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세계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빅데이터로 밝혀낸 3가지 성장 법칙
마이클 E. 레이너 & 뭄타즈 아메드 지음, 딜로이트컨설팅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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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취업난, 특히 청년실업이 대두되는 이런 시절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탁월한 기업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탁월한 기업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에게 탁월한 기업을 묻는다면 코카콜라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을 지목할지도 모릅니다. 국내 기업으로 한정한다면 삼성이나 현대, LG 등과 같은 대기업이 거론될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은 탁월한 기업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자 마이클 레이너와 뭄타즈 아메드는 무려 약 25,000개 기업의 45년간의 재무 자료라는 빅 데이터를 분석해 탁월한 기업은 어떤 법칙을 가지고 있는지를 찾고자 합니다.

성공 사례 연구라는 분야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성공 사례 연구서들은 문제를, 그것도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공 사례 연구서인《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나《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같은 책의 경우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는데, 그 비결이 과학적 방법론에 충실했거나 뛰어난 예측력을 보여줘서가 아니라,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우수했고 또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필 로젠츠바이크가 지적하는 바처럼, 그런 책들은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서 공세를 펼치던 시절에 미국인들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자극한 덕분에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인지적 편향은 이런 연구를 함에 있어서 극복해야 할 장벽과 같습니다. 기업의 놀라울만한 성공은 직관적이지만 그것을 가능케 했던 요소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업의 성공을 심리적으로 잘못 이해하기 쉽습니다. 특히 모든 관심이 CEO에게 집중되는 기업의 경우 그 성공과 실패가 의인화되어 이해됩니다. 마이클 레이너와 뭄타즈 아메드의 도전이 인상적인 점도 바로 여기에 있는데, 현저성 편향 혹은 후광효과나 인과 설정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거듭 회의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기업이 뛰어난 이익을 낼 수 있게 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행운을 지적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더 성공하거나 덜 성공한 기업의 비교는 사실 더 운이 좋거나 덜 운이 좋은 기업의 비교나 마찬가지이다. 운의 중요성을 안다면 기업 사이의 비교로부터 상당히 일관된 패턴이 등장할 때 특히 의심해야 한다. 임의성이 존재하면 정규 패턴들은 신기루뿐일 수 있다. 운은 일류 기업의 성공이나 그보다는 처지는 기업의 성과에나 모두 영향을 미친다. -《생각에 관한 생각》p.286

그런 수많은 함정을 피해가면서 마이클 레이너와 뭄타즈 아메드는 두 가지 법칙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하나는 원가와 매출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들은 45년 이상의 재무자료를 가진 약 25,000개의 기업 중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는 기업을 경이적 기업으로, 중간 정도의 기업을 장수 기업으로, 평범한 실적을 내는 기업을 평균 기업으로 분류합니다. 기업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여러 방법 중에서 매출을 늘리거나, 원가를 줄이거나, 자산을 줄이는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들은 하나, 때론 세 가지가 모두 사용됩니다. 저자들은 경이적인 기업들은 원가를 줄이거나 자산을 줄이기보단 매출을 올린다고 합니다. 위기의 기업을 구하기 위해서, 혹은 단기간동안만 취임한 CEO들은 원가를 줄이거나 자산을 줄이는 방법을 더 선호하는데, 인건비를 줄이거나 회사의 자산을 낮추는 방법은 단기적으론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예외없이 경이적이던, 또는 장수기업들을 평범한 기업으로 낮춘다고 말합니다.

