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모노폴리
벤 H. 바그디키언 지음, 정연구.송정은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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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서 《The new media monopoly》는 1983년의 《미디어 모노폴리(The media monopoly)》에서 미디어의 한 부분인 인터넷 부분을 추가한 개정판입니다. 책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이 책은 미국의 1970년대부터 시작된 미디어 산업의 체인화, 거대그룹화, 독점화의 과정과 그 영향력, 그로인한 미디어 언론의 여론 왜곡 실태와 그 영향력을 담고 있습니다. 서적의 저자 벤 바그디키언(Ben h. Bagdikian)은 1920년 터키에서 태어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명예원장으로 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신문, 잡지, 출판, 영화, 라디오, 텔레비젼 등의 미디어를 대부분 보유한 5대 미디어 기업인 타임워너(Time Warner), 월트디즈니(Walt Disney),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 비아콤(Viacom), 베텔스만(Bertelsmann)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 다섯개의 회사는 하나의 카르텔을 구성함으로서 자유시장에서의 경쟁보다 하나의 거대한 시장 자체가 됨으로서 막대한 이익을 남깁니다. 이 막강한 카르텔은 정치권에서도 쉽사리 건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률을 지정하도록 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각 지역의 미디어가 일원화되고 자본화됨으로서 미디어업계의 힘은 갈수록 커져가고, 그들에게 힘을 떨치는 광고주 또한 매력적인 메리트를 얻게 됩니다.

퓰리처의 뉴스룸에는 "<뉴욕 월드>는 친구를 갖지 않는다" 라고 밝힌 글이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뉴스 미디어는 특별 대우를 해주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비판을 받지 않고 그와 관련된 난처한 정보가 삭제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장받는다. 미국의 뉴스룸에서는 이러한 친구들을 '신성한 암소sacred cows'라고 불린다. 소유주, 소유주의 가족과 친구들, 주요 광고주들, 소유주의 정치적 견해 등이 신성한 암소에 속한다. - p.222

그에 반해, 사회적 약자들은 점차 미디어에서 소외되어 가고 있으며 미디어가 그들을 포기함으로서 대중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칠수 있게 됩니다.

많은 계층의 사람들(소수민족,블루칼라,중하층,가난한사람들)이 뉴스에서 무시되고, 때로는 낯선 유행으로 보도되거나 최악의 상태로 보여진다. 그들은 특별한 사건, 즉 파업에 돌입했을 때나 체포되었을 때가 아니면 보도되지 않는다. 기업이 휘두르는 힘에는 조합을 결성하려는 노동자들에 대한 유혈 진압, 정부의 부패, 시민권의 침해와 같은 추하고 부정의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을 거치는 동안 대부분의 대중매체는 기업 활동을 자비롭고 애국적인 것으로 묘사했다. - pp.223~224

미국은 자본주의의 선봉에 있습니다. 미국의 미디어업계 또한 자본주의의 원칙을 충실히 지켜왔습니다. 미국의 가장 큰 신문체인인 개넷으로 상징되는 M&A전략과 그로 인한 사회적 영향력의 증대는 1979년 3월 29일 통신법 변경법안을 성공시켰고, 미디어 업계는 상업방송들에게 소유하고있는 방송면허의 반영구적 보유, 정치적 후보가 방송을 동등하게 사용할수 있도록 하는 규정 폐지, 지역사회의 문제를 제시하거나 공정하게 보도하기 위한 규정 폐지 허락을 얻게 되었습니다. 미디어업계가 갈수록 대형화, 그룹화, 체인화됨으로서 미디어의 가격은 올라가고, 양과 질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진지한' 뉴스가 줄어들게 됨으로서 여러 국가적 합의가 필요한 사회적 문제점(책에서는 홈리스 문제를 예로 듬)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서 여러 문제점에 봉착합니다. 그에 반해 광고의 양은 더욱 늘어나며, 뉴스를 가장한 광고&홍보 기사가 늘어나게 됩니다. 정말 유용하고 필요한 기사들은 광고주가 좋아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필요할때 사라지게 됩니다.

