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다빈치코드를 오늘에서야 봤다. 그간의 평들을 읽어왔기에 그리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시내 오데옹극장에서, 월요일 5시 30분 시작. 이미 볼 사람들은 다 봤는지, 애매한 시간이라고는 해도 큰 상영관에 약 20명 남짓한 손님들로 한산했다. 예고편들에 캐리비안의 해적 2와 슈퍼맨리턴즈이 있었는데. 재밋을 것 같았다.
수퍼맨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향상된 기술로 붕붕 날아다니기 등 기본 기술에서 옛날 수퍼맨보다 훨씬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인공 클라크를 맡은 청년은 내가 요새 젊은이들을 모르기 때문에 (-- ;) 음, 누구냐, 찾아보니 브랜든 루스라고 한다. 이전 수퍼맨과 진짜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보니깐 크리스토퍼 리브와 닮은 사람을 찾아 뽑은 것이란다. 착하게 생겼다. 윌 앤 그레이스에도 나왔다던데 언제 나왔지? 잠깐 지나가는 사람이었나? 윌의 애인정도? 모르겠네.
내가 좋아하는 케빈스페이시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것도 호기심 자극. 음. 케빈스페이시의 연기가 좀 기술이 이미 다 노출되어버린 느낌이 있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유주얼서스펙트 때의 인상이 워낙 좋아서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 또 고등학교 때 고전문학 선생님을 닮은 것도 내가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 그 선생님께선 어떻게 잘 지내고 계신지. 좋아해야할 지, 무서워해야할 지 모르게 참으로 특이한 분이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했던 것 같다. 후훗...
이리 길게 한낱 예고편에 대해 쓴 것을 보면 이미 눈치 챌 것이지만, 그랬다. 다빈치코드는 그냥 평범했다. 참으로 매력이 있을 법 했으나 없는 작품이었다. 책으로 읽었을 때 영화화 되기를 기대하고 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영화가 책을 잘 요약한 것 같기는 하다. 또 아름다운 루브르박물관의 그림들을 잠시라도 일견하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래로 향한 유리피라밋과 바닥의 작은 피라밋을 보여준 장면도 멋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었을 때 마치 007이 연상될 정도로 날렵할 것만 같았던 로버트 랭던박사가,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포레스트 검프로 분했던 톰행크스로 구체화되면서, 애는 쓴 것 같았으나, 와락, 뭔가가 한번 무너져내렸고. 아밀리에를 했던 귀여운 오드리또뚜가 예수님의 혈육이라는 소피 느뷔라고 하는데 또 기냥 무너졌던 것이다.
그게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예수님이라는 이미 너무나도 신성화된 존재의 혈육이네 로얄블러드네 하는 것이. 그냥 소설로 읽을 때는 내 머리 속에서 구체적이지 않은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떠올려지니까 그냥 그려러니 했는데. 그게 너무도 현실감 있게, 내가 보아 온 살아있는 한 배우에 의해서 형상화가 되니, 전혀 현실감이 없어져버리는 것이었다. 장엄하지도 않고, 알비노 수사의 자학도 그리 충격적이지 않고. 그냥 헛웃음이 나게 전체 이야기 자체가 허구로 다가와 버리는 비극을 맞았으니.

종교적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성스럽다'라는 개념은 인간이 상상할 때 '가장' 좋은 것, 혹은 '가장' 아름다운 것이어야 할 것 같은데. 인간의 머리 속에 이미 구축된 엄청난 기대와 상상력을 영화로 구체화 시켰을 때는 그것이 좁아지고 작아져 버리는 것이다. 리틀부다에서 키아누리브스가 부처님을 연기했을 때 느꼈던 허탈함과 같은 느낌이랄까.
차라리 전혀 다른 문맥에서, 그러나 연결고리들만을 제시해서 관객에게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주었을 때, 그러니까, 키아누리브스가 네오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구원했을 때, 예수님의 이미지를 흘리면서, 매트릭스는 영화적으로 관객에게 일종의 성스러운 느낌을 전달하는데 성공한 듯하다.
그러고보니, 멜깁슨이 햄릿을 연기했을 때도 유사한 감정을 느꼈더랬지. 그러고보면, 꼭 종교적 인물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햄릿과 같이 인물이 워낙 사람들에게 크게 각인되어 있고, 배우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고정되어 있을 때, 그 두 정보가 충돌을 일으키면 이런 허탈감이 유발되는 것 같다.
다빈치코드. 그래도 나는 톰행크스가 좋다. 너무 착한 듯한 인상. 그래. 포레스트 검프 때 나는, 좀 많이 과장하면, 성스러움을 느꼈다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