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이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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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처음 이 책이 나왔을때의 제목은 스키 캠프에서 생긴 일 인데 절판되고 '겨울아이'라는 새로운 제목을 달고 나왔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키 캠프에서 생긴 일이 더 소설과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겨울아이는 지나치게 서정적인 느낌인데 이 책은 결코 서정적이지 않다.

줄거리는 스키 캠프에 가게 된 꼬마가 납치 사건을 보면서 범인이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결론을 말 해 버리면 너무 시시할테니 여기까지만 해 두기로 하자.
아무튼 꼬마는 혼자서 범인을 상상하고 두려움에 떤다. 아이의 시선으로 쓴 작품이긴 하지만 귀엽다거나 순진무구한 것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사실 아이들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그저 해맑기만 한 존재들은 아닌지도 모른다. 당장 나의 어린시절만 하더라도 나는 사악 그 자체였으니까.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잔인해 질 수 있다. 아마 어른이었다면 이 책의 꼬마처럼 범인을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른들은 생각이 많아서 간혹 단순한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극찬을 늘어놓을 만큼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독특한 소설이다. 열린책들에서 내놓는 유럽 작가들의 책이 대부분 그러하듯. 우리가 좀처럼 접해보지 않는 새로운 형식의 줄거리며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의 끊을 놓지 않도록 한다. 사실 책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범인이 누구인지는 충분하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주인공인 만큼 범인이 누군지 확실 해 지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어른이 주인공이었다면 이렇게 길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책을 보면서 살인범이 누굴까 하는 것 보다 꼬마의 행동이나 느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되어있는 작가의 방식에 다소 생소함을 느낄수도 있다. 이 책의 최대 언발란스는 어린이가 주인공인 책의 내용이 납치 살인범을 소제로 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천진난만하고 순수함의 대명사인 어린이와 잔인한 납치 살인범. 이 어울리지 않는 두 주인공은 소설 내내 우리를 즐겁게 한다. (뭐 내용이 즐겁다는 소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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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시공아트 20
프랭크 휘트포드 지음, 이대일 옮김 / 시공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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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개하기 까지 많이 망설였다. 왜냐면 나는 디자인과는 하등 관련없는 일을 하고 있으며 당연하게도 디자인에 관해서는 거의 백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바우하우스를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전. 솜털 보송하던 대학교 1학년때 였다. 당시 나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주인장이 화가였다. 베레모를 삐딱하게 쓰고 파이프 담배를 물지는 않았지만 화가 아저씨는 참 친절하고 좋은 분이었다. 무엇보다 아트 한답시고 거들먹거리는 타입이 절대 아니여서 나는 그 아저씨를 무척이나 따랐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참 015B라는 그룹에 환장해 있던 나는 그들의 시디를 사 가지고 아저씨에게 자랑했다. 그 시디 자켓을 보던 아저씨는 갑자기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뭐 바우하우스라고? 얘들이 뭘 알긴 알고 이러는건가? 아님 그냥 주워들은 소릴 하는건가? 얘네들 디자인 전공한 얘들이냐?' 나는 뭐때문에 아저씨가 그러나 하고 앨범 속지를 보니 거기에는 커다란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한국의 바우하우스를 꿈꾸며] 그리고 나는 아저씨께 바우하우스가 뭔지 물었다. 아저씨는 일종의 미술 공방 같은건데 독일에서 시작한 아주 유명한 학교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도 바우하우스의 후예들이 유럽의 명문 디자인 스쿨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디자인계에서는 바우하우스가 없었다면 오늘같은 발전이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 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그러고는 곧 바우하우스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여동생이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다시한번 바우하우스에 관해 들을 기회가 있었고 (여동생은 바우하우스 인간들이 하도 고생을 바가지로 해서 그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했다.) 내 인생에 낮모르는 말을 두 번이나 들었다면 뭔가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당장 바우하우스 책을 구입했다. 좀 더 두꺼운 책을 구하고 싶었지만 대부분 절판이 되었고 이 책이 그나마 두께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가장 적당할 듯 싶어서 골랐다.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무슨 홈쇼핑 광고문구 같군..)

디자인의 디 자도 모르는 내가 아주 재미있게 읽을만큼 이 책은 디자인에 관한 지식을 나열하기 보다는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바우하우스가 후세에 남긴 의미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마치 위대한 화가들의 전기를 읽는것 처럼 잘 읽혔다. 간혹 모르는 디자인 용어들 때문에 디자인 사전이라는 책(가격이 쫌 합니다.)도 구입해서 읽을만큼 나는 한동안 바우하우스에 푹 빠져서 지냈다.

