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정노동 - 노동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상품으로 만드는가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이가람 옮김 / 이매진 / 2009년 12월
평점 :
육체노동, 정신노동 뿐만 아니라 감정 또한 노동을 한다는 개념을 제시한 이 책은 감정노동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된 1970년대(미국기준)부터 저술을 시작해 1983년에 발표했습니다. 감정노동자는 1970년 기준, 전체노동자의 33%에 달하며 남성노동자는 25%인데 반해 여성노동자는 50%를 넘기 때문에 이 책은 발표후 여성학에서 자주 사용되었을뿐만 아니라 여성계 노동자들(전화상담원이나 항공승무원 등) 에 대한 내면적인 문제점을 생각해볼수 있는 책입니다. 1970년대에 이미 전체노동자의 33%에 달한 감정노동자는 출간20년후 증보판에서 말하고 있듯이 시장화된 사적생활(어머니와 아내의 존재를 연상케하는 여성비서 등) 의 영역이 생겨나고 서비스업종의 비율이 커짐에 따라 감정노동에 대한 논의는 예전보다 더 커졌다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
책은 먼저 사람의 감정을 경험하고 관리하는 감정체계에 대한 작용에 대해 말합니다. 감정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내부적 관점에 신호를 보내고 합리적 사고를 위한 잠재적 통로입니다. 책의 1부에선 평범한 개인의 삶에서의 감정 체계의 작동을 심리학적인 부분과 사회 법칙의 부분 개인적 경험들을 모은 설문 등으로 설명해줍니다. 중요한 점은, 감정은 서로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서로간의 감정교환의 비율에 관해 의문을 품을수도 있고, 새로운 교환을 시도할 수도 있고, 만족하지 않을경우 끝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의 영역은 공적 삶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감정의 불평등한 교환(고객과 종업원) 이 정상적인 일이 되고 표정을 팔게 됩니다.
한 젊은 사업가가 승무원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미소를 짓지 않죠?" 그 승무원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그쪽이 먼저 미소를 보이면, 저도 웃겠어요" 그 사업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요" 승무원이 대답했다. "이제 그 상태로 열다섯 시간을 계세요" - p.165
감정이 상품화됨에 따라 개인적 차원에서의 감정 체계는 공적 체계로 변형되는데 감정노동자가 많은 회사(저자는 항공사를 주 예로 듬) 는 자체적으로 감정관리를 교육합니다. 스튜어디스 연수 등에서 화를 식히는 법, 좀더 진심으로 웃는법, 고객을 가족으로 상상하는 법 등 감정관리법을 배우게 됩니다. 스튜어디스로 통칭되는 미소업계와는 반대로 화를 내야하는 직업도 존재하는데 추심원(빚을 갚으라고 압박하는 사람) 등이 대표적입니다. 회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동자는 서비스 분야에서 더욱 신경쓸것을 요구받게 되는데, 1970년대 이후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면서 감정노동에 반대하는 형태로 태업(slowdown) 을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회사 뿐만 아니라 고객과도 미소를 둘러싼 투쟁을 계속하게 됩니다.
우리가 아프면 회사에서 우리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파손이라고 합니다. - 아메리칸 항공의 노동자
감정노동은 여성에게 특히 더 중요한데, 사회적으로 돈, 권력, 권위, 지위에 접근하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에 감정을 관리하고 관계해야 하고, 태어나면서부터 남성과 다른종류의 감정노동을 할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며, 감정의 상업적 판매용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위는 낮아질수록 그 사람의 감정은 하찮은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몇 년전 한 저명한 고위 공무원이 내게 감정 원칙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그 사람은 감정의 중요성은 그 사람의 중요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고 한다. 만약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느 말단 공무원을 해고해야 한다면 그 공무원의 감정까지 존중할 필요는 없다. 만약 차관보라면, 합당한 선에서 조심스럽게 고려되어야만 한다. 만약 정무 차관급이라면, 감정은 그 상황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정말 필수적인 공공의 이익만이 그런 조건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 H.E.Dale
감정이 관리에 따라 느끼고 표현됨이 결정되는 상황, 고객의 권리가 직원의 권리보다 더 강해지고 개인의 공감과 온정을 회사에서 이용하는 상황에서 감정과 겉표현의 감정부조화 가 일어나게 됩니다. 감정체계가 제대로 변형되지 않으면 표현이 신호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고 발전됨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배역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감정의 신호기능이 요구되기 때문에 감정 신호기능의 상실은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을 대가로 치르는 셈이라고 경고합니다. 감정이 성공적으로 상업화된 상황에서는 노동자가 내면행위의 성공적인 변형을 통해 자기의 표정이 거짓이라는 느낌이나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나 인간적인지에 만족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과정으로서 감정의 상업화가 무너져 독립된 요소들로 나누어지면, 표현은 공허해지고 감정노동은 철회된다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