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의 누 (피눈물) 는 이인직의 소설과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영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쇄 살인사건을 한 수사관이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제지업을 기반으로 하는 섬마을 동화도에서 어느날 나라에 진상을 할 종이를 실은 배가 불타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수사관 (차승원) 이 도착을 한다. 그런데 그때부터 하나씩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제지소의 원 주인이었던 강객주를 천주교인으로 모함을 하여 처벌을 받게 한 사람들이다. 마을 사람들은 강객주가 귀신이 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믿지만 차승원은 분명 사람이 한 짓이라고 생각을 하고 수사를 벌인다. 이 와중에 제지소 주인 아들 인권 (박용우)는 마을 사람들에게 폭력을 쓰는 등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고, 강객주가 키우다시피 한 두호 (지성) 은 죽은 강객주의 집에 홀로 남아있다.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것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듯 하지만 실은 그 보다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잔혹함에 대해 얘기한다. 순진한듯 보였던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잔인해진다. 제목이 혈의 누 인 만큼 화면에는 피와 살점이 튄다. 특히 사지가 찢겨서 죽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어지간한 강심장이라도 눈을 가리지 않을수가 없다. 설정상 어쩔 수 없이 등장해야 하겠지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화면에는 계속해서 잔인한 장면들이 나온다. (꼭 예전에 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떠올리게 했다.)
차승원은 코믹한 연기를 하다가 이번의 연기에 대해 연기 변신이라고 말 하는 것을 상당히 기분나빠 했었지만 어찌 되었건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특유의 코믹스런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연기를 하는데 원래 모델 출신이라서 그런지 어색함은 없었다. 다만 카리스마라는 것이 단지 외모에서만 풍기는것은 아닌지라 그의 연기에 큰 무게감을 볼수는 없었다. 지성의 경우는 사극의 이미지와 너무도 어울리지 않아서 시종일관 어색하기만 했었고 그가 맡은 역을 표현하기에는 연기력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유약한 이미지의 박용우가 그럭저럭 역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연기를 해서인지 이중적인 면을 보이는 인권의 역을 잘 소화해냈다.
영화는 많은 성의를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나 셋트와 음악에 많은 신경을 쓴 모습이 보였다. 음악의 경우 긴박한 추격씬 등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사극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답게 국악기를 BGM으로 썼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것 같지만 단순한 수사극이 아닌 한의 정서를 담은 영화의 긴장감을 표현하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하지만 스토리가 2중 3중으로 꼬여있는데 이것을 적절히 분배해서 표현하지 못해서 관객들이 따라가기가 좀 버거웠다. 거기다 주인공들의 갈등에 좀 더 촛점을 맞춰야 했지만 스토리가 워낙 길다보니 좀 대충 넘어간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인물들간의 갈등과 대립에 공감을 하기가 힘들었다. 조금 더 스토리를 단순화 시키거나 영화가 좀 더 길었어야 했지 않나 싶다. 아무튼 영화는 상당히 성의있게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욕심을 부린것 같다. 허나 이색적인 소재를 택함으로 현재 한국영화가 고만고만한 소재들을 울궈먹는 것에 비해 참신했다고 본다. 노력상 정도는 받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