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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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 야구부를 고시엔 대회에 진출시키겠습니다."

주인공 가와시마 미나미가 말한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이른바 고시엔은 4200여개의 고등학교 중에 49곳만이 진출할 수 있는 일본 야구소년들의 꿈입니다. 평균 경쟁률 85 대 1, 그중에서도 도쿄는 강팀이 많은 최격전지구로 유명합니다. 도쿄에 있는 미나미의 학교는 성적은 상위 20퍼센트 내에 들 정도로 학업적인 면에서 뛰어난 학교지만, 야구는 3회전 진출도 불투명한 평범한 학교입니다. 이런 학교에서 고시엔에 가기 위해선 미나미가 150km의 직구를 뿌리며 타임 아웃이 없는 시합의 재미를 가르쳐 줄만한 선수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나미는 야구부의 여자 매니저였습니다.

미나미가 매니저를 하고 있는 야구부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수준 이하의 야구부였습니다. 많은 부원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연습을 빼먹는 상태였고, 팀의 에이스인 투수는 벤치에서 음악을 듣거나 잡담을 했고 감독을 무시했습니다. 감독 또한 투수를 피했고 스스로 부원들과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 고시엔에 간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나미는 미나미란 이름답게 세일러복을 입고 주전자를 든 평범한 매니저가 아니었습니다. 미나미는 150km 직구 못지 않은 무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무기는《매니지먼트》였습니다.

미나미는 야구부를 경영적인 관점에서, 기업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키고자 했습니다. 먼저 야구부라는 조직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목표를 정했습니다. 미나미는 야구팀이란 감동을 주기 위한 조직이며, 감동을 주기 위해선 높은 수준의 대회, 고시엔에 가야 한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행동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마케팅과 이노베이션인데, 마케팅은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고 만족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야구팀에게 고객은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이기도 하지만, 야구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나미는 마케팅의 시작을 야구부원들로부터 시작합니다.

기업의 첫 번째 기능인 마케팅은 오늘날 너무도 많은 기업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모두 말만으로 끝난다. 소비자운동이 이를 잘 말해준다. 소비자운동이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그것은 기업에 고객의 욕구, 현실, 가치로부터 출발하라고 요구한다. '기업의 목적은 욕구의 충족'이라고 정의하라고 요구한다. 오랜 기간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는 해왔지만, 소비자운동이 강력한 대중운동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결국 마케팅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 p.122

