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영화표를 모으기 시작했다. 가끔은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고등학교때 부터 줄곧 모아온것 같다. 해마다 묶음으로 정리하는데 많이 보기 시작한 요즘에는 연도별로 정리해두지만 그 전에는 그냥 한꺼번에 다 뭉쳐뒀다.
요 몇년간 보통은 40편 이상 60편 이하로 봤었다. 올해는 딱 40편을 봤다. 가을과 겨울에 너무 게으름을 피워서 저조한 성적이다.
사실은 영화 표만 모으는게 아니다. 목록도 작성해둔다. 영화표를 잃어버릴때도 있으니까. 거기에는 날짜와 시간. 제목, 영화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누구와 봤는지가 적혀있다. 누구랑 영화를 봤는지를 보면 그 당시 내가 어떤 사람과 자주 다녔는지를 알게된다. (더 디테일하게는 사귀던 남자의 이름을 알 수 있다.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름일테니) 그리고 한해에 7편 정도는 혼자 보는것 같다. 뭐 특별한 이유는 없고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으면 그렇게 된다. 제일 많이 가는 극장은 메가박스. 요즘들어서는 MMC를 많이 간다.
올해 처음으로 본 영화는 1월 5일날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다. 혼자 봤는데 시간으로 봐서 (4시 45분) 분명히 회사 땡땡이치고 본거다.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오늘 본 왕의 남자. 꽤 재밌었고 동네 언니랑 같이 봤다. 12시 영화를 보려다가 좌석이 앞자리 뿐이여서 한시간을 카페에서 기다린 다음 1시 영화를 봤다.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었다.
어릴때부터 나는 영화를 너무너무 좋아했었다. 그래서 자막을 읽을 수 없을때에도 부모님들은 나를 데리고 영화관에 가는걸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냐면 스크린에 푹 빠져서 조금도 칭얼거리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 큰 스크린에 압도되었고 내가 사는 내내 저것은 매력적으로 나를 홀리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렸을때 본 영화는 슈퍼맨, ET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다음에 기억에 남는건 아무래도 대학교때 본 영화일 것이다. 이미 지나간. 그래서 나는 보지 못했던 영화를 비디오로 봤는데 그 재미에 빠져서 하루에 4편씩 잠도 안자고 본 적도 있었다. 그때의 나는 한참 스펀지 같이 말랑해서인지 봤던 영화들 모두를 빨아들였던것 같다. 요즘에는 영화를 보면 그 감정이 그렇게 오래 가지 않지만 예전에는 그것 때문에 꽤 고생했었다. 현실감을 찾기까지 시간이 너무 걸렸으니까. (이렇게 감정 이입이 잘 되는데 왜 연기는 그렇게 못했을까?)
영화를 본다는 것은 늘 설레이고 즐거운 일이다. 더구나 개봉하기를 오래 기다린 영화의 표를 끊었을때는 잠시지만 심하게 행복하기도 하다. 나중에 근사한 서재를 꾸미는 것도 꿈이지만. 그게 이뤄지면 집에 작은 상영관을 꾸미고 싶다. 프렌즈의 조이네가 쓰는 가죽 의자 (뒤로 팍 제껴지는) 도 가져다 놓고 팝콘 튀기고 콜라에 얼음 동동 띄우고. 아... 생각만 해도 근사하다. 그래도 거의 대부분은 영화관에서 보고싶다. 왜냐면 웃을때 다 같이 와~ 하고 웃는 그 재미가 없으니까. 영화는 그럴때야말로 보는 맛이 있는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