1970년대의 극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독자들이 가장 필요로 했던 일 중에 하나는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믿을만한 정보였다. 짧은 기간동안 독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어왔던 기사는 시장바구니 조사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는 광고주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기사는 극적인 인플레이션 시기 같이 정말 필요할때 미국 신문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한 신문은 광고주의 압력 때문에 실을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 p.345 

결국 극한의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에스컬레이터 속에서 미디어의 공공성은 퇴색할 수밖에 없으며, 미디어는 기업의 홍보도구로 전락함으로서 사회적 구도를 바꾸게 되며 사회적 불균형 및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게 됩니다. 결국 미국 미디어 업계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언론통제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1조를 미디어업계 스스로 해치고 있다고 벤 바그디키언은 주장합니다. 몇몇 기자들 및 소규모 언론사들의 사회적 저항도 있었습니다.

저널리즘은 느리게 변화했다. 기업 시스템에 대한 중대한 비판은 없이 사건만 분리하여 단순하게 보도했지만, 처음으로 미디어는 기업의 행위를 끊임없이 장려하고 찬양하는 일률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기업 경영자들은 분노했다. 1980년, 대규모 선거자금을 조성해 사회적 통제를 지워버리는데 공헌할 국가 행정부를 선출했고, 미디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 p.232

미국이 이미 지나쳐온 길을 우리는 걸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 점령군은 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에 '비상업적'이며 '비정치적'인 방송체계인 NHK을 만들도록 명령하며 어떤 근대적 민주주의도 '비상업적'이며 '비정치적'인 방송체계 없이 존재하지 않는게 좋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로 인해 NHK는 영국BBC처럼 상업채널과 비상업채널이 존재하는 이중체계가 구축되었으며 공영방송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나라도 그렇습니다. 무한경쟁 체제속에 미디어가 포함되게 됩니다. 인생극장처럼, 진정 TV를 본후 무언가 남았구나 하는 책에서 말하는 '진지한' 프로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며,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광고가 들어갈 것이고 회사에서 제공받은 제품을 입고 광고하는 연애인들만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큐멘터리도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결과를 내놓기 위한 다큐멘터리가 될 것입니다. 돈을 위해 좀더 SEX와 폭력이 강하게 묘사될 것이며, 사회적 문제점과 이슈를 원하는 대중의 뜻에 반하는 기사들이 즐비하게 될 것입니다.

미디어 복합기업과 결합한 주요 기업들의 정제되지 않은 권력은 그간 인터넷과 대안적인 인쇄, 방송 매체에서의 저항이 점차 증가하도록 부추켜 왔다. 보다 많은 젊은이들 (한때는 이 연령층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최저 투표율을 보였었는데) 이 저항과 탄원, 투표를 견인해 내는 활동가들이 되었다. 젊고 늙음에 관계없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특권, 즉 18세 이상의 시민들이면 남녀 관계 없이 누구나 대통령, 부통령,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점점 더 진지하게 실현하려는 듯 보인다. 치유는 궁극적으로 투표함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 p.366

