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적 신경 반사 거울 망

Beck - Guero
벡 (Beck)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5년 3월

아 이거 진짜 너무 멋있는 거 아냐?

어디 글에서 재밋다는 말을 듣고 지루함을 극복해 보고자 함 주문을 해보았었다.

음악에는 거의 문외한이라서 벡이 누군지도 전혀 몰랐다. 한마디로 모험이었다. 그저 그 글장이의 글이 마음에 들었었나 보다.

근데 이게 웬걸, 이게 처음 들을 때는 흥이 겹더니, 들을 수록 감칠 맛이 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거 다 표절이 아니야? 어디선가는 트윈픽스의 신비로움이 들리고, 어디서는 도어스가, 어디서는 너바나가 들린다. 그런가 하면 서부영화 결투 장면이 보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 그네 위로 돌아가던 어지러운 하늘도 보이고, 무지 묘하다. 그런데 그게 하나같이 다 버무려져 무지 세련되게 울린다는 이상한 이 결론.

정체성이 아주 분명한 다중인격자라고나 할까.  다채로운 조각 스테인드 글라스.

몸이 절로 흔들 흔들 E-Pro, 머리가 건들 건들 Girl 등등, 너무 멋져.

근데 워낙 반복되는 단순한 음악에 대한 절대 인력이 있는 나로서는 Broken drum의 단순함과 반복성에 화악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그 단순 애매 가사는 그 명확한 애매함으로 상상력에 불을 붙인다. 그 트윈픽스 닮은 둥 둥 거리는 음악은 이리 가슴을 헤집어 놓는다. 

너무도 청량하게, 처연하고 처연함,  돌이킬 수가 없음.  

단순한 음악.

어린 시절 언니가 던진 '너는 또 그런 지루한 음악만 듣냐'며 주던 퉁박에, 내가 지루한 음악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 나는 왜 지루한 음악에 끌리는 것일까 한때 괴로워했었다.  내가 지루한 인간인가보다, 혹은 복잡한 음악을 이해할 능력이 없나보다라고 생각하면서 열등감에 시달렸더랬다. 우리 언니를 무지 존경했기에.

그러다가 얼마전 너바나의 음악을 듣다가 Lithium 이 나오기에, 난 이 노래가 제일 쉽고 좋더라고 고백을 했다. 음악 박사학위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내가 그려. 지루한 음악만 좋아혀. 그랬더니. 그 귀 높으신 그녀도 이 곡이 제일 좋단다. 그러면서 지루한게 아니고, 미니멀리즘이란다. 같은 것을 반복하는 이 미니멀리즘이 요새 첨단이란다.

호잉!!! 귀가 번쩍 뜨였다. 그려??? 아니, 나의 본능적 취향을 어린시절의 트로마로 인하여 암암리에 부끄러워하였건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었다. 

귀 얇은 나는 그래서 이제 맘 놓고 단순한 음악들을 단순하게 즐기기로 하였다는 말씀.   

어쨌꺼나, 알고보니 이 벡이라는 사내가 무지 유명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포스트모던 음악의 총아라고나 할까. 음. 좋은 것은 역시 좋은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