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교과서 읽는 리딩 Preschool 예비과정편 4 (Student Book + Workbook) - 유.초등생용(예비과정) 미교 읽는 리딩 Preschool 4
마이클 풋럭.e-Creative Contents 지음 / 키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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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 아이의 엄마다. 그리고 워킹맘이다. 아직까지 현역 엔지니어로 뛰고 있기에 영어가 실제 일을 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아니, 유용함을 떠나서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쩔 수없이 꼭 익혀야만 하는 필수 항목이라고 이야기해야겠다. 공부를 하려고해야해도 제대로된 책을 보려면 원서를 봐야하고, 외국계 회사와 일하려면 회화도 필수다. 그러다보니 이제 5살 난 첫째의 영어 공부에 관심이 간다. 뭔가 도와주고도 싶은데 엄두는 안 난다. 괜히 아이의 의욕을 꺽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요새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어서 그런지 틈나면 나에게 “엄마, 이거 영어로 뭐라고 해요?”라고 물어보는 우리 공주님이 정말 너무 예쁘기는 한데 문제는 내가 그 물음들에 대한 모든 대답을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참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나…란 자괴감도 갖게 된다. 그렇다보니 아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전에 내가 먼저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런데 요새 이 책이 신경쓰였다. “미국교과서 읽는 리딩 – 예비과정편”. 나처럼 나 자신에 대한 기본 지식도 좀 키우고 책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책인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받아보게 된 이 책은 생각 외로 마음에 든다. 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된 내용 덕에 이해하기도 쉽다. 물론 영어에 대해서 알파벳 정도는 알아야겠고 단어도 읽을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집에서 책을 혼자서 보면서 중얼중얼 하는데 재미도 있다.


물론 이 책 한 권은 in, on, under, by 등 영어의 전치사에 관한 책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줄긋기나 동그라미 그리기 등 다양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각 전치사들이 충분히 머리에 심어질 정도로 반복학습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빨간펜 선생님과 공부를 하기 시작한 이후로 빨간색 펜으로 여기저기 동그라미 그리고 줄긋기를 하는 것에 재미를 붙인 우리 아이와 함께 하기 적당해 보인다. 실제 챕터 하나를 하는데 재미있게 따라와준다. 물론 정확하게 알려주기보다 반복적으로 여러 번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 하니 좀더 수월하게 같이 공부할 수 있어 좋다.


게다가 애매하게 대충 알고 있던 전치사들에 대한 정확한 쓰임새를 내가 좀더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한마디로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라기보다 영어의 기초를 튼튼히 해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이 4편이 전치사가 마음에 들어서 다른 1~3편의 책들도 구입하고 앞으로 6편까지 나온다던데 다 구비해놔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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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앱 디자인 정석 - 사용자 경험(UX)을 극대화시키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비밀 한빛미디어 모바일 시리즈 16
조시 클라크 지음, 김은희.신미원.이창언 옮김 / 한빛미디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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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을 가진 사람들은 참 많다. 내 남편조차도 아이폰이 갖고 싶어서 통신사를 옮긴 케이스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러 가지 종류의 앱들을 받아서 잘 사용하고 있다. 남편 같은 경우는 게임을 주로 다운 받아서 사용하지만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해서 지금까지도 2G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남편의 아이폰을 본 후에는 조금 인식이 바뀌어서 아이폰을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우선은 아이패드를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생각이 많이 희석되었지만 프로그래머로서 아이폰 앱에 관한 것들에 관심이 간다. 특히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다 보니 앱의 내용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혹~하게 된 책이다.

모든 사람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으로 최상의 앱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까? 유저가 저절로 터치하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의 앱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까? 이 때 ‘디자인’이란 그저 모양만이 아니라 앱의 기능, 성능, 유저 인터페이스(UI)까지를 포함하는 말입니다. ‘탭하고 싶어지는’ 앱, 다시 말해 ‘탭할 가치가 있는’ 앱은 기능에서도 모양에서도 유저를 끌어당깁니다.
- p.16~17 0장 들어가기 전에 中


책은 실제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이렇게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 ‘탭할 가치가 있는’ 앱을 만들어보고 싶어! 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전문가용 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전문가용이라기 보다는 아이폰식 사고법에 관한 지침서에 가깝겠다. 이용자가 무엇을 요구하며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에 관한 관점을 위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일반인들도 읽어보면 생각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기 시작한지가 꽤 됐는데 이 책에서 설명하는 표준 앱 지도를 사용할 때 손가락 두개로 한번 탭하면 지도가 축소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니… 이것 만으로도 한건 건진 셈이다.