사회의 정보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대중이 판단해야 하는 정보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 정통한 지식을 가지고 옳은 방향을 판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지식인, 전문가가 되어도 자신의 분야 및 관심있는 한두 분야 정도밖에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린 자본주의 정신에 입각한 '우리가' 필요한 정보가 아닌 '그들이' 필요한 정보만을 보게 될 것입니다. 책에서 나온 UPI(United Press International)의 에드워드 F 로비란 기자의 모빌사와의 소득세 진실공방 (243p)의 결과처럼 진실을 알게되는게 매우 특별한 일이 될 것입니다. 사회는 점차 무한자본주의로 빠지게 될 것이고, 미국처럼 초등학교 중학교의 복도에서마저 각종 광고판으로 도배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문득 깨닫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또한 과유불급(過猶不及)에서 벗어날수 없는 것임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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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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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히만 재판은 그가 나치독일치하에서 유대인 관련업무만을 맡았던 공무원이기에 나치독일의 여러 민족에 대한 범죄로 기소된 뉘른베르크 재판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재판이 열리게 된 과정부터 독특했는데, 이스라엘은 아이히만이 살고있는 아르헨티나에서 국제법을 어기며 납치해왔으며 국제재판소를 여는게 더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서 열렸다는 점입니다. 이것에 대해 아이히만 당사자에 대한 재판이 아닌 반유대주의에 대한 재판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로인해 예루살렘 재판은 여러 문제점을 야기했다고 지적하는데, 피고를 위한 증인을 허용하지 않은 점 뿐만 아니라 잘못을 행하려는 의도가 범죄를 구성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가정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아이히만의 성장과정을 따라갑니다. 평범한 학생이 성장해 결혼을 하고, 감압정유회사에 취직하고 나치당에 가입했고 친위대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당의 정강도 알지 못했고 '나의 투쟁' 도 읽지 않았습니다. 젊은 변호사 칼텐브루너의 "친위대 가입해보면 어때?" 라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 뭐" 정도의 신념으로 가입했던 것입니다. 그가 유대인 문제 전문가로 성장하며 맡았던 것은 나치당의 유대인 해결책과 동일했습니다. 추방, 수용, 학살에 이르기까지 유대인 정책이 변화할때마다 그는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아이히만이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마치 본디오 빌라도가 된 심정이였다고 말합니다. 유대인은 예수를 로마에 대한 반역죄로 몰아 빌라도에게 고발했고, 빌라도는 예수의 무죄를 확신했지만 유대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십자가형에 처한뒤 손을 물로 씻으면서 자신의 죄가 없다고 말한 바로 그 심정이라는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유대인의 추방 및 수용은 몰라도 최종해결책, 즉 학살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결국 자신의 양심을 무마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그 방법이란 학살에 반대한 사람을 단 한명도 볼수 없었다는 단순한 사실입니다.

나치가 유대인을 그토록 많이 학살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 중 하나는 바로 유대인 지도자들입니다. 유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독일은 그 짧은 시기에 유대인을 그렇게 대량으로 학살할수 없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나치는 유대인을 추방,이송하는데 있어서 유대인 공동체를 이용했는데, 명단을 작성하고 돈을 인수하고 기차에 태울수 있게 경찰력을 제공하는 등 유대인 중앙위원회는 유대인처리에 있어서 절대적 권리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비밀을 맹세했고, 자기 민족을 파멸로 이끄는 새로운 권력에 취해 홀로코스트를 이룩함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합니다. 간혹 유대인을 구한 경우도 있었는데 헝가리에서 카스트너 박사는 47만 6000명의 희생자를 내고 1684명을 구출했습니다. 이러한 저명한 유대인은 전쟁중에도 학살당하지 않았고 그들을 위해 덜 저명한 유대인은 항상 희생되었습니다. 히틀러는 340명의 일등급 유대인에게 독일인의 지위를 부여했고 수천명의 반쪽 유대인은 모든 제약을 면제받았습니다. 심지어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을 학살한 의사들은 유대인 부대도 있었습니다.