가격과 가치의 이야기에선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느냐, 가격 외 경쟁력으로 승부하느냐를 말하는 것인데, 경이적인 기업일수록 가격 외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평범한 기업일수록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한다고 말합니다. 즉 가격 외의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 혹은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점인데, 가치를 만듬에 있어서 밸류 체인이 구성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기업과 가치로 승부하는 기업은 같은 제품이라도 다른 차원에 있기 때문에 경쟁구도는 아닙니다. 이런 구도에서 경쟁상대는 같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기업이나 같은 가치로 승부하는 기업들간의 싸움입니다. 기존에 가격 외 경쟁력을 가지고 있더라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서, 혹은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게 될 경우 경이적인 기업에서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이런 경우는 어쩌면 과거에 탁월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던 핸드폰 브랜드 스카이에 해당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중력을 거스르는 일이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는 있다는 것이다. 지상으로 다시 돌아와야만 한다는 필연성에도 불구하고, 어떤 글라이더 조종사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멀리 날아간다. 같은 장비와 같은 조건 속에서도 어떤 조종사들, 즉 탁월한 조종사들은 다른 조종사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하늘 위에 머물며 더 높이 치고 날아올라 엄청나게 멀리까지 여행하는 것이다. - p.320

마이클 레이너와 뭄타즈 아메드는 기업들의 실적을 평가함에 있어서 자산수익률을 기준으로 삼는데, 자산수익률은 총주주수익률이나 매출성장률보다 더 좋은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높은 실적을 내는 기업들은 가격이 아니라 품질, 감성, 디자인 그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것인 비가격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들이며, 원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원가를 내리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높은 원가를 상쇄할만큼 매출 자체를 확대하는 데 더 노력하는 기업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공통점이 기업의 운명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만약 두 개의 기업이 똑같은 전략을 구사한다면 운명은 동일할 것인가? 그 답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매리앤 버트랜드와 앙투아넷 쇼, 혹은 닉 블룸과 스티븐 도건의 연구만 보더라도 다른 요인들이 동일하더라도 경영자의 스타일, 혹은 기업문화 등은 실적변동의 4퍼센트에서 10퍼센트 이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는 세계 최초의 상인은행이자 거대한 금융제국이었던 베어링스 그룹을 혼자서 무너뜨린 닉 리슨의 사례를 보더라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다른 모든 성공 사례 연구자들처럼, 우리는 입증된 예측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주장할 수가 없으며, 우리의 최선은 좀 더 정량화할 수 있는 이론상의 본질을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자료에 테스트하는데 더 쉽도록 만들어주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걸음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며, 훗날 탁월한 한 걸음이라고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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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 삼천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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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제3세계라 구분되는 국가들을 잘 알지 못하지만, 아이티 공화국은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2010년에 있었던 참혹스러운 아이티 대지진, 그리고 진흙쿠키라는 끔찍한 음식 때문입니다. 이런 안타까운 인식과 다르게 세계사적 관점에서 아이티는 대단히 중요하고 명예로운 곳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아이티에서 일어났던 혁명에 빚을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런트 듀보이스는 아이티 혁명은 세계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노예 반란이자 유일하게 성공한 혁명이라고 말합니다. 스파르타쿠스는 실패했지만, 아이티는 성공했습니다. 아이티 혁명은 세계에 대한 극적인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아이티 공화국에 해당하는 생도맹그는, 카리브해의 히스파니올라 섬의 서쪽을 차지했던 프랑스의 식민지입니다. 당시 세계 경제의 기반은 노예제였는데, 노예로 인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던 생도맹그는 프랑스인들에게 있어서 아메리칸 드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생도맹그의 주요 생산품은 설탕과 커피였는데, 전성기 시절 생도맹그는 자메이카, 쿠바, 브라질을 합친 만큼의 설탕을 수출했고,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그야말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지역이었습니다. 이런 높은 수익의 이면에는 노예무역과 가혹한 노예제가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지만, 언제나 인상적인 이익에는 인상적인 착취가 있습니다.

