해전 일본을 발칵 뒤집은 지하철 사린 살포 사건에 관해 하루키가 인터뷰를 한 것을 쓴 것이다. 알려진대로 사린 사건은 옴진리교라는 이단적인 종교집단의 광신도들이 벌인 짓이며 별다른 이유가 없는 무작위적인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으며, 그일을 저지른 옴진리교 신도들은 정신병자나 사회에 불만이 있을만한 저소득층이 아닌 엘리트집단 들이여서 더더욱 그 충격이 컸었다.

사린은 공기중에 노출이되면 유독가스를 내뿜고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화학물로 예전부터 생화학전에 사용되곤 했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사린이 유포된 것은 어떤 전쟁이나 이념의 대립 때문이 아닌 그저 한 종교 집단이 그곳의 최고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별 이유도 없이 살포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다.

당시 옴진리교 신도들은 아침 출근시간 사린이든 검은 비닐봉투를 들고 지하철을 탔으며 내리기 직전에 우산의 뾰족한 부분으로 비닐봉투에 구멍을 냈었다. 바쁜 출근시간이라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 비닐에 구멍을 내고 내리는 사람은 물론 그 비닐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 결과 막힌 공간인 지하철에서 사린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번졌다.

흔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가 젊은 시절을 보냈던 청바지와 통기타 그리고 맥주의 시대가 그의 글에 고스란히 살아있어서 좋다고들 한다. 그 시대에는 아무도 심각하지 않았으며 소리높여 외치는 사상이나 이념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하루키의 글은 냉소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언가를 따지고 들거나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다. 다소 관조적인 그의 책들은 현실보다 더 리얼한 소설들에 지친 사람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었다. 하루키는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와 아시아 전역. 그리고 유럽에서도 꽤나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하루키에 관한 생각을 좀 달리하게 되었다. 그가 쓴 책들을 보며 '이 사람은 세상 일에는 도무지 관심이라고는 없군' 하며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현실을 직시하며 가장 치열하게 사는 사람 중 하나였다.

사실 이 책은 하루키가 썼다고 하기 보다는 사린사건의 피해자나 옴진리교 관계자들이 썼다고 하는것이 옳다. 그만큼 방대한 분량의 인터뷰가 들어가 있으며, 하루키는 일일이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내용을 녹취하고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의 분량은 그가 섰던 어떤 장편소설보다 두꺼우며 일이 그정도가 되면 하루키로써는 차라리 단편소설을 몇개 쓰는편이 훨씬 더 쉬웠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자 출신도 아닌 그가. 이미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져서 솔찍히 이런 귀찮은 일 따위는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가 이 번거로운 수고를 기꺼이 했다는 점에서 나는 기립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무겁지 않으며 감각적인 그의 소설이나 단편 그리고 수필집과 사진집을 열심히 읽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하루키는 해외여행을 장기간 다니면서 편하게 글을 쓰는 아주 팔자 늘어진 작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하루키는 단지 시대적 감성을 잘 건드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케이스가 결코 아님을 이 책은 충분하게 증명하고도 남는다.
주변에서 하루키의 광팬이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사람들에게 말 할 정도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당신이 하루키에 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 중에서 많은 부분은 잘못 생각했거나 깊지 않았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책이 아주 재미있다고 말 하지는 못하겠다. 이 책은 앞에서도 말 했다시피 하루키의 입을 빌린 책이 아니다. 물론 곳곳에 그의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이 책의 분량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는 오대양사건이 한번 더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렇게 수고를 해 줄, 그것도 아주 유명한 작가가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아주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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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남자 - 양장본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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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다 밑줄을 긋는 사람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아주 어렸을때 오빠의 책을 훔쳐봤는데 그때마다 조금 어렵다거나 멋있는 구절이 나올때 마다 자로 반듯하게 줄을 그어놓은 것을 보면서 지적 허영이라고 느꼈으니까. 하지만 나 역시 밑줄 대신 다른 식으로 나의 지적 허영을 만족시키고 있는데 그건 책에다가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것이다. 대게는 책의 맨 앞장에다 산 날자와 함께 적는데 대학 다닐때는 치기로 책에다 첨부터 끝까지 나만의 주석을 달기도 했었으니까.

그러나 걱정하지 말자. 카롤린 봉그랑이 그리는 책에다 밑줄 긋는 남자는 나와 오빠처럼 지적 허영에 의해 그러는것은 아니니까. 남자가 밑줄을 그어놓은 것은 모두 말을 대신하는 것이다. 주인공인 여자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없어서 그런 방법을 택한 것이다. 어쩌면 남자는 아무 생각없이 나름대로 감명을 받았거나 뭐 그러한 개인적인 이유로 줄을 그엇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책을 통해 자신에게 하고싶은 그러나 직접 할수는 없는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좋아하는 여자라면 한번 정도는 그런 상상을 해 보았을 것이다. 나처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며 그런 사람이라면 화장실에 낙서를 하는 대신 책에다가 줄을 긋거나 글귀를 써 놓을 것이라고... 헌 책방에서 책을 샀을때 괜찮은 글귀가 적혀 있으면 혼자 그 글자를 보면서 아주 섬세하게 생긴 남자가 적었을것이라는 상상을 나 혼자만 했을까?

이 책은 그다지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볍지도 않다. 내용은 한 여자가 책에 밑줄이 그어진 글귀가 자신이라고 느끼면서부터 그 글을 추적하는데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탐정처럼 추적하고 단서를 수집하는게 아니라 그냥 밑줄이 그어진 책들을 순서대로 찾아 읽는다. 남자는 밑줄 뿐 아니라 친절하게도 다음에 읽어야 할 책 제목까지 함께 적어놓으니까.) 남자가 밑줄을 그은 것들만 다 모아도 또 하나의 훌륭한 문장이 되며 거기에 등장하는 모든 책들은 실제로 있는 책이니 작가의 엄청난 독서량과 방대한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연예소설 중에서는 절대 느끼하지 않은 소설을 찾기가 몹시 힘이 드는데 이 책은 마치 기름기를 쪽 뺀 저지방 참치캔 같은 소설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여기서 줄을 긋는 남자가 등장하지 않고 끝까지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휴가때 읽을 그리 무겁지 않은 (내용뿐 아니라 실제 책도 가볍다.) 책을 찾고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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