유대인 위원회가 유대인을 학살하는데 큰 영향력을 끼친 증거로 나치독일 점령국에서의 유대인 학살과정을 들수 있습니다. 이것은 유대인간의 문제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반응에 따라 유대인학살수치에 큰 영향을 가져옴을 알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무국적 유대인을 희생시키는데 있어서 오히려 프랑스 비시정부가 자발적으로 앞장섰으나 프랑스계 유대인을 포함시키려 하자 격렬하게 저항한 결과 25만명의 유대인이 살아남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벨기에의 경우 더 비협조적이였지만 나라가 작다보니 숨기가 어려워 피해가 좀 있었습니다. 덴마크의 경우 독일의 반유대정책에 대해 대놓고 반대했고 무국적자마저 덴마크 정부가 보호해줬을뿐만 아니라 돈없는 유대인을 위해 덴마크시민들이 탈출비를 제공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완강한 저항을 보게 되자 정작 덴마크에 파견된 독일당국마저 베를린의 명령에 대해 거부심을 표하게 됩니다. 불가리아의 경우 더욱 완강한 정책으로 불가리아 유대인은 이송되거나 자연사가 아닌 죽임을 당한 사람은 한명도 없게 됩니다. 그런 반면 루마니아의 경우 독일보다 더 극렬한 반유대정책으로 유대인학살의 원조격인 친위대마저 루마니아인들의 학살에 공포심을 느꼈으며 유대인을 구하기위해 개입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은 독일의 도움 없이도 독일 친위대가 도착하기 전에 벌써 30만명을 학살했습니다.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였습니다. 그의 친척중에도 유대인의 피를 잇는 사람이 있었고, 교양있는 유대인 지도자들과 친분을 나눴으며 자신이 맡은 유대인학살소(테레지엔슈타트)의 학살과정을 보고 경악했으며 그의 희망은 유대인의 발아래 확고한 땅을 두려는 것이였습니다. 그것은 그의 니스코 모험이나 마다가스카르 계획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최종 해결책이 다가옴에 따라 취소되었고 그는 변경된 정책을 따랐습니다.

이스라엘 법정은 그에게 사형을 언도했습니다. 판결문에서 그는 15개의 기소 항목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그것은 유대인의 대량학살 및 폴란드인, 슬로베니아인 추방죄와 집시추방죄를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집시의 학살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판결문에서 살상도구를 자신의 손으로 사용한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책임의 정도는 증가한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스라엘 대통령은 아이히만의 사면 청원서와 미국랍비중앙회, 미국개혁주의 유대교대표단 등에서 보내온 호소편지문을 모두 물리쳤고 몇시간뒤 아이히만은 교수형에 쳐해졌습니다.

아이히만은 사악한 동기에서 행동하지 않았고, 누구를 죽일 어떤 의도도 없었으며, 유대인을 증오하지도 않았지만 다르게 행동할 수 없었으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그를 통해 그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사고의 무능력함을 지적했고, 그가 행한 모든 일은 그가 법을 준수하는 시민으로서 인식한 만큼 행동한 것이었다. 그는 경찰과 법정에서 계속 반복해서 말한 것처럼 의무를 준수했지만 그 법과 조국, 숭고한 명령에 대해 사고하지 못했음을 지적했고, 설령 대량학살의 조직체에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할지라도 그것을 지지했고 인류 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아이히만과 이 지구를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할수 없기 때문에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아주 평범하게도, 밀그램의 실험에서 버튼을 누른 대다수의 사람에 불과했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평범한 아버지였고, 평범한 공무원이였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누구라도 그처럼 될수 있는 평범한 악 이였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이 책이 예루살렘 재판의 성공여부(헌법재판소로서 정의를 부여하는 행위)만을 다루고 있다고 글을 마무리하지만, 역사속에서 유대인학살을 최소화할수있었던 좋은 예들(덴마크나 불가리아의 유대인정책 등)을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알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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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 노동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상품으로 만드는가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이가람 옮김 / 이매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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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 정신노동 뿐만 아니라 감정 또한 노동을 한다는 개념을 제시한 이 책은 감정노동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된 1970년대(미국기준)부터 저술을 시작해 1983년에 발표했습니다. 감정노동자는 1970년 기준, 전체노동자의 33%에 달하며 남성노동자는 25%인데 반해 여성노동자는 50%를 넘기 때문에 이 책은 발표후 여성학에서 자주 사용되었을뿐만 아니라 여성계 노동자들(전화상담원이나 항공승무원 등) 에 대한 내면적인 문제점을 생각해볼수 있는 책입니다. 1970년대에 이미 전체노동자의 33%에 달한 감정노동자는 출간20년후 증보판에서 말하고 있듯이 시장화된 사적생활(어머니와 아내의 존재를 연상케하는 여성비서 등) 의 영역이 생겨나고 서비스업종의 비율이 커짐에 따라 감정노동에 대한 논의는 예전보다 더 커졌다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책은 먼저 사람의 감정을 경험하고 관리하는 감정체계에 대한 작용에 대해 말합니다. 감정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내부적 관점에 신호를 보내고 합리적 사고를 위한 잠재적 통로입니다. 책의 1부에선 평범한 개인의 삶에서의 감정 체계의 작동을 심리학적인 부분과 사회 법칙의 부분 개인적 경험들을 모은 설문 등으로 설명해줍니다. 중요한 점은, 감정은 서로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서로간의 감정교환의 비율에 관해 의문을 품을수도 있고, 새로운 교환을 시도할 수도 있고, 만족하지 않을경우 끝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의 영역은 공적 삶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감정의 불평등한 교환(고객과 종업원) 이 정상적인 일이 되고 표정을 팔게 됩니다.