야구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시작하자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연습을 빼먹던 선수들의 문제가 사실은 선수들의 의욕 부족이 아니라 연습이 매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감독이 사실은 지식적인 면에서 전문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소통능력의 부재로 인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는데 실패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 외에도 투수, 다른 매니저, 다른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인지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형태로 마케팅을 시작하자 팀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선수들(직장인)은 의욕을 가지고 일을 하기 시작했고, 감독(사장)의 지식이 팀원들과 직접적으로 연계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만으론 고시엔에 갈 수 없습니다. 고시엔에 진출할 만한 팀들은 모두 저정도는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이노베이션입니다. 이노베이션은 가치를 변화시키는 일이며, 조직 밖에서 일으키는 변화입니다. 더 새로운 것, 더 다른 것을 추구해 낡은 것, 도태중인 것, 진부한 것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폐기하는 일입니다. 미나미는 감독과 상의해 야구계에서 이노베이션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노 번트, 노 볼 전략입니다. 보내기번트를 지양하고, 포 볼을 골라내는 연습과 볼을 던지지 않는것, 그걸 위한 수비의 보강이 중점이었습니다. 야구계의 이노베이션은 현실에서도 존재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가 말하는 것은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들 중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선수의 출루 능력은, 특히 평범한 방식으로 출루한 경우라면 다른 능력과 비교해 대단히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출루, 다시 말해 아웃을 피하는 능력은 수비 능력이나 빠른 발과는 비교도 되지 못했으며 장타력에 비해서도 하찮게 여겨졌다. 그 덕분에 팀의 승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출루율 좋은 선수를 헐값에 사들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머니볼》p.186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팀이던 오클랜드가 리그 우승, 20연승이라는 신기록과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적을 이룬 것처럼 미나미의 매니지먼트에 힘입은 야구부는 극적인 결과를 이뤄냅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적 갈등과 화해, 비극과 희극, 감동과 눈물은 소설이 가져다주는 탁월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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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이 답이다 - 이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떻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까
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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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에서 외야수가 플라이볼을 놓친다면 그것은 에러가 됩니다. 그러나 플라이볼의 낙하지점을 짧은 시간 안에 확실히 예측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선수들은 대부분의 공을 캐치하며, 공을 잡지 못하는 것을 실수로 간주합니다. 비슷한 예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하고 있는 자동차 운전이 있습니다. 운전은 1,500개 이상의 작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기술인데, 뇌 수술 전문 외과의를 뺀 나머지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 중에서 가장 복잡한 것이 바로 운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전을 아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야구선수와 운전자의 이러한 이야기는, 우리의 삶에서 많은 부분이 무의식적인 부분에서, 직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종의 무의식적 지능인 직관은, 스포츠나 예술분야 등을 제외하곤 천대받고 있습니다. 패러다임적 측면에서 현대는 그야말로 이성의 세기, 과학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과학은 끊임없이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고 많은 업적을 이뤘습니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물이나 공기의 운동마저 정확하게 예측하고자 하고 있으며, 이뤄질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과학적 방법론이 기반이 되는 사회가 됨에 따라 모든 것이 과학을 언급하지 않고선 안 되게 되었습니다. 종교적 논쟁도 과학의 입김을 비껴갈 수 없으며, 인문학 논문에서마저도 수학적, 과학적 방법론이 도입되어 각종 수식과 그래프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는 허풍마저 R=VD라는 수식으로 표현되자 그럴듯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웃지 못할 코미디입니다.

우리는 곳곳에서 과학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정보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자 게르트 기거렌처는 묻습니다. 과연 대중들이 과학적 메시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일기예보에서 내일 비 올 확률이 30퍼센트라고 하면 그것은 무슨 뜻인가?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성 기능 장애가 올 확률이 30퍼센트라는건 무슨 의미인가? 이런 과학을 기반으로한 수많은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 지 물어본다면 그 답은 부정적입니다. 즉 우리 대부분은 과학적 신호에 따라 움직이지만, 그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위험 숙달 능력, 위험의 속성과 정도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은 다행스럽게도 대중이 우매하거나 미개한 존재라서 그렇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기존 교육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쉽게 얻기 힘든 지식이라는 점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런 과학적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이 소위 전문가라 불리우는 계층들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9퍼센트의 배당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투자 상담사들에게 물었을 때 절반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타미플루의 약효와 선택결정에 대한 논란과 같은 의학적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망률 80퍼센트 감소나 70퍼센트 증가 같은 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는 경우는 의사들도 많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이런 과학적 데이터에 대한 인지과정에서 혼란의 원인은 사람들의 지능이 문제라서가 아니라 무엇보다 전문가의 해독능력 및 대중들과의 소통 능력 부재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골드만삭스의 최고재무책임자 데이비드 비니어는 그들의 위험 모델에 따르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25시그마 사건'이 며칠간 이어지면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25시그마 사건이라면 얼마나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사용된 위험모델에서 3시그마 사건은 2년에 한 번, 5시그마 사건은 이전 빙하기 이후 한 번, 7~8시그마는 빅뱅 이후 한 번 일어날 확률이며, 25시그마는 그 모델로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확률이다. 그러나 그처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건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일어났다. - p.69 

금융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수학적 모델은 예측 불가능한 금융시장의 위험을 예측 가능한 것인 양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확실성의 환상으로 인한 절대적 확신성은 모든 의혹을 배제하는 위험한 정신적 상태입니다. 복잡한 위험 모델은 극소수의 위험요인을 지니고 충분한 데이터를 지닌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세계에서나 가능할 뿐 실제 세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저자는 금융시장과 같은 복잡한 세계에선 가장 단순한 방법을 사용하라고 말합니다. n분의 1 방식, n개의 펀드에 똑같이 투자하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분산투자가 더 낫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방법론이 애용되는 이유는 그 방법론 자체가 가져다주는 안심과 보증 때문입니다.