인간을 착취함으로써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생도맹그였지만, 인간을 착취하는 구조는 언제나 도전을 받게 될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노예들이 희생되었지만, 점차 노예들은 힘을 쌓아 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의 아이가 생겨나고, 이런 계층에게 재산이 쌓이면서 부유한 혼혈 계층이 등장했습니다. 백인들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들을 기피하면서 점차 농장의 실권은 노예를 관리하던 노예에게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백인들이 천한 남자들이나 가는 군대에 복무하기를 거부하자 아프리카계가 점차 식민지 군대에서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점차 금전적, 물리적 권력을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숫적으로도 월등히 우위에 있게 되자 자유유색인과 노예들은 언제라도 계기만 있다면 투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프랑스 혁명이 발발합니다. 프랑스 혁명의 시작점이 된 국민의회 결성에 생도맹그 출신의 자유유색인 대표도 참여했는데, 당시 유럽에 있었던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제공하는 사상적 기반은 생도맹그의 사람들에게 가공할 만한 무기가 됩니다.

그러나 초기 프랑스혁명을 주도한 국민의회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평등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식민지 문제에 관해선 그런 이상을 말하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당시 식민지들은 유럽 경제의 기반인 만큼, 프랑스도 식민지에 수백만 프랑스인의 생계가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식민지는 프랑스의 헌법이나 인권선언과 달리 특별법에 의해 통치해야 한다고 결론지었고, 식민지 의회는 프랑스 본토보다 더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을 실시합니다. 그러자 생도맹그의 자유유색인들은 스스로 독립하고 존중받기 위해 무기를 들었습니다. 생도맹그의 반란자들은 프랑스에서 발간된《인권선언》을 공화국의 언어로 요구했는데, 공화국의 가장 가치있는 무기로 공화국을 공격한 셈이었습니다.

생도맹그의 노예들은 프랑스혁명의 기초를 닦는 데 한몫했고 마침내는 혁명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으며, 심지어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프랑스혁명을 능가했다. - p.47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혁명이나 반란이 실패한 것과는 달리, 1971년에 아이티에서 일어난 반란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당시 식민지 관계에서 프랑스의 라이벌 중 하나였던 스페인이 생도맹그의 노예들에게 무기와 탄약, 보급품을 제공한 데다, 콩고 출신의 아프리카 노예들은 내전에 참여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전쟁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아프리카의 군사 전술은 당시 유럽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프랑스는 무력으로 아이티를 진압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1792년 국민의회는 인종에 의거한 법적인 차별을 금지하고, 아프리카계 주민들이 의미 있는 정치권력을 가지게 될 것을 보장했습니다. 이로써 프랑스 공화국 내에서 인종투쟁이 이루어졌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1792년에 이루지 못한 문제는 계급투쟁이었는데, 자유인과 노예의 문제였습니다. 노예 해방은 단순히 인간의 권리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풀어내기 힘든 과제였습니다. 경제기반의 붕괴는 어떤 사람도 보수적으로 행동할 만큼 강력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꾸준한 활동과, 프랑스 공화국을 위협하는 주변 국가들이 군사행동에 나서자 공화국은 노예를 해방시켜 공화국의 시민이 되게 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1793년에 모든 사람이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는 비타협적인 평등을 선언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생도맹그에서 일어난 폭력적인 혁명은 현재 전세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프랑스 혁명의 이상을 완성시키게 됩니다.

이처럼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업적을 이뤄냈지만 혁명 이후 아이티의 미래는 밝지 못했습니다. 나폴레옹의 개입, 계속되는 혁명 등으로 나라는 피폐해져 갔고, 뒤이어 등장한 독재정부 앞에서 농민들은 아이티혁명의 공약들 가운데 미완의 약속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독재 정부에 맞서 싸웠지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아이티 혁명은 노예해방, 흑인해방이라는 빛나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티와의 외교 관계를 거부하는 나라들이 많았습니다. 아이티 정부는 외교, 경제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프랑스에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했지만, 지불 능력이 없었던 아이티 정부는 프랑스 은행에 돈을 빌림으로써 20세기까지 지속될 부채의 악순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1915년 아이티를 점령하고 병사들의 저항운동을 분쇄했으며, 미국 군대가 철수하기 전에 생도맹그의 토지를 다시 백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고 아이티의 가난을 지속시켰습니다.

