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세계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빅데이터로 밝혀낸 3가지 성장 법칙
마이클 E. 레이너 & 뭄타즈 아메드 지음, 딜로이트컨설팅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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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취업난, 특히 청년실업이 대두되는 이런 시절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탁월한 기업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탁월한 기업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에게 탁월한 기업을 묻는다면 코카콜라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을 지목할지도 모릅니다. 국내 기업으로 한정한다면 삼성이나 현대, LG 등과 같은 대기업이 거론될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은 탁월한 기업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자 마이클 레이너와 뭄타즈 아메드는 무려 약 25,000개 기업의 45년간의 재무 자료라는 빅 데이터를 분석해 탁월한 기업은 어떤 법칙을 가지고 있는지를 찾고자 합니다.

성공 사례 연구라는 분야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성공 사례 연구서들은 문제를, 그것도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공 사례 연구서인《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나《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같은 책의 경우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는데, 그 비결이 과학적 방법론에 충실했거나 뛰어난 예측력을 보여줘서가 아니라,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우수했고 또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필 로젠츠바이크가 지적하는 바처럼, 그런 책들은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서 공세를 펼치던 시절에 미국인들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자극한 덕분에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인지적 편향은 이런 연구를 함에 있어서 극복해야 할 장벽과 같습니다. 기업의 놀라울만한 성공은 직관적이지만 그것을 가능케 했던 요소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업의 성공을 심리적으로 잘못 이해하기 쉽습니다. 특히 모든 관심이 CEO에게 집중되는 기업의 경우 그 성공과 실패가 의인화되어 이해됩니다. 마이클 레이너와 뭄타즈 아메드의 도전이 인상적인 점도 바로 여기에 있는데, 현저성 편향 혹은 후광효과나 인과 설정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거듭 회의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기업이 뛰어난 이익을 낼 수 있게 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행운을 지적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더 성공하거나 덜 성공한 기업의 비교는 사실 더 운이 좋거나 덜 운이 좋은 기업의 비교나 마찬가지이다. 운의 중요성을 안다면 기업 사이의 비교로부터 상당히 일관된 패턴이 등장할 때 특히 의심해야 한다. 임의성이 존재하면 정규 패턴들은 신기루뿐일 수 있다. 운은 일류 기업의 성공이나 그보다는 처지는 기업의 성과에나 모두 영향을 미친다. -《생각에 관한 생각》p.286

그런 수많은 함정을 피해가면서 마이클 레이너와 뭄타즈 아메드는 두 가지 법칙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하나는 원가와 매출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가격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들은 45년 이상의 재무자료를 가진 약 25,000개의 기업 중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는 기업을 경이적 기업으로, 중간 정도의 기업을 장수 기업으로, 평범한 실적을 내는 기업을 평균 기업으로 분류합니다. 기업이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여러 방법 중에서 매출을 늘리거나, 원가를 줄이거나, 자산을 줄이는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들은 하나, 때론 세 가지가 모두 사용됩니다. 저자들은 경이적인 기업들은 원가를 줄이거나 자산을 줄이기보단 매출을 올린다고 합니다. 위기의 기업을 구하기 위해서, 혹은 단기간동안만 취임한 CEO들은 원가를 줄이거나 자산을 줄이는 방법을 더 선호하는데, 인건비를 줄이거나 회사의 자산을 낮추는 방법은 단기적으론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예외없이 경이적이던, 또는 장수기업들을 평범한 기업으로 낮춘다고 말합니다.

가격과 가치의 이야기에선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느냐, 가격 외 경쟁력으로 승부하느냐를 말하는 것인데, 경이적인 기업일수록 가격 외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평범한 기업일수록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한다고 말합니다. 즉 가격 외의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 혹은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점인데, 가치를 만듬에 있어서 밸류 체인이 구성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기업과 가치로 승부하는 기업은 같은 제품이라도 다른 차원에 있기 때문에 경쟁구도는 아닙니다. 이런 구도에서 경쟁상대는 같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기업이나 같은 가치로 승부하는 기업들간의 싸움입니다. 기존에 가격 외 경쟁력을 가지고 있더라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서, 혹은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게 될 경우 경이적인 기업에서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이런 경우는 어쩌면 과거에 탁월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던 핸드폰 브랜드 스카이에 해당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중력을 거스르는 일이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는 있다는 것이다. 지상으로 다시 돌아와야만 한다는 필연성에도 불구하고, 어떤 글라이더 조종사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멀리 날아간다. 같은 장비와 같은 조건 속에서도 어떤 조종사들, 즉 탁월한 조종사들은 다른 조종사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하늘 위에 머물며 더 높이 치고 날아올라 엄청나게 멀리까지 여행하는 것이다. - p.320

마이클 레이너와 뭄타즈 아메드는 기업들의 실적을 평가함에 있어서 자산수익률을 기준으로 삼는데, 자산수익률은 총주주수익률이나 매출성장률보다 더 좋은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높은 실적을 내는 기업들은 가격이 아니라 품질, 감성, 디자인 그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것인 비가격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들이며, 원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원가를 내리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높은 원가를 상쇄할만큼 매출 자체를 확대하는 데 더 노력하는 기업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공통점이 기업의 운명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만약 두 개의 기업이 똑같은 전략을 구사한다면 운명은 동일할 것인가? 그 답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매리앤 버트랜드와 앙투아넷 쇼, 혹은 닉 블룸과 스티븐 도건의 연구만 보더라도 다른 요인들이 동일하더라도 경영자의 스타일, 혹은 기업문화 등은 실적변동의 4퍼센트에서 10퍼센트 이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는 세계 최초의 상인은행이자 거대한 금융제국이었던 베어링스 그룹을 혼자서 무너뜨린 닉 리슨의 사례를 보더라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다른 모든 성공 사례 연구자들처럼, 우리는 입증된 예측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주장할 수가 없으며, 우리의 최선은 좀 더 정량화할 수 있는 이론상의 본질을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자료에 테스트하는데 더 쉽도록 만들어주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걸음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며, 훗날 탁월한 한 걸음이라고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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