 

"1969년부터 회사의 투자를 살펴봤습니다. N분의 1 방식을 우리의 실제 투자 전략과 비교해 봤습니다. 단순 어림셈법을 썼다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더군요."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단순한 것이 낫다는 생각에 저는 동의합니다만, 고객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하지요? 고객이 들으면 '그건 나라도 하겠다'고 할 게 뻔합니다." - p.148 

저자는 커다란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뻔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사고를 막았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두 가지의 지적을 합니다. 첫째는 우리는 때로는 직관적으로 행동할 때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위급할 때 단순한 방법이 효과적이며 그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체크리스트인데, 해야 할 일을 기록하고 한다는 단순한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아툴 가완디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 조종석에선 유용한 체크리스트가 중환자실에선 무용지물이 되기도 합니다. 항공사의 문화는 오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개선하는 반면, 의료계는 오류를 부정적이고 받아들이고 개선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이 가진 권위적인 구조, 사고를 숨길 수 있는 시스템, 실패에 대한 소송과 책임의 공포 등은 의사들로 하여금 방어적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판단과 환경을 만듭니다.

 

체크리스트의 시범 사용 기간이 끝나갈 무렵에는 80퍼센트의 직원들이 체크리스트가 사용하기 쉬우며, 실시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고, 치료의 안전성이 향상됬다고 전했다. 그리고 78퍼센트의 의료진이 실제로 체크리스트가 수술실에서 실수를 방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만약 당신이 수술받는다면, 체크리스트를 사용하길 원합니까?" 응답자의 93퍼센트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체크! 체크리스트》p.211 

기거렌처는 더 많은 정보, 더 복잡하고 정교한 공식을 사용하는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더 위험을 해석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대중들도 위험을 해석할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험 판단력을 교육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위험을 판단하기 위해선 전문가의 권위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며, 확실성이라는 환상을 포기해야 하고, 오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권위자의 명령만이 들리는 상황에서는 스스로를 믿고 배에 남아있으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바다에 뛰어들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선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희망적인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 생각하고 책임지는 용기는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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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적인가 - 현대 대의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비판적 고찰, 폴리테이아 총서 2
버나드 마넹 지음, 곽준혁 옮김 / 후마니타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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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의 민주주의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등장한 이후로 대의제는 한 번도 심각하게 도전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국가나 독재자들도 명목상으로나마 선거를 합니다. 대의제는 너무나 당연시되다보니 아직까지도 대의제가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버나드 마넹은 대의제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원칙을 이야기합니다. 인상적이게도, 대의제는, 그리고 대의제의 근간이 되는 선거는 본질적인 의미에서 귀족적입니다.

정부 유형의 다양한 형태로 대의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직접 민주주의가 있습니다. 정치적 개념에서 대의 민주주의는 대의정 또는 공화정이라 부르고, 직접 민주주의는 민주정이라 부릅니다. 직접 민주주의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대부분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되지만 아테네는 순수한 의미의 민주정은 아니었습니다. 아테네의 정치제도에서 인상적인 것은 추첨방식입니다. 제비뽑기로 행정관을 뽑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추첨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시민들 가운데서 스스로 공직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자원하고, 그 중에서 추첨을 통해 행정관을 선출했습니다. 때문에 추첨제도의 문제점인 무능력하고 의지없는 사람이 랜덤하게 뽑힐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정의 기본적인 원칙은 민중이 통치자이자 피통치자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이 두 위치를 번갈아 가며 차지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정의 기본 원칙"인 자유가 취해야 할 두 가지 형태 가운데 하나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자유의 한 형태는 다스리고 또 다스림을 받는 것을 번갈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민주적 자유는 자신에게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이면 자신이 차지할 그 자리에 오늘 앉아 있는 누군가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 p.46 

