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못을 빼내려다 못대가리가 떨어졌다 남은 못 몸뚱아리 붉게 녹슬어 있다 못을 박은 벽지 가장자리가 벌겋게 물들어 있다
지나버린 시간들이 있다 탱탱하게 녹이 슨 대못처럼 어쩔 수 없이 길들어진 내 가슴 가운데를 물들여놓은 시간들이 있다
더는 박을 수도 뽑을 수도 없는 더는 아무것도 아닌 무엇도 되지 못하는 그렇게 주저앉은 시간의 궁지窮地
- 홍경나, '녹(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