오늘날의 노예들은 쓰고 버릴 수 있는 존재이다. 노예들이 너무 많아서 더는 쓸모없어진 노예는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일회용 인간이다. 노예의 몸값은 사상 최저이고, 이제는 워낙 낮은 가격 탓에 새로운 일들에서 노예의 비용효율성이 높아졌다. ILO가 밝히듯 노예제와 인신매매는 '글로벌화의 이면'이다. -《끊어지지 않는 사슬》

현재 아이티가 세계 최빈국 수준의 빈곤에 힘겨워하고 있지만, 아이티가 과거에 이뤄낸 아이티 혁명은 현재의 빈곤으로 바랠 수 없는 빛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백 년 전 아이티 혁명이 외쳤던 노예해방, 인종차별 철폐는 안타깝게도 현재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입니다. 벤저민 스키너, 케빈 베일스 등이 지적하는 것처럼, 노예제의 역사는 법적 폐지와 같은 사건들로 쉼표가 찍혔지만, 노예제 자체는 결코 종식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엔 대서양에서 노예무역이 활발했던 시절보다 더 많은 노예들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먹는 달콤한 초콜릿, 따뜻한 의복, 값싼 식량.. 현재 우리의 삶은 일정 부분 노예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노예제에 반대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자기 자신이 누리던 편안함을 포기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이상을 위해 노예제를 반대하고 싶다면, 아이티 혁명은 훌륭한 교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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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 스노든, NSA, 그리고 감시국가 스노든 시리즈 1
글렌 그린월드 지음, 박수민.박산호 옮김, 김승주 감수 / 모던타임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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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리적이고, 위험하죠"

영화『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조커를 잡기 위해 만든 모든 휴대폰을 도청하는 장치를 보여주자, 배트맨의 조력자 루시우스 폭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영화는 악을 해결하기 위해 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면서, 결국 모든 휴대폰을 도청하는 장치는 파괴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개인의 모든 생활을 체제가 빠짐없이 감시하는 빅브라더는 영화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국의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의 NSA(국가안보국)이 하고 있는 범죄 행위를 폭로했습니다. 그것은 NSA국장 키스 알렉산더가 내세운 핵심 목표, '전부 수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휴대폰, 인터넷은 단순한 도구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휴대폰과 인터넷은 현대인들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때문에 독재자들은 큰 사건이 터지면 인터넷부터 감시하고, 통제합니다. 유무선 통신 시스템의 장악은 현대인들의 생각과 입을 장악하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휴대전화를 원격 조종해서 도청 장치로 전환하는 기술인 로빙벅스roving bugs 기술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정치적 정적의 대화를 도청하거나, 적국의 정보를 빼내기 위한 스파이 활동은 언제나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스노든의 폭로에서 중요한 점은 그런 감시 체제가 미국 정부를 제외한 모든 국가, 모든 시민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입니다.

NSA 내부 파일에 따르면 블라니 프로그램의 2010년 목표에는 브라질,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멕시코, 대한민국,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과 유엔이 포함되었다. - p.155

NSA의 범죄 행위를 고발한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CIA와 NSA에서 일했고, 그가 하는 일은 모든 사람의 전자통신을 NSA의 수집, 저장, 분석 활동의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서 전 세계인의 프라이버시를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NSA가 채용하지 못해 안달이 난 수준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였고, 하와이에 있는 연봉 2억 이상의 직장을 가진 장래유망한 29살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부와 명예가 약속된 삶을 버리고 배신자라는 모욕을 들어가며 수십 년 동안 감옥에 갇힐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내부고발자가 된 데에는 인터넷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있었습니다. 그의 지적 발전 경로중엔 독특하게도 비디오 게임이 포함되어 있는데, 스노든이 비디오 게임에서 배운 교훈은 단 한 사람이 거대한 불의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스노든은 저널리스트이자 변호사인 글렌 그린월드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로라 포이트러스에게 연락해 신문〈가디언〉을 통해 NSA의 범죄 활동을 폭로합니다. NSA가 미국 최대 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의 미국인 고객 수백만 명의 통화 기록을 수집했다는 기사를 시작으로 페이스북, 구글, 애플, 유튜브, 마이크로소프트, 스카이프 같은 기업들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프리즘 프로그램'의 존재를 폭로했고, 미국 전역의 이동 통신 인프라를 이용해 수십억 건의 전화통화와 이메일을 수집, 분석, 저장하는 '국경없는정보원 프로그램'의 정체도 폭로했습니다. 스노든의 자료는 미국 자국민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이었던 민주 국가들도 무차별 대량 감시의 목표였음을 말해줍니다. 감시 목표는 테러 혐의자부터 동맹국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 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까지 망라되었습니다.