아테네의 공직은 추첨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아테네는 추첨과 선거를 병행했습니다. 최고 재정 담당, 최고 군사령관 등 중요직은 선거를 통해 선출했습니다. 추첨을 통해 선출되던 선거를 통해 선출되던 아테네의 행정관은 언제나 민회와 시민 법정의 감시를 받았고, 임기 중에도 직무 정지를 당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이면 누구나 행정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제안할 수 있었고, 행정관이 만든 법안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재심사시 법안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법안을 만든 행정관이 모든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새로운 법안을 통해 대규모 공사를 남발하다가 세금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국회의원이 있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대의정부는 광대한 국가에서 시민들을 한 데 모으는 것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기술적인 필요로 만들어진 체제가 아니었습니다. 대의정과 민주정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우리가 대표자를 선출할 때 선거를 할 것이냐, 추첨을 할 것이냐로 구분됩니다. 만약 대의정부의 필요성이 인구수로 결정된다면, 현재도 작은 마을이나 소규모 지자체는 대의정을 버릴 수 있습니다. 고대부터 근대의 민주주의자들은 추첨을 민주적인 것으로 보았고, 선거를 과두적이거나 귀족주의적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추첨을 정치적으로 사용한 것은 고대 그리스만이 아니었습니다. 추첨은 18세기만 해도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인민들은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회의 의원을 선거하는 기간뿐이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그들은 다시 노예가 되어 버리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사회계약론》 

18세기의 엘리트들은 당시 등장했던 선거권의 확대 등 정치적 변혁기를 맞이해서 추첨방식과 선거방식에 대해 논의했고, 다수의 엘리트들은 근대의 정치는 오직 선거에 기초해야만 한다고 결정합니다. 대의 정부가 등장했을 무렵에 중요했던 정치적 평등은, 권력에의 동의에 대한 평등한 권리였지 관직을 가질 평등한 기회는 아니었습니다. 선거는 탁월성의 원칙을 지닙니다. 선거로 뽑고자 하는 시민의 대표는 자신을 선출한 사람보다 사회적으로 더 뛰어나야만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탁월성은 인품일 수도 있고, 때론 능력일 수도 있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재력이었습니다. 돈이 많을수록 자신을 타인에게 더 홍보할 수 있고, 그것은 그 사람의 탁월성으로 연결됩니다.

메디슨은 공화정을 정의하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우선 "나머지 사람들에 의해 선출된 소수의 시민에게 정부의 권력을 위임하는 것이다. 선택된 시민 집단이라는 매개를 거치면서 대중의 견해가 정제되고 확대되는 효과를 가진다. 그들의 지혜는 나라의 진정한 이익을 가장 잘 분별할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의 애국심과 정의에 대한 사랑은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나라의 진정한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다. - p.150 

문제는 후보자의 탁월성은, 실제 존재하는 탁월성이라기보단 인지된 탁월성이라는 것입니다. 후보자가 실제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던 간에,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입니다. 선거는 학력시험처럼 능력 위주의 시험이 아닙니다. 또한 시민들이 어떤 후보의 공약을 보고 투표했다고 해서 그 공약이 지켜지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공약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며, 선거에 당선된 대표자를 절대적으로 구속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선거제도하에서 대표자는 인민과, 인민의 의지와 일치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선거는 본질적으로 불평등주의적이고 귀족주의적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선거권을 가지고 있고 모두가 합법적으로 공직에 진출할 자격이 있는 한, 선거가 평등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대의제는 불평등주의적이면서도 평등주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고, 귀족주의적이면서도 민주주의적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대의제는 의회 정치 구조에서 민중정당 시대를 넘어 청중 민주주의적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의 변화 속에서도 중요한 것은 대의제라는 큰 틀 안에서는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자는 오늘날에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대의제의 귀족주의적 측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귀족주의적 측면은 잘 인식되지 않고 잊혀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의제를 좀 더 민주주의적으로, 혹은 좀 더 귀족주의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적 요소를 원한다면 중요한 것은 여론의 자유와 토론입니다. 대의 체제에서 시민들이 공공 결정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회고적 의견을 바탕으로 투표해야만 합니다. 선거는 그 특성상 불가피하게 엘리트를 뽑습니다. 그러나 그 엘리트가 누구냐를 정하는 것은 평범한 시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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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사기다
스메들리 버틀러 지음, 권민 옮김 / 공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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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의하면 역사가 기록된 이래로 전쟁이 없던 때는 전체의 8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리아,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체첸, 소말리아, 수단 등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갑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행위를 밥먹듯이 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전쟁을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며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전쟁의 역사만큼, 전쟁을 반대하는 의견의 역사도 오래되었습니다. 스메들리 버틀러의《전쟁은 사기다》역시 수많은 전쟁을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책 중 하나입니다. 인상적인 점이라면, 스메들리 버틀러는 해병대 역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이라는 점입니다.

