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난 그녀를 잘 몰라요.
대체 10년을 함께 살아도 사람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이리 힘든 세상에
달랑 한 달여 그녀의 글 몇 개를 읽었다고 그녀를 잘 알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요, 난 그녀를 아직 잘 몰라요.
하지만 고백해야 겠어요.
때로는 옆구리를 휘어잡고 깔깔대며 웃게 만들고
때로는 눈시울이 쿡 하고 쑤실 정도로 가슴 짠하게 만들고
또 때로는 미간을 찡그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도록 만드는
그녀의 글, 아니 말들은
그냥 나를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고요.
그녀는,
겁먹고 숨어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내 가슴 속의 아이를 건드려 깨웠다고요.
아니요. 다시 말할래요.
내 가슴 속의 아이를 건드려 깨운 건 그녀가 아니라
그녀 가슴 속에 있던 아이였어요.
그 아이가 웃으면 내 가슴 속의 아이도 웃고
그 아이가 울면 내 가슴 속의 아이도 눈물을 흘렸어요.
그녀의 이야기는 바로 내 가슴 속 아이의 이야기와도 같았어요.
그래요,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아이는 울고 있지요.
언젠가 그녀의 당참과 솔직함이 내게 전염되는 날이 오면,
그녀에게, 아니 그녀의 가슴 속 아이에게 전부 털어놓을 지도 몰라요.
그녀의 이야기이면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제껏 아이가 끙끙대며 부여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가슴 저림을요..
서른이 되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로 축하를 대신해도 될런지요.
그리고 그녀 가슴 속 아이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