그리고 얼마 후 디자이너들과 잠깐동안 사석에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다행하게도 바우하우스 덕에 나는 완전 바보신세는 면했다. 그들은 그런 분야와 아무 상관없이 살아온 내가 바우하우스에 관해 꽤 많이 알고 있는 것에 관해 놀라워했다.

어쩌면 보통 사람들은 디자인이란 것에 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살펴보면 우리의 삶에 디자인이 아닌것이 뭐가 있을까? 내가 쓰고 있는 이 컴퓨터만 해도 누군가가 디자인을 했을 것이고 알라딘 사이트도 마찬가지로 웹 디자이너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을 했을 것이다.

디자인은 물건을 좀 더 의미있고 쓸모있게 만드는 작업인것 같다.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은 단지 겉모양만이 아니다. 소재와 공간감 부피등등 우리가 보고 느낄수 있는 모든 것들과 연관되어 있다. 내 생각에는 디자인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디자인 관련 서적을 읽으면 좀 더 미학적으로 풍부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만 해도 바우하우스를 읽고 난 다음에 그동안 깔고 앉았던 일명 개미의자가 바우하우스 시대에 만들어진 디자인임을 알게 되어 예사롭지 않은 눈길로 의자를 바라보니 말이다.

세상의 수많은 디자인들의 물결 속에서 그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기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물론 나같은 문외한일 경우 디자인 사전도 같이 추천한다. 무지 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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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부르지 않을 때 온다
송우혜.윤명제.전경린 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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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분명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은희경 이외에도 글 잘 쓰고 말 잘하기로 소문난 여류작가 10명이 같이 펴낸 단편집은 어릴때 받은 과자 선물셋트를 떠올리게 한다. 모두 맛있어 보여서 뭐부터 먹을지 망설여지는...그래서 결국은 그냥 들어있는 순서대로 먹게 만드는 과자 선물셋트처럼 책에 있는 모든 단편들이 저마다의 색과 맛을 지니고 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소설 여성 당선자 모임이 펴낸 여섯 번째 동인지인 '고양이..'는 다른 다섯권의 책도 다 읽어보고픈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 작가가 아닌 여러명의 작가가 같이 펴낸 책들은 내가 읽어본 바로는 그리 실한게 많지 않았다. 특히 올해의 읽을만한 소설이나 기자들이 뽑은 좋은 소설들은 읽을만은 하고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실린 모든 글들이 알콩달콩 재미나지만은 않았다. 너무 색깔이 다른 나머지 하나의 귀결점으로 연결시키기에는 무리수가 따른다. 그렇다고 한 사람의 작가가 펴낸 단편집은 또 너무 단조롭다.

중구난방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단조롭지도 않은. 적당하게 다채롭고 재미난 단편 모음집을 만나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여류 작가들만의 책이기에 한국의 여류 작가들의 책을 어차피 일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고양이...'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책이야 말로 한국 여류 작가들의 저력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날씨가 날씨이니 만큼 두터운 책을 읽기가 조금 두렵다면 야금야금 이 단편집을 읽어보는게 어떨까? 전체적으로는 조금 두텁지만 10인 10색의 글을 하나씩 읽어치우다 보면 어느새 책이 너무 얇다는 생각이 들것 같다. 하드커버로 되어있어 조금 묵직한게 흠이지만 피서지에서 잠깐의 여유를 이용해서 한 편씩 읽기가 좋고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에게도 쉽고 재밌게 읽힐 만한 책이라 적극 추천한다. 다시한번 말 하지만 실한 단편을 만나는건 해 봤으면 알겠지만 결코 자주 오지 않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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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그 은밀한 유혹 - 냄새의 문화적, 과학적 연구
피트 브론 외 지음, 이인철 옮김 / 까치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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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라는 책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게미 만큼이나 유명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책을 읽고 난 다음 나는 냄새에 대하여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문적으로 좀 더 냄새에 관해 알고싶었다.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는 나름대로 향의 추출법이나 에센셜 오일을 만드는 법을 자세하게 설명 해 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고 허전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 책에 주목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조금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주는 책을 고를때. 사람들의 공통적인 두려움은 아마도 너무 어렵거나 너무 지겹지 않을까 하는 걱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향수 이름이나 겨우 나열할 정도의 나 같은 사람에게도 매우 쉽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책의 부제가 냄새의 문화적, 과학적 연구인 만큼 냄새에 관해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을 한 흔적이 보인다.