한 젊은 사업가가 승무원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미소를 짓지 않죠?" 그 승무원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그쪽이 먼저 미소를 보이면, 저도 웃겠어요" 그 사업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요" 승무원이 대답했다. "이제 그 상태로 열다섯 시간을 계세요" - p.165 

감정이 상품화됨에 따라 개인적 차원에서의 감정 체계는 공적 체계로 변형되는데 감정노동자가 많은 회사(저자는 항공사를 주 예로 듬) 는 자체적으로 감정관리를 교육합니다. 스튜어디스 연수 등에서 화를 식히는 법, 좀더 진심으로 웃는법, 고객을 가족으로 상상하는 법 등 감정관리법을 배우게 됩니다. 스튜어디스로 통칭되는 미소업계와는 반대로 화를 내야하는 직업도 존재하는데 추심원(빚을 갚으라고 압박하는 사람) 등이 대표적입니다. 회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동자는 서비스 분야에서 더욱 신경쓸것을 요구받게 되는데, 1970년대 이후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면서 감정노동에 반대하는 형태로 태업(slowdown) 을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회사 뿐만 아니라 고객과도 미소를 둘러싼 투쟁을 계속하게 됩니다.

우리가 아프면 회사에서 우리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파손이라고 합니다. - 아메리칸 항공의 노동자 

감정노동은 여성에게 특히 더 중요한데, 사회적으로 돈, 권력, 권위, 지위에 접근하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에 감정을 관리하고 관계해야 하고, 태어나면서부터 남성과 다른종류의 감정노동을 할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며, 감정의 상업적 판매용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위는 낮아질수록 그 사람의 감정은 하찮은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몇 년전 한 저명한 고위 공무원이 내게 감정 원칙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그 사람은 감정의 중요성은 그 사람의 중요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고 한다. 만약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느 말단 공무원을 해고해야 한다면 그 공무원의 감정까지 존중할 필요는 없다. 만약 차관보라면, 합당한 선에서 조심스럽게 고려되어야만 한다. 만약 정무 차관급이라면, 감정은 그 상황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정말 필수적인 공공의 이익만이 그런 조건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 H.E.Dale 

감정이 관리에 따라 느끼고 표현됨이 결정되는 상황, 고객의 권리가 직원의 권리보다 더 강해지고 개인의 공감과 온정을 회사에서 이용하는 상황에서 감정과 겉표현의 감정부조화 가 일어나게 됩니다. 감정체계가 제대로 변형되지 않으면 표현이 신호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고 발전됨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배역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감정의 신호기능이 요구되기 때문에 감정 신호기능의 상실은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을 대가로 치르는 셈이라고 경고합니다. 감정이 성공적으로 상업화된 상황에서는 노동자가 내면행위의 성공적인 변형을 통해 자기의 표정이 거짓이라는 느낌이나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나 인간적인지에 만족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과정으로서 감정의 상업화가 무너져 독립된 요소들로 나누어지면, 표현은 공허해지고 감정노동은 철회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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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이선혜 옮김 / 이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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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75억달러, 순익 10억달러, 1만 7500명의 직원, 46개국 진출, 전세계 1억 헥타르에 달하는 GMO(유전자 변형체) 재배면적, GMO의 90%에 대한 특허권을 갖고 있는 세계 최대 종자기업, 세계 기아 문제와 환경오염 문제를 GMO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기업 몬산토에 대한 책 몬산토가 만드는 세상 Le Monde selon Monsanto 입니다.

