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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클럽
그레그 마리노비치, 주앙 실바 지음, 김성민 옮김 / 월간사진출판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나도 사진을 찍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프로라고 하기에는 사진학과를 나온 것도 사진을 엄청나게 잘 찍는 것도 사진집을 내거나 사진전시회를 거창하게 한 적도 없다. 매일매일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다.
난... 다만 프로다큐멘터리 사진가가 되고 싶은 아마추어 사진가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아직까지는.
재작년으로 기억하는 겨울 어느 날, 눈이 엄청 많이 오던 그 날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사진을 같이 공부하는 여러 사람들과 영화 뱅뱅클럽을 보았다.
그 날 같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뱅뱅클럽 멤버들의 삶이 부럽다고,
자신도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였다.
(그 영화를 보았던 사람들 중에는 조선일보 사진기자도 있었고, 스튜디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저 사람들이 느낀 고통을 얼마만큼 견딜 수 있을것인가. 그리고 내 옆에서 전쟁터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이 사람들이 전쟁의 찬혹함을, 현장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울분과 분노를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 나는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한 지 얼마안된 상태였고, 집회현장에서의 경찰의 폭력에 노출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내가 저 뱅뱅클럽의 일원이라면... 동료가 둘이나 죽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나는 사진을 계속 찍을 것인가 아니면 삶에 남겨진 두 사람처럼 다른 일을 찾아 떠날 것인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이 책이 출판되는 2년이라는 시간 만큼 나에게 새로운 일이 생겼다.
여전히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한 편, 유기견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단순한 취미생활로써의 사진이 아닌 제대로 된(아직은 어설프지만)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했다.
전쟁터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느끼는 고통이 얼마나 큰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유기견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는 고통은 정말 엄청나다.
유기견 보호소에 버려지는 개가 받는 고통과 스트레스가 나에게 가감없이 전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공격하는 개들, 그 안에서 심각하게 다친 개를 병원으로 옯기고...
어느 날은 내가 살아있는 생명의 죽음을 안락사를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고, 사진으로 찍어야만 했다.
내 품에서 2달짜리 강아지가 백신쇼크로 죽어갔다.
뱅뱅클럽은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모른다.
영화를 봤고 책을 읽었지만 단지 화면으로 텍스트에 적혀있는 것 만으로는 감정을 알 수 없다.
사람이기에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 충격. 백인의 삶과 흑인의 삶의 골.
백인을 절대 알 수 없는 아파르트헤이트 흑인의 고통과 분노, 화.
죽은 사람을 찍을 때 느껴야했던 죄책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그 모든 것을 어떻게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책을 읽었으니까? 영화를 봤으니까?
너무나 힘이 들어 마약을 하고 술을 마시고 쉽게 나약해졌던 뱅뱅클럽.
단순히 그들이 찍은 사진이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전 세계 사람들의 감정적 동요를 일으켰기 때문에 그들이 멋찐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당신들처럼 되고 싶다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 목숨을 담보로 찍은 사진이고, 자신의 목숨 뿐만 아니라 자신 앞에서 죽어버린 사람의 목숨까지 담보로 잡아가면 찍은 사진이라는거.
그 때문에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고, 동료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자책을 하면서 살아가는 평생을 어떻게 견딜 수 있나?
난 이 사람들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내 주위의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고, 내 앞에서 내 품에서 살아있는 개가 죽었기 때문이다.
뱅뱅클럽 일원의 고통과 나의 고통이 쌍둥이의 유전자처럼 같을 수는 없지만 비슷할 수는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일어나는 감정의 동요때문에 힘들었다. 이 사람에게 찬사를 보내는 당신들을 난 이해할 수가 없다. 난... 뱅뱅클럽이 너무나 힘들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