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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큼 땅만큼 무서웠어요 ㅣ 작은책방 그림책나라 33
메라 버그만 지음, 윤지영 옮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하늘만큼 땅만큼 무서웠어요’ 라는 제목이 아주 특이했다.
내가 하늘만큼 땅만큼 무서웠던 때가 언제였더라…? 어렸을 때는 무서운 것도 참 많았었는데 크고 나니 시시해진 것들도 참 많네.
책을 펼치니 맨홀의 뚜껑이 열려 있는 그림이 먼저 보인다.
어, 저기로 악어가 나오겠는걸~ 하고 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버릇처럼 맨 마지막 페이지를 먼저 봤다.
그런데 맨홀 구멍 속에 악어의 꼬리만 보인다. 도망가는 건가?
맨홀의 구멍에서 악어가 나와서 아이들만 있는 집안에 들어온다. 악어라니…우리 나라에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오들오들 떨면서 ‘하늘만큼 땅만큼 무서웠어’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심정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필 어른이 한 명도 없을 때 저런 일이 벌어지다니…문을 부수고 피아노를 씹어버리면서 아이들을 쫓는 악어와 연신 ‘하늘만큼 땅만큼 무서웠어’라고 외치며 도망 다니는 아이들…
우리 공주님을 무릎에 앉히고 읽어주는데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는 ‘하늘만큼 땅만큼 무서웠어’라는 말을 크게 외쳐주니 껄껄껄 하고 웃는다.
문장이 단순하고 음율이 있어서 읽어주는 나도 신나고, 듣는 우리 공주님도 신이 난다.
드디어 클라이막스…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고 악어는 점점 다가온다.
그림으로도 점점 다가오는 악어의 모습이 확하고 보여져서 다음 장면이 너무나 궁금했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고…푸하핫~ 하고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덕분에 우리 공주님은 어리둥절하고 웃느라 정신이 없어서 잠시 동안 읽어주지도 못했다.
항상 악어에 비해서 조그맣게 표현 되던 아이들이 갑자기 커다랗게 표현되면서 악어에게 소리지르는 장면…그 커다란 악어가 무진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만큼 땅만큼 무서웠어’라고 말하며 도망가 버린다.
애기들 동화에 이런 유쾌한 반전이라니~ 한참을 웃고 나서 공주님에게 처음부터 다시 읽어줬다.
작가는 너무 무서워만 하지 말고 맞서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는가 보다.
우리 공주님에게 도망칠 수 없다면 저 아이들처럼 용기를 내서 맞서 싸워보라고 얘기해 줄 수 있는 재미있고 유용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