스메들리 달링턴 버틀러는 16살에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필리핀, 중국, 쿠바, 파나마, 온두라스, 니카라과, 멕시코, 아이티, 도미니카의 전투에 참여했고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 위치한 미군 상륙 기지의 지휘관을 맡기도 했습니다. 121회의 전투에 참여하면서 16개의 훈장을 받았으며, 그 중 하나는 해병대 최고 훈장인 브레빗 훈장이었고, 두 개의 명예 훈장을 수훈했습니다. 48살에는 역사상 최연소로 소장으로 진급합니다. 파시즘을 증오했던 버틀러는 무솔리니를 공개석상에서 비판했는데, 이로 인해 당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이탈리아가 강하게 항의하자 후버 대통령은 버틀러를 군사법정에 세웁니다. 이 일을 계기로 버틀러는 50의 나이에 퇴역합니다.

나는 가장 역동적인 군대인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복무했다. 소위부터 소장까지 해병대의 모든 지휘관 계급을 거쳤다. 그런데 나는 그 기간의 대부분을 '빅 비즈니스(대기업)'와 월스트리트와 은행을 위해 일하는 고위 폭력배로 보냈다. 요컨대 나는 자본주의를 위해 일한 사기꾼이자 폭력배였다. 나는 그 시절 내가 사기꾼인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 내가 사기꾼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모든 직업 군인들처럼 나도 현역을 떠나기 전까지는 자신만의 생각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상부의 지시에 복종하는 동안 내 정신 능력이 정체되어 있었다. 이것은 모든 현역 직업 군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 p.52 

1차 세계대전 이후 참전군인들은 직업을 구할 수 없었고, 정부에서 약속한 상여금을 바라보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 회복이 둔화된다는 이유로 상여금 지급을 거부합니다. 참전군인들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했는데, 이런 병사들을 지원한 최고의 후원자가 병사들의 장군으로 불리웠던 버틀러였습니다. 상여급 지급안이 계속 부결되자 시위는 계속되었고, 후버 대통령은 육군에게 참전군인들을 해산시키라고 명령합니다. 더글러스 맥아더와 패튼은 연대와 탱크를 끌고 와 시위대를 공격했고, 시위대는 4명의 사상자와 1000명의 부상자를 냅니다.

퇴역 후 버틀러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반전 평화주의 연설을 합니다. 버틀러가 보기에 전쟁은 시민들의, 더 좁은 의미로 젊은이들의 피를 바쳐서 자본가들이 돈을 버는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가 참전했던 전투 지역은 모두 경제적 이익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멕시코의 전투는 미국 정유사들의 안전을 위함이었고, 아이티와 쿠바에서의 전투는 은행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설탕 제조업을 지키기 위해 도미니카에 쳐들어갔고, 안정적인 바나나 수입을 위해 온두라스를 공격했습니다.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지키기 위해 니카라과를 공격했고 지배했습니다.