NSA는 기업이 미국산 네트워크 장비를 구입하면 배송 도중에 가로채 몰래 포장을 뜯어 감시 프로그램을 심어놓는 등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국 네트워크 장비는 의심스럽다며 위선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해킹 행위를 통해 전세계의 컴퓨터 10만 대에 멀웨어를 감염시키기도 했습니다. NSA의 메타데이터 수집은 연간 1조 건에 달하는데, 이 자료들은 미국의 다른 부처에 공유되어 미국의 외교 스파이 활동과 경제 스파이 활동 등에 사용됩니다.

자기검열은 저자나 기자의 생각을 뿌리부터 뽑아버린다는 점에서 폭력적인 검열보다 더 나쁘다. 검열은 판결이든 법이든 유혈이든 흔적을 남기지만, 자기검열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이는 처음부터 아예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자기검열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된다. 자기검열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검열이다. -《검열에 관한 검은책》p.88

미셸 푸코는 국가의 근본적인 매커니즘 가운데 하나로 감시와 처벌을 지적합니다. 지속적인 감시는 권력의 유형이며, 개인의 순종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이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 채 강요된 행동을 본능적으로 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NSA의 전방위적인 정보 감시는 그러한 현대국가의 일면이 극대화된 것입니다. 스노든의 폭로로 인해 개인 프라이버시와 국가 감시체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는데, 특정 극우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를 감시당해도 그 대부분은 쓸모없는 정보라면서 NSA의 행동을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 사람들도 자신의 거의 모든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이 가지고 싶어하는 프라이버시들, 예를 들면 성적 취향 같은 것이 빅데이터로 유출된다면 설령 결과적으로 아무도 그 정보를 보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 헌법을 제정한 사람들은 행복 추구에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이들은 인간의 정신적인 본성인 감성과 지성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삶의 희로애락 가운데 일부분만을 물질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믿음, 생각, 감정, 감각을 보호하려 했다. 정부에 대항해서 혼자 있을 권리를 부여했다. - p.226

