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난 그녀를 잘 몰라요.
대체 10년을 함께 살아도 사람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이리 힘든 세상에
달랑 한 달여 그녀의 글 몇 개를 읽었다고 그녀를 잘 알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요, 난 그녀를 아직 잘 몰라요.
하지만 고백해야 겠어요.

때로는 옆구리를 휘어잡고 깔깔대며 웃게 만들고
때로는 눈시울이 쿡 하고 쑤실 정도로 가슴 짠하게 만들고
또 때로는 미간을 찡그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도록 만드는
그녀의 글, 아니 말들은
그냥 나를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고요.

그녀는,
겁먹고 숨어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내 가슴 속의 아이를 건드려 깨웠다고요.

아니요. 다시 말할래요.
내 가슴 속의 아이를 건드려 깨운 건 그녀가 아니라
그녀 가슴 속에 있던 아이였어요.

그 아이가 웃으면 내 가슴 속의 아이도 웃고
그 아이가 울면 내 가슴 속의 아이도 눈물을 흘렸어요.

그녀의 이야기는 바로 내 가슴 속 아이의 이야기와도 같았어요.

그래요,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아이는 울고 있지요.

언젠가 그녀의 당참과 솔직함이 내게 전염되는 날이 오면,
그녀에게, 아니 그녀의 가슴 속 아이에게 전부 털어놓을 지도 몰라요.
그녀의 이야기이면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제껏 아이가 끙끙대며 부여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가슴 저림을요..

서른이 되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로 축하를 대신해도 될런지요.

그리고 그녀 가슴 속 아이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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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1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우와^^

날개 2005-05-1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편의 느낌이 있는 시로군요...^^*

플라시보 2005-05-1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얼마 전 부터 조용히 댓글을 달아주시는 님을 쭈욱 지켜봤습니다. 어쩌면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을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제 마음속에 아이가 있다는 표현. 너무 마음에 듭니다. 순진하고 천진함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저는 알것 같습니다. 님의 서재에서 뵈었던 사진들. 모두 아주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도 저런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어요. 얼마나 예쁘게 나오는가가 아닌 배경과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게 찍어준 그 사진들을 오래오래 바라봤습니다. 마지막에 살짝 부끄러운듯 미소를 짓고 있는 저 아이는 직접 그리신건가요? 아. 뭐 아니여도 좋습니다. 제 마음에 꼭 드는 그림이네요. 님과 제가 서로를 알게된건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지만 앞으로도 오래 오래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비록 0과 1로만 이루어진 세상에서일지라도요. 생일축하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님같은 분이 계서서 저의 서른은 풍요롭고 행복합니다. 감사해요. 님. 그리고 내내 행복하시길... 제가 그렇게 살고 싶듯이 말입니다.^^ 고마워요. 진심으로요..^^

난티나무 2005-05-1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다행이어요...^^;;
글을 쓰면서 생일축하로는 너무 칙칙한 게 아닌가, 너무 주관적이지 않은가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그냥 제 느낌을 조금이나마 전하고 싶어 용기를 내었어요.^^;;
(그래도 계속 부끄럽네요...ㅎㅎㅎ)
그림은, 안타깝게도 제 것이 아니고요...ㅡㅡ;;
제가 좋아하는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책 <꼬마인형> 중 한 컷이랍니다.
아이의 표정이 너무 좋아서 올려봤어요..
플라시보님, 지금도 주변에 애정을 갖고 님을 찍어주는 사람들 많으시잖아요? ^^ 아, 그런 의미가 아닌 것 알아요.흐흐... 곧 만나게 될 거에요. 꼭!이요.
고맙다는 말은 제가 해야 하는 건데요...^^

난티나무 2005-05-1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만두님, 그리고 추천하고 그냥 가신 분들도 고맙습니다~!!^^

플라시보 2005-05-18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흐흐. 전혀 칙칙하지 않았습니다. 가브리엘 뱅상이라. 처음 들어봅니다. 제가 그림쪽에는 많이 약하거든요. (그럼 강한건 뭐냐 라고 물으신다면 그냥 웃지요 하하) 아이의 표정이 정말 너무 좋습니다. 저도 저를 완전하게 알고 사진을 찍어줄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어요. 예쁘게 나오지 않아도 풍경과 내가 하나가 되고 누가 봐도 나 다운 사진. 아직 그런 사진을 가지질 못해서 욕심이 납니다.^^

마태우스 2005-05-1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에 와닿는 따뜻한 글이네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마태우스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참, 추천도 했어요.

난티나무 2005-05-1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제가 즐찾 해 놓고 들락거리는 거 모르셨죠? (예엥? 아신다고요?ㅡㅡ;;)
언제나 인사를 드릴까 갈 때마다 망설이고 있는데 먼저 이렇게 손 건네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도 감사합니다.)
플라시보님, 언젠가 사진 전공한 아이가 제 옆지기가 찍은 아들녀석 사진을 보더니 이러더군요. "역시 애정을 갖고 찍은 사진은 달라요. 사진을 보면 표시가 나요, 옆집 아이 찍어준 거랑 자기 아들 찍은 거랑은..."
찍는 대상에 애정이 있어야 자연스럽고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말이었어요. 플라시보님도 곧 그런 사람 만날 거라니깐요. 느긋하게 기다려 보시와요.^^

플라시보 2005-05-1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제가 예전에 포토그래퍼를 잠깐 만났었는데요. 그 사람이 그러더라구요. 찍기전에 일단 모델들과 친해진다고 그래야 찍는 사람도 애정을 담게 되고 찍히는 사람도 자연스럽다구요. 그래서 그런지 어찌나 이빨을 잘 까던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