어느 용의주도한 애국 기업은 엉클 샘에게 48인치 렌치를 144개나 팔아넘겼다. 물론 그것들은 아주 훌륭한 렌치였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 렌치로 돌릴 만큼 커다란 크기로 만들어진 너트가 지금까지 한 개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 하나는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에 설치된 발전기 터빈을 고정하는 너트였다. - p.92 

버틀러는 수많은 전투와 전쟁을 보면서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건 기업뿐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전쟁은 정부로 하여금 비효율적인 지출을 강요했고, 결국 기업가들에게 평상시보다 엄청난 부를 약속해주는 구조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버틀러는 전쟁에 들인 돈이 총 520억 달러였는데, 그 중 실제로 전쟁 자체에 쓰인 돈은 390억달러였다고 말합니다. 그 차액은 고스란히 기업가들에게 돌아갔고, 소수의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들이 생겨납니다. 전쟁으로 생겨난 이득이 소수에게 집중된 반면에 전쟁으로 인해 생긴 빚은 일반인들의 세금으로, 그 중에서도 군인들이 가장 많은 빚을 갚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 도중에 군인들은 터무니없이 적은 봉급을 받았는데, 그 봉급마저도 정부에 다시 돌려줘야 했습니다. 군인들은 상해 보험료를 자기 봉급으로 내야 했고, 지급받은 탄약과 군복과 식량에 대한 비용도 내야 했습니다. 일자리를 버리고 참호 속에서 자고 전투 식량을 먹고 옆에서 폭탄이 터지며 죽이고 죽이고 죽어야 했던 군인들이 전쟁 빚의 대부분을 갚았습니다. 그들이 살아 돌아왔을때는 이미 육체, 혹은 정신이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1914년 8월 유럽인들이 빠져 있던 저 열광은, 12월에 사망자 수가 총 백만을 넘어서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전쟁은 시체를 생산했다. 900만 명 이상이 대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변소. 질 낮은 식사. 피 냄새. 썩는 냄새, 인간과 쥐와 말 냄새, 수류탄 타는 냄새. 시체 위에서 양귀비가 피어났다. 전쟁은 악취를 풍긴다.『데일리 미러』의 한 필자가 쓴 글은 게재되지 못했다. "병사의 마음속에는 증오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하는 것이다. 전쟁의 이유,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지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단합된 힘으로 모두 함께 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사실 그들은 총알받이에 불과하다. 그들은 알고 있다. 개개인은 전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증오는 오히려 후방에 자리잡고 있다. 병사들은 전투가 미친 짓이라는 점을 분명히 본다. 그래서 그들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알게 된다." -《크리스마스 휴전, 큰 전쟁을 멈춘 작은 평화》 

버틀러는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가 전쟁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전쟁을 막기 위해선 특정 그룹이 전쟁에서 이득을 볼 수 없게 해야만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에서 이득을 낼 수 있는 여타 온갖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체, 은행과 투자업체 등의 임원과 관리자와 고위 경영자를 징용하고,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모든 사람들의 수입이 참호 속의 군인에게 지급되는 월급보다 많지 않게 제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전쟁을 선포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때 제한된 국민 투표를 실시하자고 주장하는데, 이 투표는 모든 유권자가 아닌 전쟁에 소집돼 나가서 싸우고 죽을 사람들, 즉 젊은이들만 참여하는 국민 투표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버틀러는 미국의 패권주의, 제국주의적 모습을 경계하면서 군사력을 자국 방어용으로만 제한해 군함은 해안선 200마일을, 공군은 500마일 이상을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나온 이 책의 주장은 안타깝게도 오늘날까지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 말은, 지금 우리는 여전히 수많은 피를 흘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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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말한다 - 문화가 제품이 되는 나라
카와구치 모리노스케 지음, 김상태 옮김 / 비즈니스맵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화장실에 들어가자 적외선 센서가 감지하고 변기의 뚜껑을 자동적으로 올립니다. 좌변기는 급속 가열을 사용해 시트 보온기능을 활성화합니다. 용변을 볼 때는 그 소리를 감추기 위해 물 소리가 나는 에티켓벨이 사용됩니다. 화장실 휴지는 뽑기 편하게 삼각형으로 접어져 있습니다. 볼일을 다 보고 손을 씻을때도 센서가 감지하고 액체비누와 물을 자동으로 나오게 합니다. 화장실 내의 비품에는 단 하나도 손을 대지 않고도 모든 용무를 마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것은 일본의 화장실 시스템입니다.

