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르스 렉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쥬라기 공원의 영향으로 T 렉스라고 알려진 이 공룡은 쥬라기 시대에 살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이다. 티라노사우르스는 육식 공룡이며, 그 특징으로 인해 입안에는 바나나만한 크기의 날카로운 이빨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다른 공룡들을 잡아먹어야만 하는 위치에 있으니 지당한 일일수밖에 없다. 그런 티라노사우르스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이 있다. 그림도 참 예쁘기도 하지만 왜 하필 티라노사우르스일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첫 페이지의 짧디짧은 앞발을 간진 티라노사우르스의 그림이 나오고 간결하게 한마디가 나온다. “나는 티라노사우르스 렉스. 모두 나를 보고 무시무시한 공룡이라고 하지.” 물론 무섭다. 그 거대한 크기며 육식을 하는 공룡인데 무섭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런데 다음 페이지에서 고개를 떨구며 “그런데 나는 왜 무서운 공룡이 된 걸까?” 라고 말하는 티라노사우르스를 보니 참 처량도 해보인다. 하지만 그런다고해서 티라노사우르스가 무서워지지않는 것은 아닐터인데… 어쨌든 책은 티라노사우르스가 예쁘고 작은 꽃들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든가 뛰어갈때면 지축이 흔들릴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이 원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한다. 외로운 티라노는 자신의 모습을 부정해보기도 하지만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이 괴롭기만 하다. 그래서 작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나가줄까…? 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은 나는 티라노사우르스 렉스는 무서운 것이 당연하고 그것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만을 알려주고 끝을 맺어버린다. 흑과 백을 분명히 하는 다른 책들과는 큰 차별을 가진 책이었는 말이다. 이제 이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에 대해서 판단하는 몫은 오롯이 아이들만의 것으로 남겨진다. 아이들은 티라노사우르스 렉스를 나쁜 것이라고 말할 것인가…? 글쎄… 타고난 모습이 남과 다르다고 해서 배척한다면 그것 또한 옳은 일이 아니기에 우리의 현명한 아이들이라면 티라노사우르스 렉스를 나쁘다~ 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토끼가 호랑이에게 불살(不殺)을 말하는 것이 이치에 어긋나듯이 조금은 복잡할듯도 한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이 책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첫째인 우리 공주님이 올해 4살이다. 그런데 이번 8월이면 둘째가 태어난다. 우리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난 밑에 동생이 태어나서 집에 데리고 왔을 때 정말 서럽게 울면서 동생한테 아무것도 주지않겠노라며 난리가 났었댄다. 어, 내가 그랬었나…? 하면서 만화였다면 땀한방울을 커다랗게 흘렸을 것 같은 상황이다. 그때는 막내 이모가 나를 데리고 나가서 잘 설명해줘서 어찌저찌 상황이 잘 마무리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 어떤 말들이 오고갔는지는 아무도 기억을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공주님도 서럽게 우려나…? 사실 조금은 걱정이 되기는 한다. 틈나는대로 우리 공주님에게 뱃속의 동행이랑 사이좋게 잘 놀아줘요~ 하고 부탁도 하고 우리 공주님은 기특하게도 안아주고 싶다면서 내 배를 꼬옥~ 끌어안기도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건 어쩔 수가 없다. 책속의 아이도 처음에는 설레임을 담은 대화를 하지만 나중에는 “엄마, 동생한테 그냥 오지 말라고 하면 안돼요? 우리한테 아기가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라고 말한다. 