현재 세계 최대 다국적 기업중 하나인 몬산토는 화학기업으로 출범해 최초의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을 제조해 코카콜라에 전량 판매, 바닐라, 카페인을 판매했고, 여러 화학기업을 인수해 PCB(폴리염화비페닐), 황산, 아스피린, 고무, 합성섬유, 인산염 등을 추가로 공급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합니다. 이러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몬산토는 PCB중독 사건, 다이옥신 파동, 에이전트 오렌지, 라운드업, rBGM(젖소산유촉진제), 라운드업레디 대두, GMO유채 문제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습니다.

몬산토는 PCM공장에서 폐기물을 무차별적으로 흘려보냈는데, 27톤의 폐기물은 공기로 유출되었고 810톤은 하천에 버려졌으며 3만2천톤은 흑인들이 사는 지역 노천 하치장에 버렸습니다. 그 결과 PCM중독은 염소성여드름, 카네미 유증이라는 신종 질병을 야기시켰고 식수부터 동식물 물고기까지 오염되어 태아의 높은 조기사망률, 정신지체아 증가, 암 발생률 증가, 수백만 마리의 닭과 돼지 도살, 상위 먹이사슬의 포유류 일부의 멸종위기 등을 가져오게 됩니다.

한때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다이옥신 파동에 대해 몬산토도 예외는 아닌데, 제초제 2,4,5-T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을 만들었고 버지니아 공장에서 다이옥신이 노출, 77명이 심각한 피부질환, 호흡기와 중앙신경계 장애, 성기능 장애, 간조직 손상 등을 입게 되었습니다. 몬산토는 이런 제초제를 화학무기로 개발하기 위해 국방부와 협의했고 베트남전에서 밀림의 제거, 농작물의 파괴를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생산합니다. 당시 8000만리터의 고엽제가 사용되었는데 이 고엽제는 400kg의 다이옥신 효과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80g의 다이옥신을 식수원에 희석하면 800만명의 도시 하나를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생각하면 베트남전에 뿌려진 고엽제만으로 400억 인구를 제거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세수할 때나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에이전트 오렌지가 담겨 있는 빈 통을 이용하는 동료들도 있었어요. 다이옥신이 들어있다는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정부는 모든 걸 알고 있었죠. 베트남에서 돌아온 뒤 눈에 이상이 생겼어요. 그리고 3년 뒤, 의사들이 말초신경염이라고 부르는 병의 증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뼈가 화석처럼 변해갔어요. 하루는 발을 씻고 있는데 무언가가 뽑혀 나오더군요. 손을 펴봤더니 발가락이였어요. 그리고 얼마 안가서 발가락을 절단했어요. 그러고는 발을 자르고, 마지막에 가서는 두 다리를 절단했죠. - p.78 

몬산토가 소의 우유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rBGM은 축산업계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는데, 성장호르몬을 주사받은 소들은 급성유선염으로 25%이상이 도살당했고, 태어나는 송아지 또한 매우 약하거나 기형의 새끼를 낳았으며 중독성이 있어 중간에 투여를 중단하면 소가 죽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rBGM을 맞은 소가 생산한 우유에 들어있는 IGF1(인슐린유사성장인자)는 사람에게 거인증을 유발함이 밝혀졌고 rBGM으로 인해 생기는 소의 유선염을 치유하기 위해 사용된 항생제 잔류물이 인간에게 흡수되 병을 유발하는 세균들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에 의해 사망한 환자의 수가 급증하게 됩니다. rBGM은 소에게 22가지의 부작용을 일으킴이 밝혀졌고 현재 미국의 공장식 축산업의 소는 대부분 rBGM을 맞고 있으며 30개월령 이상 도축 소는 이러한 소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몬산토는 유전공학쪽으로 방향을 바꾸는데 제초제 라운드업과 라운드업에 내성을 가진 종자 라운드업레디 대두를 시판하게 됩니다. 기존의 제초제와 달리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종자를 만든다면 재배기간 아무때나 제초제를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종자를 몬산토에게 구입해야 하는 시스템이 가져다주는 방식은 몬산토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게 되고 지금의 몬산토, 세계 종자시장의 독점적 선두 기업으로 변화합니다.