9.11 이후 미국 정부의 무차별 대량 감시는 테러를 막겠다는 이유로 용인되었지만, 여러 연구들, 심지어는 미국 행정부조차도 NSA식의 정보 수집은 테러를 막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NSA가 이룬 일은 미국 시민들의 자기검열 효과만 불러일으켜 실질적으로 미국사회를 더 폐쇄적이고 순종적이고 비자유적인 나라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스노든과 로라, 그린월드는 정부와 미디어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받고 더 실질적인 처벌, 감옥행이나 최악의 경우 고문까지 감안하면서까지 내부 고발과 고발을 돕는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정부의 감시체제를 막기 위해 라 트리콜로레를 든 것입니다. 그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모든 시민들의 핸드폰을 도청할 수 있었던 배트맨의 장치는 파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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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개정판 갈릴레오 총서 3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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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ⁿ + yⁿ = zⁿ (n은 3이상의 정수)을 만족하는 정수해 x,y,z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 x ,y, z 중 하나가 0이거나 모두 0인 경우는 제외한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과거 수많은 수학자들의 도전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정리를 남긴 페르마도 주석으로 무한 반복성 귀류법을 통해 n=4일경우를 증명해 남겨놨음이 밝혀졌습니다. 수학자 오일러는 페르마와 마찬가지로 무한 반복성 귀류법을 사용해 n=3일 경우에 도전했지만 논리상의 허점이 발생했고 오랜 노력 끝에 허수를 이용, 논리의 허점을 보완하는데 성공해 n=3일 경우를 증명했습니다. n=3과 n=4가 이미 증명되었으므로, 3과 4의 배수들 역시 자동적으로 증명이 되었습니다. 그 후 소피 제르맹은 ‘만약 그 방정식에 해가 있다면 그 해는 어떠한 조건을 만족할 것이다’ 라는 방식을 제안했고, 제르맹의 제안을 바탕으로 페테르 구스타프 르죈느 디리클레와 아드리앵 마리 르장드르에 의해 n=5인 경우를 증명했고, 프랑스 수학자 가브리엘 라메는 제르맹의 방식에 새로운 논리를 첨가해 n=7인 경우를 증명합니다. 그후 '모든 타원방정식은 모듈 형태와 연관되어 있다'는 타니야마 - 시무라 추론이 나오게 되고, 독일의 수학자 프레이가 페르마정리는 타원방정식으로 치환될수 있음을 증명하게 됩니다.

프레이는 이런 변환을 통해

1) 만일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모든 타원 방정식은 모듈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
2) 만일 모든 타원 방정식이 모듈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면 프레이의 타원 방정식은 존재할 수 없다.
3) 만일 프레이의 타원 방정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페르마의 방정식에 정수해란 있을 수 없다.
4) 따라서 타니야마-시무라의 추론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맞는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게 됩니다. 하지만 프레이는 자신이 유도한 타원방정식이 정말 그 정도로 비정상적인지를 완전하게 증명해내진 못했는데, 그 후 수학자 켄 리벳이 (M)구조의 감마 제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프레이의 오류를 해결합니다. 결국 타니야마-시무라 추론을 증명하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할수 있음이 알려지게 됩니다.

 

20세기의 세계적인 논리학자인 힐베르트는 사람들이 “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도전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실패할 것이 빤히 보이는 그런 무모한 일에 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와일즈는 실패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도전하기 위해 최신 계산법을 익혀나갔습니다. 그는 타원 방정식과 모듈 형태에 관련된 모든 수학을 익히는데 18개월을 사용했고, 10년 이상의 세월을 인내하려고 결심합니다. 그는 학술모임과 세미나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관련없는 모든 일에서 손을 뗍니다. 그는 1년간의 심사숙고 끝에 증명의 기본틀로 귀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합니다.

 귀납법의 원리는 도미노와 비슷한데, 도미노처럼 첫 번째 도미노와 두 번째 도미노가 쓰러지면서 결과적으로 무한개의 도미노를 쓰러뜨리는 방식입니다. 와일즈는 이런 귀납법을 위해 수학자 갈루아가 만든 갈루아의 군론을 도입합니다. 타원방정식의 E급수와 모듈 형태의 M급수에 대해 모든 원소의 값을 일일이 대조하여 일치함을 확인한 뒤 다음 급수로 넘어가는 기존의 방법 대신에 한 원소와 한 원소를 비교한뒤 다음 원소로 넘어간다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합니다. 그는 2년의 도전 끝에 갈루아 군을 이용,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합니다.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한 와일즈였지만, 그 후 나머지 도미노를 쓰러뜨릴 수학적 테크닉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타원 방정식을 분류하는 방법에 대한 이론인 이와자와 이론을 선택해봤지만, 이와자와 이론은 와일즈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습니다.

