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머문 자리에서 - 두 개의 지도, 하나의 인생
이상호 지음 / 인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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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머문 자리에서 / 이상호 지음

경험의 지도 위에서 저는 언제나 드러나지 않는 작은 균열을 포착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독서의 지도는 저를 깊은 사유의 숲으로 이끌었습니다. 동서양 고전의 철학자와 사상가, 시인과 현인들의 목소리가 저에게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이자 길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 저자 서문 중에서

누군가는 경험이 최고의 스승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독서가 가장 빠른 배움의 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느 하나만으로는 삶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경험만으로는 시야가 좁아질 수 있고, 독서만으로는 현실 감각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저자의 <생각이 머문 자리에서>는 이러한 두 영역을조화롭게 연결하며 삶을 더욱는 청년부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중장년층,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노년층까지 누구라도 꼭 필요한 삶의 지혜를 담고 있었다.

월급의 10%로 산 책 한 권 그리고 그 책을 제대로 소화하려 하루 2시간씩 시간을 들이면, 내 안에 전혀 새로운 지식과 관점이 들어옵니다. 이렇게 쌓인 배움은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지고, 성장한 나 자신은 더 좋은 기회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듭니다. 41쪽

이 책을 읽기 전 <CEO의 다이어리>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지식’을 먼저 쌓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지식을 축적하고 역량을 기르는 순서를 건너뛰거나 뒤바꾸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다. 마침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독서의 기술>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었는데, <생각이 머문 자리에서』>역시 같은 가치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그동안 읽어 왔던 책들의 내용이 이 한 권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경험을 해석하는 힘을 길러 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나를 위한 성장에 필요한 덕목뿐 아니라 관계에 대한 조언도 특히 유익했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는 단순히 타인과의 관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한계와 울타리에 갇히지 않는 삶의 태도까지 포함한다. 저자는 비단잉어를 예로 들며,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사람 역시 자신이 속한 환경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향에 따라 성장의 속도와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강연과 다양한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어렵지 않은 사례와 자신의 경험을 더해 독자가 쉽게 공감하도록 풀어낸다.

법륜 스님은 “베풀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하면 누구와 해도 괜찮지만, 덕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결혼하면 백 명 중 골라도 잘못 고른다”고 말했습니다. 96쪽

이 책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철학자와 사상가, 종교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의 명언과 좋은 글귀를 적재적소에 소개한다는 점이다. 위의 발췌문 역시 결혼을 조건이나 이해관계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특히 관계를 ‘난로’에 비유한 부분과 결혼은 탐정이 되어 상대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과정이 아니라 동반자가 되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라는 표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자기계발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면 저자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삶의 태도’로 독자를 이끈다. 후회와 미련 속에 머물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의 중요성을 여러 일화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또한 침묵해야 할 순간과 반드시 목소리를 내야 할 순간을 구분하는 기준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하는데, 최근 사회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침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진정한 지혜란, 침묵과 말하기라는 두 줄의 현을 어떻게 조화롭게 켜느냐에 있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매일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나의 침묵은 성찰을 위한 지혜인가, 아니면 외면을 위한 비겁인가.“ 195쪽

읽는 내내 화려한 문장보다 오래 남는 것은 결국 삶에서 길어 올린 경험과 꾸준한 독서에서 비롯된 통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무엇을 더 가져야 하는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만든다. 경험과 사유를 하나의 지도로 연결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생각이머문자리에서 #독서 #사유 #이상호 #서평 @inbook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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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 - 지친 영혼을 위한 동심 처방 ㅣ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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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 / 이서희 지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마음을 계속해 뒤로 미루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첫 줄 부터 어쩜 이렇게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렇게 미루고 미뤄둔 마음을 동화를 통해 꺼내볼 수 있었던 경험을 전달해준다. 그래서 소소한 것에 기쁨을 느끼고 그렇게 작고 여린 것에도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깨닫게 만든다. 총 다섯 개의 ‘마음의 장’으로 구성된 내용 중에서 몇 편을 골라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첫 번째 장에서는 키플링의 ‘정글북’이다. 아주 어렸을 때 그림책과 만화로 보았을 때는 모글리를 지키는 늑대들의 선한 모습에 매료되었다가 어른이 된 이후에는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제국주의라는 타이틀이 먼저 떠오르면서 어릴 때 느꼈던 동물과 인간의 차이가 동서양 혹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모습으로 보여 덮어 두었던 책이었다.

