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별 임의진의 커피 여행 - World Music Collection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아울로스(Aulos Media)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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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느낌은 특이함이었다. 책에서야 흔하게 보이는 커피와 여행이라는 단어가 음반의 이름으로 보여서 눈이 갔었더랬다. “떠돌이별 임의진의 커피여행”이라니…임의진 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기도 했고 어떤 주제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길래 커피여행이라는 음반제목을 붙여놓았는지도 궁금했다.

임의진이라는 분 알고 보니 목사님이었다. 지금은 모든 직무를 내려놓고 은자(隱者)가 되었다는 분이다. 아호도 있다. 어깨춤, 떠돌이별… 당호도 있댄다. 선무당(仙舞堂)… 이분 정말 특이하신 분이네 싶어 음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음반을 접하기 전에는 커피 전문점 같은 곳이나 그도 아니라면 집에서 커피 한잔 들고 배경음악 삼아 듣는 그런 음악들을 생각했었다. 다들 그러지 않았을까…? 아니면 나만 단순했던 건지 그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들어보니 그렇게 단순한 음악은 아니었다. 나는 글재주가 없어서 잘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입술로도 마시고, 귀로도 듣는 커피”라는 문구에 걸맞게 어떤 노래를 들어도 커피향기가 피어오르는 듯하다.

첫 곡인 Venezuela 베네수엘라 / Devin Greenwood (4:32)는 애절한 선율이 듣기 좋은 목소리와 어울리는 곡이었는데 두 번째 곡인 Angel 앙젤, 케냐로부터 / James Azola (3:08)은 경쾌하고 재미있는 느낌이 나는 음악이었다. 커피여행 이라는 주제를 가진 곡들이었지만 분위기는 모두 하나같이 틀려서 다양한 노래 스타일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부클릿은 노래의 가사나 내용을 담기 보다는 이 음반을 기획하신 분의 곡에 대한 느낌들과 “커피로드”라 이름 붙인 여행길의 사진인 듯한 풍경과 아이들, 동물들의 사진들이 같이 수록되어 있었다. 천천히 읽으니 왠지 그 분의 여행길이 살짝 눈앞에 놓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힘들기도 하셨겠지만 행복하셨을 그 여행길…그 길이 이 음반을 낳았다면 조금 더 의미 있는 여행길이었으리라.

주말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있으니 공주님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끄덕 손을 휘휘 저으며 춤을 춘다. 음악에 빠져보려 했건만 그 모습을 보고 배다 아플 정도로 데굴거리며 웃고 말았었다. 아이들에게도 신나는 음악…마음에 드는 음악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나에게도 공주님에게도 기분 좋은…사랑스런 노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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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고르기 동화는 내 친구 59
채인선 지음, 김은주 그림 / 논장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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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그림은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제목이 유달리 특이해서 내용이 궁금해지더라. “아빠 고르기”라니 대부분 아이들을 인격적인 독립체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은근히 부모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요새에 참 보기 드문 제목이어서 굉장히 흥미가 갔었다.

주인공은 ‘구름나그네’… 이름도 참 예쁘기도 하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모두 저런 식의 재미있는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이 아이들은 모두 태어나려면 아빠를 자기 손으로 골라야 한다. 그것도 한 두명이 아닌 수많은 아빠 후보들 중에서 말이다. 이 책의 아이들은 정말 태어나기도 참 힘들겠더라. 무슨 논술 시험 보는 것보다 더 힘든 과정을 겪어야 되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들 자신의 아빠에 대한 자신들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잘생긴 아빠”, “나랑 놀아주는 아빠”, “돈 많은 아빠” 등등… 하지만 구름나그네는 아빠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하나 둘 점점 아빠를 고르고 세상에 태어나러 떠나고 있건만 구름나그네만 계속 고민 중… 나중에는 아빠에 대한 고민은 둘째치고 친구들보다 늦게 태어나서 그 친구들을 형이나 누나로 부르게 되는 것이 겁이 나서 아빠를 고르기로 결심한다. 뭐 동기가 불순하지만 좋은게 다 좋은거니…

여기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 선녀라는 캐릭터가 아주 재미있었다. 아이들이 아빠를 고르도록 도와주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아빠를 고르기 위해서 사용하는 도구는 바로 “컴퓨터”다! 아주 신세대적인 도구였기 때문에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역시 요새 나온 톡톡 튀는 책답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 뿐일까나…? 컴퓨터가 대중적이 되어 있는 도구이다보니 몰입하기도 참 쉬웠고 더 재미있게 보았던 것 같다.