하지만 이런 라운드업레디 대두 또한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는데, 인류가 계속 유지해온 농사방식인 종자를 남겨두었다가 다음해 씨를 뿌리는 방식이 특허권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 자신이 라운드업레디 대두를 쓰지 않더라도 다른 곳에서 씨앗이 날라와 자랄 경우 농부가 손해배상을 해야 되는 점, 제초제와 종자 사용여부를 언제든지 감시받아야 한다는 점, 제초제 소비량이 점차 심해진다는 점, 라운드업에 저항을 가진 슈퍼잡초(GM 유채)가 생기게 되었다는 점, GMO 농작물과 자연적인 농작물이 섞여 소비자가 이를 알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 등 농부들 또한 이익은 커녕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되었고 소수의 대규모 농장만이 이익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GMO 콩, 옥수수, 밀, 유채, 면화는 미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남아메리카 대륙, 인도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장소에서 자연적인 품종의 오염 및 소멸, 영세농의 몰락, 제초제의 토양오염 등을 일으켜 GMO식물이 아니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들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와 반발에 대해 몬산토는 전부 강압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는데, 비싼 소송비를 빌미로 한 협박, 소액의 보상금을 통한 입막음, 진실을 밝힌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 미국 환경보호국(FDA) 및 정치권에 대한 로비, 수많은 연구 조작과 조작된 논문을 과학저널에 발표 등을 통해 무마합니다

이 책은 저자 마리 모니크 로뱅이 3편의 다큐멘터리 (산 자를 약탈하는 해적, 밀:예고된 죽음, 아르헨티나 : 굶주림의 콩)을 제작하며 만든 책으로 우리나라엔 다큐가 반영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20세기 이후 맹목적인 이윤 추구만을 위해 달려온 산업 모델에 대한 경고이자 유전공학이 인간에게 정말 이익이 될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주며 개인의 인생을 걸고 몬산토에 저항한 수많은 내부고발자 과학자들 및 익명의 제보자들, 피해자들과 피해자들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들에게 느끼는 진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고, 미국의 경우 내부고발자 협회가 정식단체로 활동중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교수, 학자, 연구자들이 해고되거나 한직으로 발령나고 따돌림당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 진실을 고발하는 내부고발자가 자주 생기는 문화가 정착될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기더군요. 몬산토코리아는 현재 한국 종자시장에서 매출액 355억원으로 2위에 올라있으며(1위 농우바이오 357억) 2010년 국무총리 표창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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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의 품격 - 빵에서 칵테일까지 당신이 알아야 할 외식의 모든 것
이용재 지음 / 오브제(다산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혹자는 말한다. 현대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개개인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라고. 소셜과 블로그 등 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수많은 사람들이 기탄없이 자신의 의견을 대중들에게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인터넷의 발달이 기여한 바는 우리가 더 이상 공간을 주어진 절대항으로, 그 속에서 사회적인 것이 벌어지는 용기나 테두리로 이해하지 않고 사회적 실천을 통하여 비로소 생산된 것으로서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언제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와 의사소통을 통하여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공간 이해는 모든 사회적 단계에서 대단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이런 새로운 공간관은 적어도 하나의 동일한 장소에서 참으로 다양한 공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허용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음식문화도 예외는 아니라서, 수많은 음식정보들이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지고, 공유된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주장하는 맛집 정보는 이미 사람들에게 주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수많은 인터넷 공간을 항해하는 항해자로서 말하자면, 당연하게도 인터넷의 정보가 모든 것이 가치있지는 않다. 안타깝게도 그것을 알아채기는 어렵다. 특히 음식이라는, 직감적이고 감정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듯 하면서도 모르는 정보는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의 경험이다. 원광대 서예과 졸업작품전에 서예작품을 구경하러 간 날이였다. 학생들의 서예작품을 보고 나와서 점심을 해결하려 했지만 그 주변의 음식점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모 포털의 모 블로거가 제목에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추천한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맛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입맛이 굉장히 너그러운 편이라 주변에서 뭐든지 맛있게 먹는다고 말하는 편인데, 군대에 가서도 하이라이스 빼고는 전부 맛있게 먹는 편인데, 그 집은 정말 아니였다. 군복무 중에 먹었던 하이라이스에 비하면 맛있는 편이였지만, 13,000원이라는 돈을 주고 먹기엔 너무나 아까운 음식이였다. 요즘 말로 낚인 셈이다. 그 집에서 유일하게 괜찮다고 평가할 만한 요소는 그릇과 인테리어 뿐이었다.《라면요리왕》이라는 만화에서 인테리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장면을 본적이 있고 개인적으로 옳은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음식이 기본은 되야 가능한 일이다.

