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하우스 시공아트 20
프랭크 휘트포드 지음, 이대일 옮김 / 시공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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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개하기 까지 많이 망설였다. 왜냐면 나는 디자인과는 하등 관련없는 일을 하고 있으며 당연하게도 디자인에 관해서는 거의 백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바우하우스를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전. 솜털 보송하던 대학교 1학년때 였다. 당시 나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주인장이 화가였다. 베레모를 삐딱하게 쓰고 파이프 담배를 물지는 않았지만 화가 아저씨는 참 친절하고 좋은 분이었다. 무엇보다 아트 한답시고 거들먹거리는 타입이 절대 아니여서 나는 그 아저씨를 무척이나 따랐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참 015B라는 그룹에 환장해 있던 나는 그들의 시디를 사 가지고 아저씨에게 자랑했다. 그 시디 자켓을 보던 아저씨는 갑자기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뭐 바우하우스라고? 얘들이 뭘 알긴 알고 이러는건가? 아님 그냥 주워들은 소릴 하는건가? 얘네들 디자인 전공한 얘들이냐?' 나는 뭐때문에 아저씨가 그러나 하고 앨범 속지를 보니 거기에는 커다란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한국의 바우하우스를 꿈꾸며] 그리고 나는 아저씨께 바우하우스가 뭔지 물었다. 아저씨는 일종의 미술 공방 같은건데 독일에서 시작한 아주 유명한 학교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도 바우하우스의 후예들이 유럽의 명문 디자인 스쿨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디자인계에서는 바우하우스가 없었다면 오늘같은 발전이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 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그러고는 곧 바우하우스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여동생이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다시한번 바우하우스에 관해 들을 기회가 있었고 (여동생은 바우하우스 인간들이 하도 고생을 바가지로 해서 그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했다.) 내 인생에 낮모르는 말을 두 번이나 들었다면 뭔가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당장 바우하우스 책을 구입했다. 좀 더 두꺼운 책을 구하고 싶었지만 대부분 절판이 되었고 이 책이 그나마 두께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가장 적당할 듯 싶어서 골랐다.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무슨 홈쇼핑 광고문구 같군..)

디자인의 디 자도 모르는 내가 아주 재미있게 읽을만큼 이 책은 디자인에 관한 지식을 나열하기 보다는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바우하우스가 후세에 남긴 의미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마치 위대한 화가들의 전기를 읽는것 처럼 잘 읽혔다. 간혹 모르는 디자인 용어들 때문에 디자인 사전이라는 책(가격이 쫌 합니다.)도 구입해서 읽을만큼 나는 한동안 바우하우스에 푹 빠져서 지냈다.

그리고 얼마 후 디자이너들과 잠깐동안 사석에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다행하게도 바우하우스 덕에 나는 완전 바보신세는 면했다. 그들은 그런 분야와 아무 상관없이 살아온 내가 바우하우스에 관해 꽤 많이 알고 있는 것에 관해 놀라워했다.

어쩌면 보통 사람들은 디자인이란 것에 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살펴보면 우리의 삶에 디자인이 아닌것이 뭐가 있을까? 내가 쓰고 있는 이 컴퓨터만 해도 누군가가 디자인을 했을 것이고 알라딘 사이트도 마찬가지로 웹 디자이너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을 했을 것이다.

디자인은 물건을 좀 더 의미있고 쓸모있게 만드는 작업인것 같다.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은 단지 겉모양만이 아니다. 소재와 공간감 부피등등 우리가 보고 느낄수 있는 모든 것들과 연관되어 있다. 내 생각에는 디자인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디자인 관련 서적을 읽으면 좀 더 미학적으로 풍부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만 해도 바우하우스를 읽고 난 다음에 그동안 깔고 앉았던 일명 개미의자가 바우하우스 시대에 만들어진 디자인임을 알게 되어 예사롭지 않은 눈길로 의자를 바라보니 말이다.

세상의 수많은 디자인들의 물결 속에서 그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기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물론 나같은 문외한일 경우 디자인 사전도 같이 추천한다. 무지 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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