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웃고나서 혁명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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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유머가 있고 의도하는 바를 알겠다. 하지만 오르한 파묵이 극찬할 정도로 대단한 작품인가 싶다. 엄혹한 시기의 터키에서 꿋꿋이 자신의 안위를 생각않고 비판적으로 작품을 쓴 부분을 감안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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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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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주저없이 별 다섯 개를 줄 수 있는 SF입니다. 

테드 창의 이전 작품들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속 이야기들도 모두 좋았지만 

이 소설은 그의 작품 중 가장 긴 만큼이나 속이 꽉 차있습니다. 


1.

끝장을 봅니다. 

다짜고짜 인간과 닮은 인공의 무언가를 들이미는 작품은 많습니다.

하지만 테드창은 오늘날의 기술에서 하나씩 벽돌을 쌓아가듯 미래를 그려줍니다. 


소프트웨어적인 객체로 존재하는 "디지언트"들은

유아기에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인격을 생성해 나가고, 

마치 아이폰의 각종 악세사리처럼 하드웨어적 형태를 갖춘 로봇에 다운로드도 가능하게 됩니다. 

어떤 회사의 디지언트들은 일부러 (인간들의 나쁜 면일수도 있는)비사교적 행동과 강박적인

성격을 가지기도 하며 이를 통해서 학습능력이 향상된 디지언트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또 다른 시도는 디지언트들이 법인이 되는 것입니다. 인간을 자연적인 자연인이라 한다면

디지언트들은 법적인 사람, 회사등에 쓰이는 개념인 법인이 되어 법적인 권리와 의무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나아가 애초에는 불필요하다 생각하여 없앴던 성적인 반응도 넣으려 합니다. 

성적인 도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디지언트들에게 성적인 기능을 즐길 권한을

보장해 준다고 할까요? 좋아하고 싫어하고 학습하는 기능은 넣어줘놓고 성적인 기능을 

빼버리는건 오히려 인간의 이기일 수 있다는 거죠. 마치 애완동물의 중성화처럼.


2.

재미있게 보았던 부분 두 가지를 더해보자면


"잭스"라는 디지언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간 청소년들과 교류를 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잭스에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교류한다는 겁니다. 

하긴 우리는 벌써 아이폰의 "쉬리"나 "심심이"라는 어플과 대화하기를 어색해하지 않습니다. 

-네비게이션과 대화하는 분들도 있으니 뭐.

미래의 우리 후손은 오늘의 우리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인공의 인격과 어울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순간이동이랄까요? 

생명체를 급속냉동했다가 다시 해동하면 살릴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할때에 

흰쥐를 급속냉동 - 매우 작은 단위까지 데이터를 스캔하여 전자빔으로 사라지게 만든 후 - 

다른 공간에서 이 데이터를 복원하고 - 해동을 하니 2분간 숨을 쉬다 죽는다.


3.

이 책은 우리가 인공의 인격을 마주치게 될 미래를 매우 개연성있게 풀어줍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미래에 맞부딪힐 수많은 가치판단을 미리 예행연습하게 해줍니다. 


저는 기억합니다. 

세상에나 물을 생수라고 하며 사먹다니 하던 시절을, 

싸이월드라는 곳에서 음악이나 옷을 도토리라는 것을 통해서 구매하는것에 신기하던 시절을,

리니지의 아이템이 큰 돈에 거래되는 모습이 낯설던 시절을,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처음 만났을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었습니다. SF의 가치는 이러한 미래의 첫만남에 대한 예행연습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테드 창의 이 소설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미래 모습을 진지하게 대면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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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저녁 혹은 밤
야스미나 레자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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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학살의 신(=살육의 신)은 재미나고 깊이와 밀도가 있는 영화였다. 이에 이끌려서 도서관에서 찾아 읽은 그녀의 책이었으나 프랑스의 정세나 현재의 모습을 알아야 재미있을 책이었겠다 싶다. 책속의 사르코지는 날것같고 솔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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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요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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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한번도 인류에 실망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으랴.

2006년에 읽고서는, 시간과 사람들 뿐 아니라 나 자신에 의해서도 검증된 책을 읽고픈 욕심에 

커트 보네것을 다시 꺼내들었다. 그래도 구면이라 꼼꼼이 읽는데도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해학이 넘치는 보코논교라거나, 보코논이 타고온 보트라거나 빈틈없이 아귀가 맞아지는 

버릴데 없는 복선들을 마주하며 커트 보네것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이 든다. 

영화화되어도 좋겠다 싶었는데 이미 영화가 있기는 한 모양. 또 다른 인연으로 영화도 보고싶다. 


커트 보네것의 작품세계는 우매하고 어리석은 인류에 대해 실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읽으며 뽑아낸 밑줄은 세 개인데 그 중 맨 위를 제외한 아래 두 개는 바로 그러한

실망감을 단적으로 이야기한다. 특히나 마지막 민턴 대사의 연설은 그야말로 작가가 하고픈 

이야기를 여과없이 쏟아낸 것이다 싶다. 


밑줄1. 술기운을 빌린 애정어린 조언이라 자기기만하며, 사실은 상대를 낮잡아보았던 나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크로스비는 거나하게 취해서 애정을 갖고 말하기만 하면 솔직히 말해도 된다는 술꾼의 환상에 빠졌다."

Page 122.


밑줄2. 인류는 기대할 것이 없는 놈들이다.

그때 전날 밤 전권을 읽은 보코논서 제14권이 생각났다. 제14권의 제목은 이랬다. 

"지난 백만 년의 경험에 비추어, 사려 깊은 사람은 지구상의 인류에게 무엇을 희망할 수 있을까?"

제14권을 읽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낱말 하나와 온점 하나가 점부였으니까. 

바로 이 말이다. 

'무(無).'

Page 226.


밑줄3. 커트 보네것이 하고팠던 말.

민턴대사는 산로렌조 공화국의 순국병사들을 추모하는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Page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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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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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속독법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여 천천히 읽기를 주장하는 책.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낸 것인데 물론 의미있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과연 이걸 책으로까지 내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있음. 

에세이나 잡지의 한 귀퉁이로 충분한 것 아닐까? 


이렇게 천천히 음미하고 생각하며 읽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도 만난 듯 하다. 


의외의 부분은 음독이나 베껴쓰기를 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건 정답이라기 보다는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개인의 특성이 아닐까 싶다. 

이런 방식이 잘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는게 아닐까? 


독서를 즐기시는 분이시라면 일종의 메타 독서(?), 독서에 대한 글을 독서하는, 

쉬어가는 시간으로서 나쁠 건 없다고 본다. 


논어에 "절문이근사"라는 말이 나온다. 

절실히 묻고 가까운데서부터 생각하라는 것이다. 주자의 근사록이라는 책은 여기에서 제목을 따왔다.

책을 읽음에 있어 권수를 채우려는 마음을 누르고 하나하나의 의미를 새기고 

질문하고 생각하는 독서가 필요하다. 


때로 나의 노년이 기다려지곤 한다. 

읽어간 책들은 재독하고 삼독하게 될 그 시간들이 기다려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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