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도 약간 시골에 살다보니까 한국 슈퍼가 없다. 재밋는 것은 학교 슈퍼에서 한국라면을 판다는 것이다. 신라면, 너구리 순한 맛, 매운 맛, 안성탕면 등. 많이 먹었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아주 가끔 런던에 가면 소호 뒷골목에 자리하는 아시아 슈퍼에서 맛있는 고추장, 참기름 등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오느라고 허리가 휘었었다. 혹은 서울에서 드물게 오는 소포를 손꼽아야했다.
그렇게 이러구러 살다가, 어느 순간 수완 좋고 머리 좋은 가족 분들에 의해서 서광이 비치고야 만 것이니, 한달에 한번, 둘째 토요일 날, 학교로 런던에서 이동 슈퍼 차가 오게 된 것이다.
역시 가족분덜은 달라 하는 순간이었다. 유학생활을 하다보니 그런 나름의 카테고리가 생기더라. 가족분덜, 그리고 싱글로 온 분덜. 가족 분들 간의 유대가 더 돈독하고 교류도 더 활성화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 양육을 비롯 한국 음식에 대한 갈망 등이 이것 저것 따질 여유없는 싱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리 이멜로 주문을 하면 이것 저것 다 가져다 주신다. 쌀, 단무지, 된장, 고추장, 김치, 빼빼로, 무우, 두부, 김치만두, 오뎅, 떡볶이 떡, 떡국떡, 삼겹살, 불고기, 고등어, 오징어땅콩 등. 이런 풍요가!!!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나는 목욕재계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간다. 식량조달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