그 컴퓨터로 우선 보모 선녀가 추천해주는 아빠들을 볼 수도 있고 얘기를 나눠볼 수도 있다. 처음은 돈 많은 아빠…그리고 줄줄이 아주 특이한 아빠 후보들이 대기하고 있다. 잘생긴 아빠, 게으르고 술만 먹는 아빠, 공부에 목맨 아빠… 구름나그네는 아빠를 결정하지 못한다. 보모 선녀는 너무 까탈스럽다며 투덜투덜 거리지만 나라도 저런 아빠들은 싫다.

이런 저런 아빠들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본 게으르고 술만 먹는 아빠는 누가 보나 완전히 실격 아빠다. 그런 실격 아빠를 보더니 보모 선녀도 당황하며 잘못 분류가 된 모양이라고 그 아빠의 파일을 슥~ 쓰레기통에 집어넣어 버린다. 순간 번쩍~하고 뭔가가 떠올랐는지… 아니면 뭔가의 예감이 있었던 건지… 구름나그네는 쓰레기통 속의 아빠 후보들을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쓰레기통 속에서 보게 된 아빠 후보는 처음엔 너무나 실망스럽다. 하지만 무엇에 홀린 것인지 구름나그네는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는데 - 그 아빠의 신상 명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기도 싫어하고 아빠가 싫어하는 것도 싫어함”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인다. 문득 친구들 중에서도 저런 녀석이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기라고 하는 존재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도 모르는 바보들이라는 생각에 그 아빠 후보에 대해서 완전히 비호감의 눈길로 바라보게 되었다.

어, 그런데 책을 더 읽어보니 좀 틀리다. 그 사람은 아기 갖기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 했던 아빠였던 것. 결국 일생일대 결심을 하고 아내에게 아이를 갖자는 중대 결심을 말하고 “야호! 나도 아빠가 되어야지!”라고 외치는 모습이 귀엽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구름나그네는 결국 그 아빠와 인연을 맺게 된다. 말리는 보모에게 “저는 로맨티스트라고요~”라며 자신만만하게 웃는 구름나그네…

자신의 손으로 아빠 후보들 중에서 태어날 아빠를 고르다! 너무나도 획기적인 생각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리고 그 사실들을 아이가 커서도 잊지 않는다면 좀더 자신의 아빠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아빠들도 자신이 너무나도 아이를 갖기를 원했기에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누구보다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엄마를 더 따르게 마련이고 아빠들은 사회 생활로 인해 아이와 단절되기 쉬운 요새 우리네 삶에서 아빠의 의미를 깊게 되새길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비단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아이를 너무나 원했기 때문에 갖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부모님들께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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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책 (100쇄 기념판)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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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 동화책이 아이들의 전유물이라 말하던 구시대적인 발상은 요새에는 정말 맞지 않는 말인 것 같다. 원래도 동화책을 좋아하던 나였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공주님을 낳고부터는 더 많은 동화책들을 보게 된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 동화책들은 진화하고 있다!

많은 동화책 작가들 중에서도 앤서니 브라운의 이름은 아마 아이들의 동화책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의 동화책은 항상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조금은 불편할지도 모를 진실까지도 그는 멋진 그림과 필체로 동화책 속에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하나이다.

특히나 이 “돼지책”은 가장 유명한 책이 아닐까 싶다. 소위 위에서 말한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엄마들과 아빠들에게도 유명한 책이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아빠들에게 불편한 책이겠지. 표지만 봐도 굉장히 독특한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마가 아빠와 아이들을 등에 업고 있는 표지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고 책의 내용을 궁금하게 한다.