저자 카와구치 모리노스케는 현재 기업들이 요구하는 것이 어떻게 일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만들 것이냐로 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그 요구를 소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문화가 제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첨단 화장실 시스템은 문화가 제품에 반영된 케이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끄러움과 배려, 청결지향 등 여성스럽고 아이같은, 즉 소녀같은 기질이 일본문화에 강하게 보이며, 이러한 성향을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 일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실제로 그러한 문화가 반영된 제품 중에서 성공적인 사례들을 예로 듭니다.

책에서 등장하는 제품들은 독특한 제품들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개봉할 때 소리가 나지 않는 생리대 제품이나 운전중에 다른 운전자에게 감사함을 표시할 수 있는 땡큐 테일이란 제품을 보면 확실히 배려지향적인 제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자전거 라이더와 보행자 사이에서 더 완곡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토오량세란 차임벨이나 다른사람이 신경쓰지 않도록 하는 무소음 슬리퍼, 독신 남성들에게 유용한 아저씨 냄새를 없애주는 껌, 심야 저소음 옵션을 갖춘 에어컨과 청소기, 세탁기 등은 자신을 위한 제품이라기보단 다른 사람들을 위한 제품입니다.

 

일본에서는 딸이 "아빠의 맨살이 닿았던 것은 더러워"라며, 아버지의 팬티를 젓가락으로 집어서 세탁기에 넣었다고 하는 뉴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계기로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었습니다. 아버지와 딸의 세탁물이 물속에서 뒤섞이지 않게끔, 세탁조 속에 또 하나의 작은 세탁조를 만들어 넣을 수 있는 옵션 부품이 출현한 것입니다. - p.149 

저자는 일본 문화가 기반이 되는 제품의 특징에는 의인화, 커스터마이징 지향, 중독 지향,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문화, 부끄러움, 건강, 극장화, 축소지향, 환경지향적 요소가 들어있다고 말합니다. 부엌칼 공양이나 바늘 공양 문화에서 비롯되는 인간과 기계의 독특한 연결은 애완용 로봇개를 만들고, 순정만화의 케릭터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그려진 커다란 눈동자를 지닌 자동차 헤드라이트 제품이 등장합니다. 차내의 소음을 완전히 없애는것보단 엔진음을 살려서 운전자들이 엔진음을 즐길 수 있도록 합니다. 볼펜을 만들 때 볼펜 돌리기를 하기 좋은 감촉을 가질 수 있도록 고안합니다.

 

어른스러움 혹은 남성스러움의 특징을 보이는 서양 문화의 구조를 빌려 계속해서 효율을 우선시하는 제품을 만들어나간다면, 일본이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녀적인 기질을 의식적으로 분석하여, 확신을 가지고 제조업에 이를 충분히 활용해나가야 합니다. 실제로 일본은 이미 사람의 개성을 존중하는 기계,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기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기계를 만들어내는데 있어서 가능성이 보이고 있습니다. - p.210 

일본의 문화를 잘 구현한 제품은 일차적으로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런 제품의 경향이 세계적인 관점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자동차로 비교하면 남성적이고 성인적인 차가 독일과 북유럽이라면, 남성적이고 아이적인 차가 미국이고, 여성적이고 성인적인 차가 서유럽이라면, 여성적이고 아이적인 차가 일본이 지향하는 차라는 것입니다. 일본이 가진 개성, 오타쿠와 갸루로 대표되는 소녀적인 특수한 문화를 이해하고 제조업으로 효과적으로 연결할 때 새로운 형태의 부를 창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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