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전, 꼭 되짚어 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 아는 체 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론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


쉰 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 보면 그 어린 게 날 부축하며 온 길이다
아이가 이 구절을 마음으로 읽을 때 쯤이면
난 눈썹 끝 물방울 같은 게 되어 있을 게다


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 라고 두 번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탁 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


- 이면우,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오늘, 쉰이 되었다' 중에서 - 




5년 전 늦여름, 동망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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