아름답고 조용한 마을의 사는 피곳 부부와 사이먼과 패트릭 두 아이.
피곳씨 가족의 아침 일상은 이러하다 - “여보, 빨리 밥 줘!”, “엄마, 빨리 밥 줘요!” 
밥을 먹고 그들은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회사와 학교로 가버린다.
그들이 가고 난 후에도 피곳 부인은 설거지를 한 후, 침대를 정리하고, 바닥청소 후에 일하러 나가게 된다.
그리고 저녁 풍경 - “엄마, 빨리 밥 줘요” "여보, 빨리 밥 줘, 배고프다구!"
피곳씨와 아이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쉬고 있을 때에도 피곳 부인은 설거지, 빨래, 다림질 하고 나서야 자신이 먹을 저녁 조금해서 먹는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가족에게서 가끔씩이라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똑같이 일을 하는 맞벌이 부부인데도 집안일을 하는 양이 훨씬 많은 것 때문에 뉴스의 소재로도 종종 나오곤 하는 일상. 남편과 아이들은 그 일상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긴 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엄마는 사라지고 쪽지 하나만 있다. - “너희들은 돼지야” 라는 한마디가 적혀 있는... 그들은 스스로 어렵게 밥을 지어먹었지만 설거지와 청소는 전혀 안했기 때문에 집은 돼지우리처럼 변하고 점점 끔찍해지는 현실에 그들은 짜증을 내기 시작하고 얼마나 자신들이 피곳 부인에게 기대서만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

피곳 부인이 없어진 이후부터 피곳씨와 아이들의 얼굴을 돼지로 그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먹을 것이 다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 킁킁대며 먹을 것을 찾아대는 피곳씨와 아이들의 모습에서 금방이라도 “꿀꿀꿀~” 하는 울음 소리가 들려올 것 같았다. 먹고자고먹고…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는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그들이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을 즈음에 돌아온 피곳 부인에게 피곳씨와 아이들은 피곳 부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빌게 된다. 피곳부인의 자신감이 가득한 자세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돼지머리를 한 피곳씨와 아이들의 모습이 굉장히 희극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스스로 집안일을 돕게 되고 피곳 부인은 아주 밝고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된다 - 라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누구든 다 그런 것일까…? 곁에 항상 있으면 존재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은 그 일의 중요함이나 힘듬을 알지 못한다. 나또한 아이를 낳고 약 7개월간의 육아휴직을 통해서 전업주부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면서도 힘든 일인지를 깨닫게 되었듯이 사람들은 스스로 겪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물론 가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께서 일을 하여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이 사실이라서 그 동안 우리네 어머니들은 집안일들을 도맡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새 세상은 맞벌이 부부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가정상을 떠올리는 남자분들이 대부분이라 아무래도 가사활동이나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여자들이 많은 부분을 떠맡게 되는 것 같다.

이 그림동화책은 그러한 현실을 굉장히 희극적으로 그려놓았기 때문에 많은 엄마들의 지지를 받았던 책이었다. 게다가 피곳 부인처럼 가출을 하여 가족의 깨달음을 촉구할 수 없는 경우라면 더더욱이나 이 책으로 가족들에게 간접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각자가 맡는 고유한 영역이 있게 마련이지만 공동체라고 하는 것을 잊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그런 행복하고 화목한 가족이 될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책이기 때문에 가족이라고 하는 테두리를 인지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물론 아빠에게도 권유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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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가 최고야 킨더랜드 픽처북스 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킨더랜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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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인지… 나는 요새 부쩍 말도 늘고 애교도 늘고 뭐든지 다 해보고 싶어하며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내 어린 공주님이 자꾸만 아빠를 푸대접하는 것이 걱정이다. 아직 어리다는 생각으로 나중에는 괜찮아지겠지… 라는 생각도 하지만 안아주고 뽀뽀해달라는 아빠를 야멸차게 “싫어!”를 외치며 밀어버리는 우리 꼬맹이를 위해 아빠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는 좋은 책이 없을까…? 라는 생각으로 고른 책이었다.

“아빠가 최고야”는 제목만 봐도 속의 내용이 어떤 내용일지 예상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책을 펼치니 내용은 내가 생각지 못한 내용들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아빠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내용들이 내 마음에 꼬옥~ 들어서 이 책이야말로 우리 공주님과 남편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최고다.
무서워하는 게 하나도 없고, 달을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고, 빨래 줄 위로 걸을 수도 있고, 거인들과 레슬링을 할 수 있고, 운동회날에는 다른 아빠들을 모두 이겨버릴 수도 있다.
말만큼이나 많이 먹고 물고기만큼이나 헤엄을 칠 수 있고 고릴라만큼이나 힘이 세고, 하마만큼이나 늘 기분이 좋다.
아빠는 집채만큼 크지만 곰인형처럼 부드럽고 부엉이처럼 똑똑하기도 하고 빗자루처럼 바보 같기도 하다.”

이렇게 책의 내용들은 조금은 황당함을 넘어서 이런 일들은 불가능하지 않니…? 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질 내용들이고 또 어떤 내용들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모순적인 내용을 담기도 했지만 그만큼 어린 아이들의 확고하고도 깊은 아빠에 대한 믿음을 알 수 엿보게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그 말도 안될 말들이 아이의 눈으로 본 자신이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바치는 보기만해도 그저 가슴이 따뜻해지는 말들로 탈바꿈 되는 것이다.

