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은 없다
김대식.방명걸 지음 / 올리브(M&B)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경수술이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일이 있었습니다. 갓난아기였던 브루스는 포경 수술 도중 의사의 실수로 페니스를 잃어버렸고, 부모의 뜻에 의해 여자의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성 정체성에 괴로워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만약 브루스의 부모가 포경수술만 시키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브루스처럼 극단적인 사례는 아니더라도, 포경수술로 인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브루스처럼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포경수술로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렸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남자들입니다.

다른 선진국과 다르게 미국은 유독 포경 수술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19세기 미국인들은 자위행위가 수십, 수백가지 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해 자위행위를 금기시했습니다. 이런 만병의 근원 자위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포경 수술을 이용했습니다. 미국의 포경 수술은 성에 대한 공포를 배경으로 성을 최대한 억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포경 수술을 통해 자위행위를 금지시킨다면, 그것을 통해 요실금, 정신 이상, 두통, 간질, 영양 장애, 결핵, 당뇨병, 심장병 등 수백가지의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이 19세기 미국인들에게 있었습니다. 그런 비과학적 미신은 미국인들이 포경 수술을 많이 받는데 영향을 미쳤고,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날 포경 수술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은 아프리카, 중동, 미국, 필리핀, 그리고 한국입니다. 주로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들, 유대인들, 그리고 미국 영향권의 나라들입니다.

병사들의 성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포경수술을 권유하기도 했다. -《현대인의 탄생》p.210

포경 수술은 해방 이후 미군에 의해 들어왔습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미군의 군정이 시작되면서 미군들이 받고 있던 포경 수술은 빠르게 대한민국에 전파되었습니다. 당시 미군과 일하는 한국인들은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었고, 이들이 미국인들처럼 포경 수술을 받은 뒤 우쭐거리며 자랑하자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포경 수술을 받았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추측합니다. 포경 수술은 현대성을 지닌 신체, 선진국의 문물로 승격화된 것입니다. 이것은 당시 시민들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지닌 포경에 대한 인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선진국은 포경을 하고 후진국은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가지고 있었고, 그 선진국의 상징이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와 산업화, 박정희 정권의 잘살아보세 정신이 융합한 결과 과학을 밀어내고 편견이 승리했습니다. 오늘날 학업에 뜻이 없는 학생들까지도 맹목적으로 대학교에 보낸 결과 80%가 넘는 광적인 대학 진학률이 나타나는 것처럼, 한국인들은 포경수술에도 광적으로 열광했습니다. 경쟁이 생존과 직결되는 사회에서 "남들이 다 하니까" 뒤쳐질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포경 수술은 할례입니다. 할례는 여성의 성적 쾌락을 막기 위해 성기의 일부를 자르고, 남자에겐 포경을 합니다. 포경을 하면 귀두의 천연색이 변화하고, 성기의 길이와 둘레를 감소시킵니다. 포경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 자연 그대로의 남성이 조루도 훨씬 적고 여성들의 반응에 더 민감하며 더 큰 성적 만족을 주었다고 합니다. 성교 시간은 자연 그대로인 남성은 평균적으로 14.9분인데 반해 포경 수술을 한 남성은 평균 10.7분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성교 중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확률도 포경 수술을 한 남성과 했을 때 더 낮았습니다. 포경 수술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성적 쾌감을 현저하게 감소시킵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포경 수술이 인간의 성적 쾌락을 억제시킨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술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유대인들은 포경 수술이 정력을 감소시키며, 섹스는 적게 할수록 종교적으로 좋다고 믿었기 때문에 포경 수술을 권장합니다.

포경 수술 받은 인구 내에서는 환자와 그들 부모 모두 구두로 얻은 정보 외에는 포경 수술에 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 포경 수술을 안 받은 아이들이나 부모는 포경 수술에 대한 지식이 훨씬 풍부했다. 흥미롭게도 포경 수술을 받지 않은 남자아이들은 정보를 압도적으로 인터넷에서 얻은 것에 반해, 포경 수술을 받은 남자아이들은 신문에 정보를 의지하고 있었다. - p.43

포경 수술은 시민들의 성적 쾌락을 억제시키는데 있어서 음란물 규제보다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포경 수술 비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2000년만 하더라도 14~16세의 88.4%가, 17~19세의 95.2%가 포경 수술을 한 반면, 2011년엔 14~16세의 56.4%가, 17~19세의 74.4%만이 포경 수술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현재 20~30대 남성들이 잃어버렸던, 더 크고 두껍고 매끈한 페니스를 한국 남자들이 되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비뇨기과 학회지에 실린 논문『아들의 포경 수술에 대한 한국 부모의 지식과 태도』은 한국의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포경 수술이나 포피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이 최근 의학적 지식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언급하며, 포경 수술을 함에 있어서 의학적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여전히 포경 수술을 권장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좋은 돈벌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되서도 귀두와 포피가 분리되지 않는 현상을 가리켜 포경이라고 합니다. 이 현상은 100명 중에 1명 꼴로 나타나는데, 현재는 비외과적인 치료로도 대부분 치료가 가능합니다. 즉 포경은 어렸을 때 받을 필요가 없으며, 성인이 되서 필요하더라도 칼을 대지 않고 대부분 해결이 가능한 현상입니다.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귀두와 포피의 구조는, 눈과 눈꺼풀과 비슷합니다. 눈을 쓰기 위해 눈꺼풀을 절제하지 않는 것처럼, 포피도 불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남자들이 일시에 포경 수술을 한 덕분에, 포경 수술 전후 성관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대한민국은 최고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한국 남자들, 그리고 그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 여자들의 성적 쾌락을 희생시킨 덕분에, 포경 수술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라는 실험 결과를 대량으로 도출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성과학의 학술 발전에 대한민국이 지대한 기여를 한 점을 외국인들은 감사히 여겨야 할 것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료탑 2015-04-1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포경이 그런 거였군요. 처음 알았네요 . 기독교 문화가 유대문화를 전 세계적으로 유포시킨 가장 적절한 사례라는 생간이 들었습니다. 책 한번 사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2020-06-19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봐서 나쁘다고 하는군요 수술은 선택이고 또한 해방이후 이랬을 것이다라고 추측한다고 써있는데 그랬다로 팩트로 받게 되는분들도 계실 수 있겠네요.문화 환경 건강문제 등을 이용해서 반대하고자하는 어떤걸 녹여낸듯한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