이 책은 아이폰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작은 화면을 염두에 둔 디자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 책의 모든 구문에서 “아이폰이~” 라는 대목을 “안드로이드폰이~” 라든가 기타 등등 작은 화면을 가진 여타의 기기들에 대한 이름을 갖다 붙여도 된다. 탭(tap), 더블 탭(double tab), 드래그(drag), 플릭(flick), 핀치(pinch), 셰이크(shake), 스와이프(swipe) 라는 아이폰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동작들을 기본으로 하여 설명해준다.

아이폰 사용자는 참을성 없고 산만하며 서툴고 변덕스럽고 호기심도 없고 무지하다- 는데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시작하고 있어서 세세하게 디자인의 포인트와 갖가지 과점들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미 개발된 앱들을 토대로 그 앱이 어떻게 개발되었고 어떤 상황에서 개량되었고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를 캡처한 화면들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앱들은 이미 개발되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들로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재미가 있었다.

나는 아이폰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사용자였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세세하게 챙겨야만 하는 디자인적인 요소들이나 기능적인 부분들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라아이폰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팁까지도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개발자로서도 사용자로서도 상당히 유용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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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페의 감성 꽃 사진 - 꽃 촬영 테크닉
올리브페이지(김재민) 지음 / 북메이드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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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감성을
담으면 詩가 된다.

이제 나만의 감성을 담아

사진으로
사랑의 詩를 써보자

 

작가는 전문 사진가는 아니라고 한다. 소위 말하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전문가만큼이나 조예가 깊어진 파워 블로거의 한 사람. 그저 꽃이 좋아서 사진을 찍고, 사진을 찍다보니 자신만의 감성을 사진 속에 표현할 수 있는 방법에 어떤 것이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다보니 이런 고운 책이 한권 완성된 것이다. 그만큼 많은 노력이 담겨 있는 책이다. 자신만의 감성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니 생각 외로 힘들었을 텐데도 꿋꿋이 한권의 책을 담아냈으니 저자가 참 대단해 보인다.

 

우선 이 책에 공감이 가는 것은 저자가 자신을 스스로 “취미 사진가”라 지칭한 부분이다. 그래서 스스로 터득해나간 부분들도 다수 있어서 좀더 조리있게 설명하려고 하다보니 두서없이 말들을 꺼내는 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나같이 사진에 대한 조예가 깊지 못한 일반인도 주의깊에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쉬운 내용이다. 하지만 역시 사진에 대한 약간의 관심은 있어서 조리개나 셔터속도처럼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어야 더 보기 쉽다. 한마디로 자신의 촬영장비 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 광각렌즈를 통한 피사체 – 1/125S, 1/160S CPL필터 >

 

뭐,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환경이 아닐까 싶다. 주변 환경이 틀려지면 카메라를 셋팅하는 방법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이론을 안다고 해서 직접 적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TV 시트콤인 하이킥 시리즈 중에서 “화장을 글로 배웠습니다” 라면서 오현경이 우스꽝스러운 화장을 하고 웃음을 줬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글만으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은 예제가 될 사진 하나를 수록하는데도 그날의 주변환경은 어땠고, 그런 때 카메라의 셋팅은 이런 것이 좋다- 라면서 아예 카메라의 자세한 셋팅 정보들과 사용한 필터가 있다면 필터에 대한 정보까지 곁들여서 그것들로 인해 나온 결과물인 사진을 바로 위의 그림처럼 컬러로 수록해놨다. 사진 한 장만으로 부족하다 싶은 것들은 같은 피사체를 다른 방식으로 찍어서 비교까지 해놓았다. 당연히 이해하기는 이것이 더 쉽다. 예제로 나온 사진들을 살펴보면서 자신이 찍기를 원하는 이미지와 비슷한 것이 있다면 그 사진의 아래쪽에 나와 있는 셋팅을 그대로 설정하고 사진을 찍으면 된다. 이게 바로 예제들이 많이 있어서 좋은 이유다.

 

<망원렌즈에 대한 설명>

 

꽃은 아름답다. 눈으로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본 꽃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올 봄 회사 앞뜰에 조경 담당 과장님께서 튤립을 심으셨다. 얼마 전까지는 꽃봉오리였는데 이 녀석들이 요즘 물이 올라서 아주 활짝 폈다. 지금이 가장 예쁜 때인 것 같다. 무릇 튤립- 이라고 하면 대부분 붉은 색의 튤립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올해는 특이하게도 진한 분홍빛 튤립을 심어놓으셔서 또 다른 기쁨을 느껴본다. 정말 진분홍색 튤립이 예쁘리라고는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었을 정도다. 이렇게 예쁜 꽃을 우리 공주님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바탕화면에 깔아놔서 봄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잡았다. 음, 하지만 역시나 의욕과 작품의 퀄리티가 서로 비례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나름 설정을 맞게 따라한다고 생각하면서 찍었는데 의외로 별로 안예뻐서 좀 아쉽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라는 속담도 있듯이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인데 잘 했다고 한번쯤 나 자신을 칭찬해줘야겠다.