물론 글들로만 보자면 아빠는 누구보다도 세고 못하는 것도 없을 불세출의 인재다. 아~ 이런 것들이 아이들이 아빠에게 바라는 것들일까…? 그냥 보기에는 슈퍼맨이네. - 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내용들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마지막 말을 하기 위한 복선일 뿐… 정말로 아빠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아빠가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해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변함없이 자신을 사랑해줄 아빠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을 읽으니 문득 내가 어렸을 적에 봤던 아빠의 모습은 너무나도 커보이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 그 때는 내가 하늘의 달이 갖고 싶다고 해도 내게 가져다 주실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분이었고, 생각하기만 해도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분이었던 시절이 말이다. 그렇게 내아이도 아빠를 사랑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정도로 마지막이 찡~했던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내 입가에서 미소가 가시지 않게 하는 힘을 가진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위트있는 그림들은 내 마음에도 쏙 들었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주기에도 충분하기 때문에 집에 하나쯤 꼭 있어준다면 좋을 그런 책이다. 아빠에 대한 책을 찾는 어머니들께 권유해드리고 싶다. 나는 이 책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책이었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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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별장의 쥐
왕이메이 글, 천웨이 외 그림, 황선영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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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읽기 시작한 그림책이었다. 눈을 빼앗긴 것은 그저 아름다운 그림 때문이었고, 글자들은 꼭 그 그림에 녹아들 듯 조용히 들어서 있었기에 처음에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조금 더 가슴 찡~한 느낌이 왔던 듯 싶다. 강약이나 고저 없이 그저 조용하게 흘러가는 듯한 이 이야기는 그보다 더 조용하게 읽는 이의 마음에 스민다.

이야기의 주요 무대가 되는 장미 별장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해 보이는 작은 건물이었는데 그만큼이나 소박해 보이는 장미 할머니가 그곳에 살고 있다. 장미 별장의 주인인 장미 할머니는 그림으로만 보기에는 그저 무뚝뚝해 보이고 별반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심심해 보이는 듯한 노인이었다. 그저 가끔씩 자신의 집을 찾는 상처입은 존재들을 다독여줄 뿐, 그나마 그들은 상처가 나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는 존재들이다.

할머니는 그렇게 혼자서 사는 분이기에 무척이나 외로웠을 터이고 그 외로움이 더 사무치는 것은 그렇게 필요에 의해서만 의지하는 스쳐지나는 바람과도 같은 존재들과의 이별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그런 존재들 때문에 외로움은 더하고 마음에 상처도 입었으련만… 할머니는 항상 자신에게 오는 모든 존재들에게 조건없는 사랑을 내어준다.

어느 추운 겨울날 할머니의 집을 찾아온 떠돌이 쥐 쌀톨이에게도… 원래도 쿵쾅쿵쾅 걷는 버릇 때문에 쥐를 잘 못 잡았었지만 이제 나이까지 많아서 갈 곳 없는 뚱이에게도 사랑을 베푸는 할머니.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렇듯 이 책의 결말도 그런 할머니의 사랑을 받은 존재들이 그 은혜를 갚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간 책의 끝에는 자신들의 곁을 떠나버린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뚱이와 쌀톨이의 슬픈 뒷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진심으로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기나긴 눈물을 흘리는 뚱이와 쌀톨이의 등이 어떤 장면 보다도 더 가슴이 뭉클해 지는 것은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것 만으로도 할머니에 대한 사랑의 보답이 되어줄 수 있다는 소박한 진실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장미들의 색은 흰색. 백장미의 꽃말은 순수. 그 장미들만큼이나 순수하고 정많은 장미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할머니의 사람이 남긴 것은 ‘사랑’ 이라는 이름의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무형의 보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서로 싸우는 존재였을 쥐 쌀톨이와 고양이 뚱이가 서로 나란히 앉아서 함께 할머니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이 할머니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최고의 보답이 아니었을까 한다.

누군가는 생각한다. 내가 무언가를 베풀면 그 사람도 무언가를 해주겠지… 라는 약간의 욕심이 가미된 사랑이 나는 나쁘다고만은 생각지 않지만 이렇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는 이런 사랑이야말로 힘든 세상을 다시금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큰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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