튀김은 재료를 보호하기 위한 조리 방식이므로 겉은 바삭하되 속은 부드러워야 한다. 그 단계를 넘어서야 취향을 놓고 따질 수 있다. 여기서부터 진짜 주관적인 영역으로 접어든다. 좋은 예가 생선요리에 섞는 바닐라 향이다. 유행인지 종종 써먹는 셰프들이 나온다. 이 또한 생선살이 촉촉함을 잃지 않고 잘 익었다는 전제 아래, 어울리는지의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이럴 때에야 '내 취향에는'이 나올 수 있다. - p.11 

물론 1년전의 경험으로 블로거와 맛집문화라는 것을 정면으로 부인하고자 하는것은 아니다. 정말 맛있는 집은 그만큼 맛집리뷰도 많고, 개인적으로 맛집 추천글에 대체로 만족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의 블로그가 칭찬일색인 경향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아마도 음식이라는 문화가 우리사회에서 대체로 감성의 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적당한 수준만 만족하면 맛있다고 평하고, 음식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그 평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구조는 필연적으로 닫힌 환경을 만들게 되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는듯하다. 때문에 음식이 맛없는건 맛없다고 말할수 있는 글, 그러한 주장을 다른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지식을 가진 글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외식의 품격》을 쓴 이용재의 글은 인상적이다. 그의 글을 처음 접한건 블로그에서였는데, 풍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비판적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칭찬 일색인 맛집문화에 비해 전투적이라면 전투적이라고 할수 있기에, 모 업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 절차까지 받았다. 맛없는것을 맛없다고 말하는것조차 두려워해야 하는 세상이다. 에마뉘엘 피에라가 쓴《검열에 관한 검은책》에서도 현대사회에서 고소는 검열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자기검열의 형태로 나아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그 날카로움은 그다지 변한게 없는 듯하다.

회의주의자의 삶은 고달프다. 비판자의 위치에 서기 위해선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많은 사색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수고로움을 받아들이지 않고 굴복해 버린다. 에밀졸라마저도 "부끄러운 공포가 지배한다. 가장 용감한 자들은 겁쟁이로 변했으며, 배신자나 부패한 인간으로 비난받을까 두려워서 어느 누구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자신의 의견을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직감과 감성이 지배하는 한국의 음식계에 지켜야 할 기본은 지키자고 말하는 저자의 포지션은 그래서 기억해둘만하다.

풀기 없는 밥, 조미료 찌개, 국물이 흥건한 파스타, 토핑이 우선시되는 피자 등 완성도가 떨어지는 음식을 지양하자는 저자의 주장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들이다. 그러나 당연한 것마저 지키지 못하는 한국 요리계의 현실에는 아마추어리즘이 자리잡고 있다. 장사 해볼까 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게 외식사업이고,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태반이니 당연히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음식은 '배만 채우면 되지' 수준에서 많이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차 맛있는 음식에 아낌없이 돈을 쓰고자 하고 있다. 시간도 있고, 돈도 있다. 문제는 파는 사람이 적다. 새로운 세대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외식의 품격》이 그런 변화의 지평선을 열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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