 그는 칩거 5년만에 세상 밖으로 나가 콜리바긴과 플라흐가 고안한 수학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된 와일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도미노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합니다. 방정식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 와일즈는 이것이 몇 가지의 패턴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모든 패턴의 타원 방정식에 적용될 수 있도록 콜리바긴-플라흐의 방법을 강화하는 것이 해답임을 알아냈습니다. 그는 6년째에 접어들며 매 주마다 새로운 패턴의 타원방정식과 모듈 형태가 일치함을 증명해나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모든 정리를 증명하게 됩니다. 그 후 와일즈는 1993년 케임브리지에서 6월 21일,22일,23일에 걸쳐 세 번의 강연을 하며 자신의 연구결과를 공개했고, 몇 년에 걸친 심사를 받게 됩니다.

저는 8년 동안 한 가지 문제만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단 한시도 그 문제를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한 가지 생각만으로 보낸 시간치고는 꽤 긴 시간이었지요.

 6명의 심사위원이 와일즈의 논문을 검토했고, 순조롭게 검토가 이뤄지던 중 닉 카츠는 하나의 오류를 발견합니다. 여섯 편의 논문 중 3편의 일부분에서 발견된 그 오류를 해결하는데 와일즈는 각고의 노력을 다했지만 세간에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해결할 수 없을거라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합니다. 결국 와일즈는 심사숙고 끝에 리처드 테일러라는 수학자를 영입합니다. 테일러와 작업을 하던 도중 와일즈는 문득 2년전 단 한 개의 도미노도 쓰러뜨릴 수 없었던 이와자와 이론을 생각합니다. 이와자와 이론은 와일즈에게 부적절한 것이였고, 콜리바긴-플라흐의 방법 역시 부적절했지만,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합쳐놓는 순간 모든 문제점이 기적과도 같이 말끔하게 해결됩니다. 그는 결국 1994년 10월 25일에 두편의 논문을 공개하는데 성공합니다. 앤드루 와일즈의 『모듈적 타원 곡선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리처드 테일러, 앤드루 와일즈의 『헤케 대수학의 고리이론적 성질』이 그것입니다. 이 두편의 논문은 13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였고, 수학 역사상 가장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논문이였습니다. 그는 20세기 정수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현대의 수학과 미래의 비전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걸작이였습니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전혀 다르게 보였던 수학분야를 하나로 통합시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수학 문제는 여러 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페르마의 문제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문제 자체가 너무나도 단순하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뒤 와일즈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것은 너무나 단순한 문제였습니다. 열 살배기인 저도 문제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 문제를 푼 수학자가 아무도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어떤 운명 같은 걸 느꼈어요."

300년만에 페르마의 족쇄를 걷어낸 앤드루 와일즈가 증명을 끝내고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겠습니다.” 라는 대사로 마무리하는 순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짜릿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7년의 칩거생활과 30년 만에 이뤄낸 꿈이 이루어졌을때 와일즈가 어떤 심정이였을지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들었습니다. 또한 그가 한번 이뤘던 꿈이 좌절될뻔했던 순간과 다시 그것을 해결해냈을때의 기쁨은 부러운 감정마저 느끼게 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자가 수학에 대해서 애매한 감정을 지닌 독자거나, 만약 당신이 대학생이거나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글을 읽을 의욕을 심어주거나 수학 과목을 더 신청할 생각을 하게 만들기를 희망한다면, 그 희망은 이미 이뤄줬으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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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착선 2015-12-11 18:07   좋아요 0 | URL
답변 메일 보냈습니다.