동생과 함께 놀 생각에 즐겁기도 하지만 항상 자신만 보아주고 자신만을 사랑해주던 부모님의 사랑을 모두 작은 동생에게 빼앗기는 것은 아닐까…? 라는 불안감이 아이에게 없을 수 없는 것이리라. 그런 아이의 아주 미묘한 감정을 책은 잘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온갖 상상을 차지하고 있던 동생이 아이에게 정이 들게 한 것인지… “동생은 언제 태어나요, 엄마? 동생이 보고 싶어요.” 라고 말할 때는 나도 모르게 찡~한 감동이 밀려온다. 아무래도 동생이 태어나게 되면 무기력한 상태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쳐다보고 손도 더 가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이 너무나도 낯설 큰 아이에 대한 배려 또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큰 아이에게 이제 곧 태어날 동생을 미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랑하면서 기다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풋~ 이런 그림책은 제리 핑크니의 사자와 생쥐 이후 처음이다. 불친절한 그림책! ‘꿀’ 이라고 하는 돼지들이 내는 의성어 이외에는 어떤 글자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왜 제목이 ‘꿀’ 일까…? 하고 참 많이 고민했었는데, 단지 책 속에 나오는 말이 그거 하나라서 그랬으리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어서 책을 봤을 때 더 웃겼더랬다. 제리 핑크니의 사자와 생쥐도 별다른 글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때때로 ‘사각사각’ 이라던가 하는 의성어나 의태어만 가끔씩 나올 뿐이고 전부다 그림이었었는데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었지만 읽어주다 보니 오히려 편한대로 아이에게 말해줄 수 있어서 어떤 때 보면 더 편한 책이기도 하더라. 이 ‘꿀’도 그런 종류의 그림책인데 주인공은 저 커다란 엄마돼지가 아니라 엄마돼지의 여덟 마리 아기 돼지가 주인공이다. 배경은 흑백이고 돼지들만 살색으로 색이 칠해져 있다. 아침이 돼서 엄마 돼지가 “꾸우울~” 하고 외치고 아기 돼지들도 함께 일어난다. 엄마 돼지가 옆으로 누워 아기 돼지들에게 젖을 먹인다. 책의 여백을 채우고 있는 것은 역시나 “꿀꿀꿀” 하는 글자들 뿐이다.우리 공주님은 그림만 보고도 나보다 더 잘 설명한다. “애기들 젖 먹는다. 꺄악~” 이랜다. 왜 그렇게 좋아하니…? 호수인지 물웅덩인지 모를 곳에서 엄마 돼지와 아이 돼지들이 놀다가 낮잠을 자기 시작한다. 엄마 돼지를 따라서 잘 자는 것처럼 보이던 아기 돼지들이 일어나더니 언덕을 줄맞춰서 올라가기 시작한다. 도대체 뭔 짓을 벌이려고…? 일단 그림을 따라가 보니 나무에서 열매를 따먹기 위한 탈출이었다. 뭔가 자기들끼리 쑥덕쑥덕하는 것 같은데… 유추해볼 수 없으니 나는 답답하건만 우리 공주님은 척척 잘도 말들을 만들어낸다. 책 속의 그림은 그대로고 변하지 않지만 그 책을 보는 우리 공주님의 생각은 책을 볼때마다 변한다. 어떤 때는 아기 돼지들이 배고파서 먹을걸 찾는거라고 하다가 그네(?)가 타고 싶어서 나간다고 하더라. 결국 아이가 하고 싶은 말 그대로 내버려둬도 훌륭한 그림책이 되어주는 재미있는 그림책이지만 어른들에게는 참 불친절한 그림책이기도 했었다.
프리티보이의 작가인 모리오 마사미의 신작이다. 나는 개인적을 이 작가를 참 좋아하는데… 과하지 않고 적당한 소녀적인 취향과 끊임없이 미소를 짓게 하는 유머가 항상 책의 전반에 흐르기 때문이리라. 작가의 성격이 원래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인건지… 이 책의 주인공들을 보면 대부분이 참 행동이 바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책의 주인공 소년 슈운은 그 동안의 입장에서 보자면 심술궃은 편에 속한다. 어찌보면 참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책의 시점으로 8년전 전국민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캐러멜 CF인 주인공 캐러멜키드. 그가 바로 슈운으로 첫페이지를 장식한 행복하게 웃는 장면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그랬던 소년이… 옆집에 사는 고등학생 모토카의 시야로만 봤을 때는 굉장히 심술궂기만 하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4살차이의 슈운에게 모토카는 항상 끌려다니고 주눅들기만 한다. 