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별장의 쥐
왕이메이 글, 천웨이 외 그림, 황선영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읽기 시작한 그림책이었다. 눈을 빼앗긴 것은 그저 아름다운 그림 때문이었고, 글자들은 꼭 그 그림에 녹아들 듯 조용히 들어서 있었기에 처음에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조금 더 가슴 찡~한 느낌이 왔던 듯 싶다. 강약이나 고저 없이 그저 조용하게 흘러가는 듯한 이 이야기는 그보다 더 조용하게 읽는 이의 마음에 스민다.

이야기의 주요 무대가 되는 장미 별장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해 보이는 작은 건물이었는데 그만큼이나 소박해 보이는 장미 할머니가 그곳에 살고 있다. 장미 별장의 주인인 장미 할머니는 그림으로만 보기에는 그저 무뚝뚝해 보이고 별반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심심해 보이는 듯한 노인이었다. 그저 가끔씩 자신의 집을 찾는 상처입은 존재들을 다독여줄 뿐, 그나마 그들은 상처가 나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는 존재들이다.

할머니는 그렇게 혼자서 사는 분이기에 무척이나 외로웠을 터이고 그 외로움이 더 사무치는 것은 그렇게 필요에 의해서만 의지하는 스쳐지나는 바람과도 같은 존재들과의 이별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그런 존재들 때문에 외로움은 더하고 마음에 상처도 입었으련만… 할머니는 항상 자신에게 오는 모든 존재들에게 조건없는 사랑을 내어준다.

어느 추운 겨울날 할머니의 집을 찾아온 떠돌이 쥐 쌀톨이에게도… 원래도 쿵쾅쿵쾅 걷는 버릇 때문에 쥐를 잘 못 잡았었지만 이제 나이까지 많아서 갈 곳 없는 뚱이에게도 사랑을 베푸는 할머니.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렇듯 이 책의 결말도 그런 할머니의 사랑을 받은 존재들이 그 은혜를 갚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간 책의 끝에는 자신들의 곁을 떠나버린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뚱이와 쌀톨이의 슬픈 뒷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진심으로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기나긴 눈물을 흘리는 뚱이와 쌀톨이의 등이 어떤 장면 보다도 더 가슴이 뭉클해 지는 것은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것 만으로도 할머니에 대한 사랑의 보답이 되어줄 수 있다는 소박한 진실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장미들의 색은 흰색. 백장미의 꽃말은 순수. 그 장미들만큼이나 순수하고 정많은 장미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할머니의 사람이 남긴 것은 ‘사랑’ 이라는 이름의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무형의 보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서로 싸우는 존재였을 쥐 쌀톨이와 고양이 뚱이가 서로 나란히 앉아서 함께 할머니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이 할머니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최고의 보답이 아니었을까 한다.

누군가는 생각한다. 내가 무언가를 베풀면 그 사람도 무언가를 해주겠지… 라는 약간의 욕심이 가미된 사랑이 나는 나쁘다고만은 생각지 않지만 이렇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는 이런 사랑이야말로 힘든 세상을 다시금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큰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