blogsun@hanmail.net

2015-12-14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 사랑과 전쟁과 천재성에 관한 DNA 이야기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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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는 격언은 시대를 초월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요구에 대해 현대과학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DNA를 통해 우리가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전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존재입니다. 예를 들면 인간은 모두 소닉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닉은, 일본의 게임 회사 세가의 대표적인 마스코트 케릭터의 이름을 말하는 것입니다. 고슴도치 소닉 유전자는 인간을 만들때 사용되는 필수 유전자로, 대칭적 구조를 만듭니다. 다른 사람보다 지나치게 눈이 좁거나 넓은 사람이 생겨나는 것은 이 고슴도치 소닉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것은 평균과 대칭이라는 요제프 라이히홀프의 지적대로라면, 고슴도치 소닉 유전자는 미의 유전자라고 불러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유전자에 관한 이야기는 곧 인간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간이라는 작은 몸에 들어있는 유전자라는 방대한 도서관에는 수만 수억년에 걸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런 방대한 도서관을 찾는 이야기 역시 흥미진진합니다.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경우가 더 찾기 힘들 정도로 쟁쟁한 과학자들, 멘델과 미셔, 모건, 멀러, 미리엄, 왓슨, 크릭 등이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과학사이며 이야기거리입니다.

인간은 물 35L, 탄소 20kg, 암모니아 4L, 석회 1.5kg, 인 800g, 염분 250g, 초석 100g, 유황 80g, 불소 7.5g, 철 5g, 규소 3g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몸 속에는 정말로 인간을 제외한 수없이 많은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인간의 몸 속에 우주가 있다는 사상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코끼리는 물론이고 고양이, 길거리에 피어있는 잡초의 DNA 뿐만 아니라 우리는 바이러스의 유전체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유전체 중 8%는 오래된 바이러스의 유전자라고 합니다. 미토콘드리아 역시 진화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DNA는 다른 생물의 DNA와 섞이면서 진화해왔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우리의 유전체를 조사한 결과는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중요한 조절 DNA도 제공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면, 우리의 소화관에는 탄수화물을 단당류로 분해하는 효소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똑같은 효소를 침 속에서도 작용하게 하는 스위치도 주었다. 그 결과, 탄수화물을 포함한 음식은 우리 입 속에서 단맛이 난다. 이 스위치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빵이나 파스타, 곡물에 대한 기호가 발달하지 않았을 것이다. - p.187

손가락이 6개인 사람, 머리가 두개인 사람, 눈이 하나인 사람, 양성을 지닌 사람, 앞다리가 없는 염소. 우리는 이러한 기형적인 생명체를 보며 매우 놀라워합니다. 과거에 이러한 괴물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매혹과 공포, 찬탄과 경멸, 신성화와 모독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게 했습니다. 대다수의 사회에서 괴물은 배척받게 되었고, 대중은 이런 존재들을 불완전한 자연이 만들어낸 실수라는 편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유전자적인 관점에서 돌연변이는 현재의 정상적인 인간을 만든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22만 년 전에 등장한 돌연변이 apoE유전자 덕분에 우리는 육식을 할 수 있게 되었고, 20만 년 전에 등장한 돌연변이 헤어스타일 유전자 덕분에 미용사들이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이시도르 조르푸아 생틸레르의 지적처럼 괴물들은 자연의 실수가 아니며, 그들의 엄격하게 결정된 법칙과 규칙이 적용됩니다. 이는 동물계를 규정짓는 규칙, 법칙과 동일합니다. 한마디로 괴물 역시 정상적인 존재인 것입니다. 세상에 괴물이란 없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선형적이고 이성적이며 질서정연한 세계에서 성장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가정하면 발생의 소용돌이를 제대로 포착할 수 없다. 기형들은 그런 소용돌이를 반영한다. 기형은 우리의 감각을 거스르며 우리의 자기만족에 도전장을 내밀 뿐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고정관념에 맞서게 한다. -《자연의 농담》p.56

톡소포자충과 고양이 애호가의 이야기는 우리가 절대 인지할 수 없는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애인에게 두근거리는것이 사랑 때문인지 페로몬 때문인지 부정맥이 안 좋기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DNA가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위대합니다. 유전자가 척추측만증을 주더라도 우사인 볼트는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냈으며, 어떤 사람이 아인슈타인과 동일한 유전자와 뇌를 지녔다고 해서 상대성이론을 창시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자 샘 킨은《사라진 스푼》에서 화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풀어낸 바 있는데,《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에서는 한층 더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 또한 그의 유전자하곤 상관없는 그만의 능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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