< 어느 봄날의 예쁜 분홍 튤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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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은 가고 싶은 성지 여행 세계여행사전 3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부 엮음, 이선희.이혜경.김귀숙 옮김 / 터치아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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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가고 싶은~” 시리즈 중 하나다. 누구나 한번쯤은 꼭 가보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바쁜 일상이나 사정으로 인해서 가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도 그런 곳들이 참 많은데… 실 예로 나는 제주도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제주도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 찾아보려니 거의 없다. 흠, 그렇다보니 더더욱이나 갈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제주도의 사진이나 다른 분들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해야만 했다는 가슴 아픈 일이 있다.

 

이 “일생에 한번은 가고 싶은 성지여행”도 같은 맥락이다. 정말 나바호나 데빌스타워, 이스터섬, 앙코르와트 등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은 많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시간과 돈으로 귀착된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으로 도대체 ‘언제쯤이면 편히 한번 잠을 잘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나에게 여행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큰 사치다. 하지만 가보고 싶다는 마음조차 갖지 말라면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어찌되었든간에 내가 꼭 한번은 가보고 싶다- 노래를 부르던 곳들이 빼곡이 들어차있는 이 책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이 책은 모든 여행지를 독자가 언젠가는 꼭 가본다는 가정하에서 When to go / Planning / Websites 등을 일목요연하게 적어놨다. 직접 그곳을 여행해서 찍은 사진과 여행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들을 간결하게 요약해놨기 때문에 정말 그곳을 여행하겠다 마음먹는 사람이라면 첫 단추를 꿰는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못가보겠지…?’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나조차 그 정보들을 보면서 언제쯤 계획을 잡아서 가면 될른지 가늠해보기도 하는 망상을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으니… 뭐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주제도 1.성스러운 풍경 / 2.거석유적과 수수께끼 / 3.신앙의 요람 / 4.웅장한 폐허 / 5.일상 속의 예배당 / 6.성소 / 7.순례길 / 8.의식과 축제 / 9.추모여행 / 10.영적 재충전을 위한 명상 여행 등 다양하다. 나라면 분류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은 여행지들을 정말 깨알같이 모아놨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거석유적과 수수께끼>, <웅장한 폐허> 였는데 정말 이런 곳은 언젠가 꼭 가봐야 하는 곳!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들이 많았다. 여행지마다 약간의 칼럼이 있었는데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짧아서 여행 에세이만큼은 아니라고 2~3페이지 정도로 좀 길게 써줬더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개하는 여행지들의 개수가 적어지더라도 한두장 정도 사진을 더 첨부하고 칼럼을 더 길게 했으면 정말 내취향이었을텐데…

 

