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좀 해 두자. 서로 다른 계급에 속한 인두껍 괴물 여러 마리가 뒤엉켜 물고 뜯는 세상의 단층도를 블랙코믹 엽기극으로 그린 황인호 감독의 2014년작 [몬스터], 두 초인의 대결 양상에 인간 존재의 모순을 겹쳐 둔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2014년작 [몬스터즈], 과연 개인이 괴물인가 세상이 괴물인가를 처연하고도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던 2004년작 [몬스터]와 한중일 다국적 옴니버스 호러 [쓰리, 몬스터]까지 21세기 들어 도대체 '몬스터'를 제목 삼아 인간 이면과 시스템 치부를 드러낸다는 전략의 극영화가 몇 편이나 쏟아져 나왔는지 모르겠다. 허나 더 이상 찾아 볼 필요도 없이 단언컨대, 금번에 보게 된 2013년 일본 영화 [몬스터]가 그중 최악이다. 흉한 외모에 대한 편견과 멸시로 점철된 각박한 세상을 헤쳐 온 한 여성의 기구한 삶, 철부지 어릴 적 극진했으나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 자신을 못 알아보고 야멸차게 거부했던 첫사랑을 향한 애증 - 복수심과 순정 사이의 갈등 - 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인잔혹사'의 서사를 따르지만 그녀의 생애와 주변 시선을 통해서 그 어떤 의미있는 담론도 끌어내지 못한 채 안팎으로 빈약하고 진부한 치정 멜로에 그치고 말았다. 편견과 냉대가 빚은 괴물이라는 콘셉트만 앞세울 뿐, 가뜩이나 조악한 만듦새에다 남성주의에 편중된 시각까지 내게 있어선 재론의 여지없이 졸작이다. (IPTV. 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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