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유명한 홈쇼핑이 아닌. 그냥 케이블 TV를 보다가 보면 곁다리식으로 섞여서 나오는 홈쇼핑 광고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물건을 팔기위해 설명을 하는 사람들이 한국인이 아니다. 따라서 더빙이 필수인데 이 성우의 목소리가 굉장히 카리스마 넘친다. 딱딱 끊어서 발음을 하는가 하면 한껏 숨을 몰아서 내뱉는등 고도의 공법으로 그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 만으로도 당장 달려가서 물건을 구매해야만 할것 같다. 그들의 맨트에는 꼭 들어가는 몇가지 말이 있는데 그것은 '이 모든걸 다 드립니다'. '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삼만구천 구백원 삼만구천 구백원에 드립니다'. 이다. 대부분 판매하는 물건이 생필품이라 그런지 뭔가 가정에서 큰 일이 일어나고 (물건이 더러워지거나 하수구가 막히거나 자동차가 긁히거나)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본다. 그러다가 그들이 파려는 물건이 짠 하고 등장하면. 모델들은 함박웃음을 하고는 그 물건으로 집안의 각종 문제들을 힘 안들이고 빠르게 해결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물건들은 유치하기 짝이없고 모델들의 행동도 유치하며 성우의 목소리또한 유치하다. 그래서 나는 가끔 혹하는 물건을 발견하긴 해도 저게 정말 광고에서처럼 기능을 발휘할까 하는 의심을 끊임없이 키우며 구매욕구를 자제하곤 했다. 그러다 어제. 나는 홈쇼핑에서 가장 많이 본 상품인 기적의 매직블럭을 만나게 되었다.
아. 기적의 매직블럭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를 모르겠다. 가위로 잘라서 물을 뭍힌다음 더러운 부위에다 대고 슥슥 문지르기만 하면 귀신같이 닦이는 기적의 매직블럭. 소모품이라 쓰고 또 쓰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엄청난 효과를 눈으로 보면 너무도 경이로와 아깝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장면 한그릇에 업어온 PC를 닦기 위해 매직블럭을 잘랐으나 이내 내 손은 신들린듯 TV와 냉장고와 액자위를 오가고 있었다. 신기계를 샀다가 늘 옥션에 팔아먹는 여동생의 말에 따르면 자긴 매직블럭 없이는 그 장사 못해먹었을꺼라고 한다. 그렇다. 매직블럭은 온갖 손때와 생활때를 정말 글자 그대로 말끔하게 없애준다. 특히 컴퓨터나 전화기 냉장고같은 플라스틱 본체에는 기적의 힘을 발휘한다. 그동안 TV도 닦느라고 닦았지만 늘 찌든때가 있었는데 매직블럭이 한번 스윽 지나가자 TV는 방금 산듯 반짝였다.
이걸 걸레질로 깨끗하게 하다가는 팔때기가 남아나지 않겠구나 싶다면, 혹은 걸레질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듯 보이는 찌든때가 있다면 기적의 매직블럭을 만나보길 바란다. 당신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당신이 닦아재끼는 물건에는 그보다 더 환한 깨끗함이 함께 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