슈운의 아빠는 유명 배우고 엄마는 방송 관계자. 둘째인 쇼는 이제 겨우 6개월이다. 그래서 모토카는 쇼를 대신 봐주는 베이비시터로 슈운네 집을 드나들게 된다. 왜저렇게 모토카한테 심술궂게 구나~ 싶었더니 완전 초등학생 그대로다. 슈운의 눈에는 어렸을 때부터 모토카 밖에 안 보였댄다. 지금도 모토카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지만 남자아이들에게는 누구나 있는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힌다’ 라는 엉뚱 심리가 반영된 것이었던 것. 4살이나 차이가 나다보니 모토카는 그런 상황은 전혀 모르고 자꾸만 심술궂게 대하는 슈운을 의식하면서도 깨닫지는 못한다. 참으로 둔하기도 한 아가씨로고~ 하지만 학교에서는 봉사부 회장을 맡고 있는 한마디로 말해 부드럽고 자상하고 여성스러운 여자 아이이다. 일단은 주인공인 슈운의 설정상 연예계에 관련된 일들도 조금씩 나올 것 같고… 연상연하 커플의 코믹하고도 러브러브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게 될 것 같다. 작가가 여태까지 그려왔던 작품들의 성격으로 보아 아주 유쾌하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서 앞으로의 내용이 기대된다. 저 둔탱이 아가씨를 4살이나 어린 슈운이 어떻게 쟁취해 나갈지 그 가시밭길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서양골동 양과자점을 나는 참 재미있게 보았더랬다. 그래서 그 책이 4권으로 완결되었을 때(지금은 애장판으로 2권이라고 한다) 그 뒷이야기를 좀더 그려주면 참 좋겠다~ 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이미지와 전혀 다른 시대극이다. 표지에서 나오는 일본의 예 남자들이 하고 있는 요상한 머리 모양과 복장을 한 남자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어색해 보이는 건 나만 그랬던 건가…? 그런데 이 책의 기본 발상부터가 참 남다르다. 일본 또한 우리 나라와 별 다를게 없이 남존여비 사상이 상당히 강한 나라로 알고 있는데 이 만화책은 그 발상이 거꾸로 되어 있다. 아름다운 남자들과 늠름한 여인들의 남녀역전 시대극!!! 이라는 말이 가장 적당한 설명인 독특한 내용의 이야기로 기본적인 시대는 에도 막부이다. 다만 어느 마을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역병 적면포창(赤面泡瘡)이라는 남자들만 걸리는 병으로 인해 남성의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그렇게 80여년의 시간이 흐른 연후에는 남성인구가 여성 인구의 4분의 1로 줄어 남자는 종을 유지하기 위한 보배로 귀히 여기고 조심히 기르고 사회의 대부분의 노동력을 여성이 부담하는 황당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덕분에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쇼군까지도 여자가 잇게 되었는데… 천하의 정점에 서있는 쇼군에게만 허락된 최고의 호사로 미남들만을 모아 만들었다고 하는 남자들의 성 - 오오쿠가 이 책의 배경이다. 뭐 이슬람의 하렘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다. 여성 쇼군에게 간택받기 위하여 꽃단장하는 남자들… 오싹~ 하다. 여성들과 남성들의 복장은 한치도 바뀌지 않았는데 행동만 바뀌었다. 그 갭이 또 재미가 있다. 이 시대의 남성들은 이 여자 저여자를 전전 하는 것이 기본이고, 여성들은 남자의 수가 워낙에 적기 때문에 그저 떠돌이 남자난 남자기생에게서라도 자식을 얻는 것만이 그들 생애의 목적이다. 왠지 모르게 비참한 현실이다.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힘겨운 시대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있다. 쇼군과 그녀의 남자들(?) 간의 이야기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나름 재미도 있었지만 참 비극적인 시대상황을 비극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오히려 책을 읽고나서 조금은 마음이 무거웠었다. 이 시대가 어떤 형태로 끝을 맺게 될지… 정말 그 결말이 너무나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