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0.

주저없이 별 다섯 개를 줄 수 있는 SF입니다. 

테드 창의 이전 작품들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속 이야기들도 모두 좋았지만 

이 소설은 그의 작품 중 가장 긴 만큼이나 속이 꽉 차있습니다. 


1.

끝장을 봅니다. 

다짜고짜 인간과 닮은 인공의 무언가를 들이미는 작품은 많습니다.

하지만 테드창은 오늘날의 기술에서 하나씩 벽돌을 쌓아가듯 미래를 그려줍니다. 


소프트웨어적인 객체로 존재하는 "디지언트"들은

유아기에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인격을 생성해 나가고, 

마치 아이폰의 각종 악세사리처럼 하드웨어적 형태를 갖춘 로봇에 다운로드도 가능하게 됩니다. 

어떤 회사의 디지언트들은 일부러 (인간들의 나쁜 면일수도 있는)비사교적 행동과 강박적인

성격을 가지기도 하며 이를 통해서 학습능력이 향상된 디지언트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또 다른 시도는 디지언트들이 법인이 되는 것입니다. 인간을 자연적인 자연인이라 한다면

디지언트들은 법적인 사람, 회사등에 쓰이는 개념인 법인이 되어 법적인 권리와 의무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나아가 애초에는 불필요하다 생각하여 없앴던 성적인 반응도 넣으려 합니다. 

성적인 도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디지언트들에게 성적인 기능을 즐길 권한을

보장해 준다고 할까요? 좋아하고 싫어하고 학습하는 기능은 넣어줘놓고 성적인 기능을 

빼버리는건 오히려 인간의 이기일 수 있다는 거죠. 마치 애완동물의 중성화처럼.


2.

재미있게 보았던 부분 두 가지를 더해보자면


"잭스"라는 디지언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간 청소년들과 교류를 합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잭스에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교류한다는 겁니다. 

하긴 우리는 벌써 아이폰의 "쉬리"나 "심심이"라는 어플과 대화하기를 어색해하지 않습니다. 

-네비게이션과 대화하는 분들도 있으니 뭐.

미래의 우리 후손은 오늘의 우리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인공의 인격과 어울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순간이동이랄까요? 

생명체를 급속냉동했다가 다시 해동하면 살릴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할때에 

흰쥐를 급속냉동 - 매우 작은 단위까지 데이터를 스캔하여 전자빔으로 사라지게 만든 후 - 

다른 공간에서 이 데이터를 복원하고 - 해동을 하니 2분간 숨을 쉬다 죽는다.


3.

이 책은 우리가 인공의 인격을 마주치게 될 미래를 매우 개연성있게 풀어줍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미래에 맞부딪힐 수많은 가치판단을 미리 예행연습하게 해줍니다. 


저는 기억합니다. 

세상에나 물을 생수라고 하며 사먹다니 하던 시절을, 

싸이월드라는 곳에서 음악이나 옷을 도토리라는 것을 통해서 구매하는것에 신기하던 시절을,

리니지의 아이템이 큰 돈에 거래되는 모습이 낯설던 시절을, 


모두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처음 만났을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었습니다. SF의 가치는 이러한 미래의 첫만남에 대한 예행연습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테드 창의 이 소설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미래 모습을 진지하게 대면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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