책의 저자는 의외로 심리학자인데(나는 향 전문가이거나 아님 향수 회사에라도 다니는는 사람일줄 알았었다.) 향수의 그루누이를 떠 올려 본다면 냄새가 얼마나 많은 심리적 요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후각은 빨리 지치는 감각이니 만큼 아주 예민한 신체 기관이다. 흔히 우리가 맛으로 알고 있는 것들도 사실은 단지 향에 의해 우리가 착각하는 것일수도 있고 냄새는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큰 요인중의 하나이다.
살아가면서 아주 좋은 냄새나 아주 나쁜 냄새. 즉 악취만 아니라면 우리는 냄새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잊고 산다. 그렇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가지의 향을 맡으며 살고 있다. 자기는 느끼지 못하지만 몸에서 나는 체취. 아침 식사준비 냄새. 버스를 탔을때 남자 향수를 너무 많이 뿌린 중년 아저씨의 냄새. 몇분 단위로 일정하게 향을 뿜어대는 회사 사무실 등등.

밤에 눈을 감는 순간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냄새에 노출되어 있으며 자신도 갖가지 냄새를 뿌리며 산다. 이렇게 늘 없는듯. 그러나 확실히 존재하는 냄새에 관한 책. 분명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다시 말하지만 무슨 학문서적처럼 대단히 어려운 책이 아니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옆에 꼿아둔다면 아주 그럴싸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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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그냥 재미로 - 우연한 혁명에 대한 이야기
리누스 토발즈 & 데이비드 다이아몬드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겨레출판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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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가 컴퓨터에 관해 아는것은 다음과 같다. 처음 우리집에 컴퓨터가 들어왔을때 나는 겔러그를 하기위해 아빠와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여야 했으며 테트리스를 하기 위해 오빠와 박터지는 육탄전을 치루어야 했었다. 그때 컴퓨터는 나에게 있어 제미니나 겜보이의 거대 버전이었다.

고등학교때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내가 게임을 위해 컴퓨터를 켜면서 부터 습관적으로 쳐 넣었던 것들이 부팅임을 알았다. 모르긴 해도 요즘은 그게 자동으로 될꺼다. 거기서 나는 컴퓨터가 0과 1밖에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듣고 몹시 기뻐했던 기억이 나며 에니악 에드박같은 이름을 외웠던 기억도 난다.

대학 다닐때. 폰팅보다 훨 있어 보이는 체팅을 하기 위해 나는 컴퓨터를 끼고 살았으며 하이텔에 이단이란 아이디를 가지고 밤새도록 휘젓고 다녔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왠지 인터넷을 해야 할것 같아 여동생으로 부터 인터넷을 배웠다. 3.5플로피 디스크 쓰는 법을 그때 배웠으며 네츠케이프로 인터넷을 했으나 그 수준은 연예인 사진을 보는것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신문사 기자시절.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암것도 몰랐던 내가 인터넷의 바다에서 배영 접영 자유형을 구사했다.

현재. 음악을 다운받아 시디를 꿉기 씩이나 하며 TV카드를 달아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하루 일의 대부분을 컴퓨터로 하고 있으나 사실 컴퓨터의 속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자. 이런 내가 리눅스의 리자도 모르면서 이 책을 고른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네츠케이프가 사라지다시피 한 지금. 거의 마이크로 소프트사에서 나온 프로그램과 운영체제에 의존을 하고 있는 나는 사실 리눅스가 먼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은 리눅스를 모르는 이에게 기술적인 리눅스를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제목이 Just for fun이 될 수가 없겠다.)

그냥 머리좋고 컴퓨터 잘 하는 한 청년이 정보도, 그것을 담은 프로그램이나 운영체제도 다 돈으로 유통되는 세상에 정보공유를 외쳤다는 것. 그리고 그 청년은 단지 재미로 시작을 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리누스 토발즈가 쓴 자서전인 이 책은 대체적으로 재미있다. 물론 내가 놀랍도록 무식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대목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 청년이 재미로 시작한 일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고 또 리누스만의 리눅스가 아닌 모두의 리눅스로 (그 사람들은 서로 서로 프로그램을 더 발전시키고 개발한 다음 그걸 원하는 사람 누구나와 공유한고 한다.) 발전해 갔다는 흥미로운 얘기가 거의 대부분이다. 거기다 그 청년은 운 좋게도 돈까지 많이 벌었다고 하니... 아무튼 소 팔아서 상경한 다음 벌서듯 살아서 나 때부자 되었네 류의 자서전 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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