으이구, 정말 사진만 보고 가보지는 못하니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진들이 조금쯤은 나를 위로해준다. 정말 망상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언제가는 꼭 가보고 싶다- 진심으로 그리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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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 -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서권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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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 시대를 열었던 태조 이성계. 타이틀만 놓고 보면 카리스마 있고 딱딱한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시골무사 이성계”. 한마디로 내가 알고 있는 이성계의 이미지와 전혀 맞아 보이지 않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고, 왠지 모르게 초라하고 초췌해 보이는 듯한 초로의 남자가 말 위에 있는 모습의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읽게 된 책이었다. 남자를 위한, 남자소설이라는 평론가들의 말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내가 읽고 싶은 것을 읽은 것뿐이다. 남자소설이라고 해서 여자가 읽지 못할 까닭은 없었기에…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이라 칭한 책 속의 전투는 1380년 고려 말 전라도 지리산 부근의 황산에서 왜구를 크게 이겼던 “황산대첩”을 무대로 한다. 만 명이 넘는 적들, 천 명이 겨우 넘는 아군 병사들… 한때 아버지처럼 따랐던 최영이었지만 지금은 성계의 사병인 가별치들만을 이끌고 전투를 벌이라 명한 최영. 패한다면 자신도 죽고 나라가 흔들릴 터이고 이긴다 해도 천덕꾸러기의 변방 무사의 신세를 면치 못할 힘겨운 싸움이다. 중앙군을 이끌고 있는 변안열, 정몽주와는 사사건건 충돌하고, 왜군의 젊은 무장 아지발도는 강하다. 그렇다보니 성계의 처지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객관적인 눈으로 보기에 결코 이길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전투였다. 다만 전투의 와중에도 병사들에게 계속 풍등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뭔가를 암시하고 있지만 과연 풍등을 어찌 사용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직접적으로 그 내용이 언급될 때까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으면서 거슬렸던 것이 또 하나 있었는데 책의 타이틀은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하지만 책 속의 성계는 한 나절 만에 전투를 끝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차이가 묘하게 거슬렸었는데 그 내용은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 후반부의 후반부에 가서야 반전으로 나타난다. 등장인물 소개에서 나오듯 정도전과 이성계의 만남은 황산대첩이 일어난 1380년 이후였지만 작가는 이성계의 군사를 자처하며 새로운 의지를 심어주는 인물로 정도전을 선택해 이야기의 흥을 더하고 반전을 이끌어낸다.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책 속의 이성계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매력적이다. 사병인 가별치들과 함께하는 소탈하고도 정감가는 모습과 아지발도가 이끄는 왜군들에게 아이를 잃고 미쳐버린 여인 하나까지도 신경을 쓰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과, 결단력과 통솔력까지 겸비한 그의 모습은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한 나라를 건국할 수밖에 없는 운명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 운명과 함께하는 것은 두란과 처명 부대를 필두로 한 이성계의 사병부대인 가별치들. 그들은 형제의 피를 나눈 자들로 결속력이 대단하여 서로를 귀히 여기며 신뢰하는 모습이 전투를 통해서 잘 그려져 있다. 그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 전쟁을 이겼을까… 이 책에는 그려져 있지 않지만 성계가 고려를 멸하고 조선을 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도 알 수가 있었다. 그렇게 시골무사였던 이성계는 그들과 함께 왜군을 멸하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의 내 소감을 간략하게 말해보자면 이렇다. 훌륭하다. 이렇게 재미있고, 또 장중하기도 한 역사소설 정말 오래간만에 읽었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어디를 봐서 남자를 위한 남자소설이라 말하는 것인지 모르더라. 내가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남자들의 소설, 거친 표현들이 난무하고 성적인 표현도 거침없이 쓰여져 읽기가 껄끄러운 그런 소설과는 아예 그 태생 자체가 틀리다. 거친 표현 하나도 없이 여자인 내가 읽기에도 전투에 대한 흥분과 열기가 코앞에서 느껴질 정도로 정중하고 말끔한 문체들로 전투 장면을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은 정말 내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황산대첩 이후 원대한 꿈을 갖게 된 이성계의 모습이 소위 말하는 남자들의 로망이라 생각해서 그런 것이지… 싶지만 여자에게도 꿈이 있고 야망이 있다. 남자들 스스로가 여자들과 분리시켜서 말하는 원대한 포부라는 것은 남자들만을 위한 단어가 아니다. 나는 이성계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놓은 단 하루의 전쟁 이야기인 이 “시골무사 이성계”를 보면서 꿈의 실현이라는 것은 늦고 빠름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성계에게 방랑은 꿈의 연장이었다. 변방에서 말을 달리며 누렸던 자유와 인월에서 아지발도와 싸우며 품었던 꿈의 부피는 왕좌의 자리보다 훨씬 컸다.
- p.367 에필로그 中


이후 조선을 건국한 뒤 태조의 자리에 있다가 상왕을 거쳐 태상왕의 위치에 있던 시절, 이성계는 이미 늙어버린 두란, 처명과 함께 방랑을 했다고 한다. 꿈을 품고 그 꿈을 쫓던 그들에게 안락함이라는 것은 거친 변방보다도 못했던 모양이다. 뒷방 늙은이 신세를 면치 못했을 나이라는 패널티와 중앙의 업신여김까지 받으며 변방을 전전한 그가 조선이라는 500여년을 이어나갈 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꿈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책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작가분이 궁금해졌었다. 그래서 찾아본 작가의 이름은 서권. 이 책의 저자인 그는 2009년 5월 11일 이 장편 역사소설인 “시골무사 이성계”를 탈고한 후 경천 작업실에서 친구, 선후배, 지인 모두를 불러 그윽이 한잔 한 후 홀연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정말 아쉬웠다. 소설의 이성계의 나이와 작가의 나이가 비슷하다는 사실에서 의미를 찾아보지만 그래도 ‘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도 있건만 차라리 살아주지…라는 아쉬움 섞인 독백만 나직이 읍조려 본다.



PS : 가슴아픈 한가지는 책을 읽다가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책이 구겨져버린 것. 정말 마음 아파 죽겠다.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꺼내 보고 싶은 책인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나 자신이 원망스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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