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아가 곱게 핀 바닷가에 서~어 ~

  저 동요는 알았으되, 이 꽃을 영국에  와서 처음 봤을 때 나는 무슨 꽃인지 몰랐다.

  가시가 많다는 점, 잎이 달걀형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엇보다도 그 향기가 장미와 닮았다. 그 향기!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향기! 

  장미와 닮은 꽃이 바닷가에서 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내가 상상했던 해당화는 뭔가 일종의 소나무와 비슷하거나 대나무와 비슷하거나 혹은 과꽃과 비슷한 식물에서 피는 어떤 꽃이었는데. 이렇게 생긴, 이런 향기가 나는 것이 해당화였던 것이다.

  기숙사 앞에 새로 핀 이 해당화는 꽃잎이 홋겹이다.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연약한 느낌이 난다. 그러나 그 향은 여전히 혼을 뺀다. 장미향, 해당화향과 정말 똑같은 향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수 많은 장미향 향수 중에 아직 실제 장미향기가 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향수>에 나오는 향의 천재 그르누이가 실제 인물이고 지금 살아있다면 내가 진짜 장미향이 나는, 해당화향이 나는 향수를 경험할 수 있었을까?   

영국에서 봄은 공기 밀도가 높아진다. 향기분자들로. 해당화의 향은 국소적인데 반해서 - 코를 가까이 대야 향을 맡을 수가 있다 - 다른 이름도 모를 꽃들이 내는 향기가 그리도 진해서 향기 스프 속을 헤엄치는 기분이다. 아. 좋다. 

다 좋은데 문제는 꽃가루 알레르기, 영어로 hay fever. 영국 사람들은 많이들 고통받더구만 나는 약 2년간은 멀쩡했는데 갑자기 작년부터 봄만되면 민감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이 집에 이사온 이후부터인데. 집에 문제가 있나? 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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