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받은 책이다. 하지만 단숨에 읽어버렸다. 아직 업무 시간이라는 생각도 저만치 날아가버렸다. 아, 이리 좋은 책인 줄 알았다면 결코 책장을 펼쳐보지 않았을 것이다. 팀장님께 눈총 좀 받을 것 같다. 하지만 난 지금 이 책을 읽고 행복한 기분에...왠지 모를 간질간질하고 따뜻한 기분에 취해 그쯤이야 뭐...하고 걱정을 털어내버렸다. 주인공은 제목처럼 거북이다. 하지만 사막에서 홀로 살아가는 외로운 거북이다. 아주 오래전 바다에서 살았지만...바다가 그를 떠나버렸다. 아마도 지각변동과 같은 그런 사건으로 인해 바다의 위치가 바뀐것이리라. 그는 사막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거북이는 장수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같이 남겨졌던 가족들을 모두 잃고 홀로 사막에 남겨진 채 바다를 그리워하고 가족을 추억한다. 매일을 지평선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그의 모습이 가슴아프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가슴도 아팠던듯... 붉은 여우랑 독수리 그리고 덤블트리는 그에게 친구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거북이가 예쁜 여자 거북이를 만나기 위한 여정은 너무나 험난하다. 걸음이 너무 느렸기 때문에 참 머나먼 길을 가야하기 때문이었는지...아니면 너무 오랜 세월을 혼자서 살아왔기 때문일까...그는 지금의 생활이 변하는 것을 거부한다. 하지만 친구들이 있기에 그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고 자신의 외로움을 털어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것들을 상실하고 어깨를 짓누르는 외로움에 지친 거북이가 거북 아가씨를 만나 행복해지는 과정을 담은 이 책은 가슴아픈 느낌이 서서히 따뜻하고 행복한 기분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책도 얇고 글도 짧지만 너무나도 행복한 기분을 맛볼수 있도록 해준 이 책... 이만하면 정말 내가 올해 읽었던 책들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기분을 안겨준 최고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정말 기대를 많이 했던 책이다. 표지의 그림도 아주 특색있게 독특한데다...제목이 정말 맘에 들었다. 용감하고 슬기로운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가 가득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받아서 펼쳐보니...역시 그림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겨서 참 마음에 들었는데... 글쎄...내용은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여러 개 눈에 띄더라… 용감하고 지혜로운 여자아이들이라고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는 여자 아이들... 각색을 하여 원작과 다르기는 하지만 도무지 어떤 면에서 딸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동화인지 모를 동화들... 친 아빠인 왕이 왕비가 죽을 때 자신과 꼭 닮은 사람과 결혼 하랬다고 다 커서 아름다워진 자기 딸과 결혼하겠다니~ 이런 내용은 빼도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라푼젤에서는 결혼도 안 했는데 라푼젤이 아이를 낳아서 왕자와 나중에 재회하는데… 안다…나도 라푼젤의 원작이 원래 그렇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내용이 굉장히 짤막하게 함축하여 동화들을 써 놓은 것을 보면 초등학생용으로 편집된 것인데…굳이 그런 내용을 넣어야만 했을까…? 아이가 “결혼도 안했는데 아기가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어찌 대답하여야 하는지…요새 아이들이 얼마나 똑똑한데…확실히 대답해주어야 하건만 난 대답을 도저히 못찾겠다…ㅠ.ㅠ 높은 탑의 공주님 처럼 누군가 무엇을 해주기만 긷리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아닌 파격적인 여자 주인공들이 맘에 들었지만 위에서 얘기한 몇 가지 거슬리는 내용들 때문에 마음이 안 좋다… 이런 몇 가지 동화들을 편집해주었더라면 좀더 좋은 책이 됐을 것을…하고 아쉬워해본다.
책에 소개된 같은 독자층 또래 집단의 글이나 그림들 그리고 대화형식으로 기록된 회의내용들을 보면서 책에 글을 올리는 것이 전문작가들 만의 영역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번 호에서도 역시나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가질 법한 고민들에 대한 것들이 눈길을 끌었다. 반장은 꼭 공부를 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초등학교 4학년 독자의 글을 보면서 기성세대들이 만든 우리사회가 모든 것을 너무 서열화하고 가치기준을 획일화 하는 것만을 보여준 것 아닌가 하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어른들에게도 전해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늘 선생님 말씀에 순종하라는 근대적인 교육지침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여서 당연한 듯 여겼던 일기장의 선생님 열람권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여준 ‘고민하는 자람이’ 코너는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아를 인식해가는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의 지도 범위와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구분을 하게 해준다. 단순한 흥미위주의 월간지와는 달리 ‘고래가 그랬어’는 자아를 인식해가는 또래 집단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자아성찰에 대한 이야기를 강요가 아닌 자율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편찬을 거듭할수록 사회를 보는 새롭고 보다 나은 창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진보하길 기원한다.
<자신만의 일기와 학교제출 일기를 따로 적는 자람이>
처음 받아 본 ‘고래가 그랬어’ 제65권을 초등 4학년 아들에게 읽어 보라고 하고 같이 대화를 해보니 일단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구성, 예를 들어 독자층 또래 집단의 글을 소개하는 코너, 유익한 신간 서적 소개, 재미있는 만화와 유익한 정보를 주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초등학생들이 집중해서 읽기에는 양이 많아 보이는 책을 보기 쉽게 해주는 것이 매우 좋았다. 실제로 회의를 하는 내용을 대본 형식을 빌어 기록을 한다든지 친숙하게 옆에서 설명해주는 듯한 기법의 도입도 흥미로웠다. 특히 또래의 아이의 사진을 이용하여 수화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꼭 그 수화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기와는 다른 친구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또 다른 방법을 가질 수 있음에 대해 아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다만 약간의 우려가 있다면 대상 독자층이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수준으로 보이는데, 좀 더 밝은 내용과 그림기법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가 실제 살아가는 세상살이는 어두운 면도 있고 힘든 일도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아이들이 읽는 책에서 만큼이라도 편하게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났으면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춘기를 맞이하는 아들 또래의 아이들이 그들만의 감수성과 시각으로 세상을 배워나아 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양서가 되길 기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 '수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