007 다른 늑대들은 널 똑바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널 미워해. 넌 영리하거든.
네가 늑대 발에서 가시를 뽑아 줄 수 있기 때문에, 네가 인간이기 때문에 미워하는 거야.

008 용감한 마음과 공손한 혀, 그게 있으면 정글을 헤치고 어디라도 갈 수 있지.

최근 드라마를 보며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주된 이유도 결국 상대가 나보다 강한 상대를 수용할 수 없는 악한 이들이 모여 상대가 날개를 펼치지 못하도록 아예 꺾어버리려고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저자의 안내대로 정글북을 읽다보면 어느새 내가 마주하게 될 거친 시련을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애니메이션 <추억의 마니>로 접했던 조앤 G. 로빈슨의 ‘거기 마니가 있었다’로 부모가 사고로 모두 돌아가시고 양부모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안나, 그리고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게 하는 마니가 등장한다.

007 안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돈을 받고 맡겨진 존재처럼 느꼈던 일도, 자신이 남들과 다르게 취급받는다고 느꼈던 일도,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던 사람들도, 심지어 가장 친한 첫 친구였던 마니에 대해서도, 그런데 이제 마니는 가버렸다!

어른이 되어 모든 기억이 흐릿해졌지만 마음의 자욱을 남긴 사건이나 추억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존재한다. 안나의 상황과는 다를지라도 내게도 분명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내 마음과 같은 동화 속 인물을 통해 지금 AI에게 털어놓는 방식과는 다른 차원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006 아, 내가 그 아이를 용서해서 정말 다행이야. 설령 그 아이가 진짜가 아니었다 해도, 정말 다행이야.

세 번째 장에서는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공녀>. 이 동화는 마흔 넘어 한 밤에 정말 읽고서 위로받았던 작품이라 저자가 발췌한 문장 모두가 나 또한 밑줄을 그었던 기억이 난다.

008 어떤 일이 일어나도 한 가지는 달라지지 않아.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도 공주가 되려면 마음으로부터 공주가 되면 돼. 황금 옷을 차려입고 공주가 되는 건 쉬운 일이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공주처럼 행동하는 게 훨씬 더 대단해.

마침 위의 이야기와 대구처럼 등장하는 그림책이 있는데 로버트 먼치의 <종이 봉지 공주>다. 그림책강의를 나갈 때 꼭 한번 씩 떠올리게 되는 작품으로 페미니즘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위의 소공녀에서 마주한 맥락으로 접근하는 것이 내게는 더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그런데 동굴에 있던 로널드 왕자는 공주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왕자를 구하기 위해 종이 봉지만 뒤집어쓰고 달려온 공주가 ‘공주답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200쪽

드레스를 입지 않은 공주의 외적인 것만 보던 왕자의 모습을 보며 SNS에서 올라온 글 중 정장을 입지 않은 졸업생의 부모를 문전박대 한 교장에게 악수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문을 열고 나온 졸업생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녀의 학업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부모의 헌신을 보지 못한 교장의 모습이 왕자가 꼭 닮아보인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남아 있는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은 당신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놓치고 있던 기준을 다시 보여주는 표식일지도 모릅니다. 226쪽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나 또한 외적인 것에 그리고, 편을 가르고 있었던 적은 없었는지 혹은 그런 경험으로 상처받았다면 잘 극복해왔는지 등을 생각하며 #어쩌면동화는어른을위한것2 서평을 마친다. #동화 #위로 #이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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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기로 했다 - 상처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 근력 수업
이현재 지음 / 부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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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기로 했다 / 이현재 / 부키 / 2026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현재의 <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기로 했다>는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위로만 건네는 책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힘을 회복하도록 돕는 책이다.
우선 자기자비와 자기연민을 구분해야 하는데 상처 입은 나를 따뜻하게 돌보는 자기자비는 회복을 위한 힘이 되지만, 스스로를 불쌍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 감정 속에 머무는 자기연민은 결국 삶을 멈추게 만든다는 설명은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피해자가 되는 순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경험이 평생의 정체성이 되어 버리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게 된다. 책에서 말하듯 ’내가 피해자였던 시간‘과 ’계속 피해자로 머물려는 마음‘을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현타는 실망스러운 현실에 대한 한탄이 아니라 지금 이 지점을 점검해보라는 ‘알람’에 가깝다. 86쪽

✅ ”조금만 더 생각해볼게요“라는 말은 때때로 ”상처받기 싫어서 아무것도 안 할래요“라는 말의 다른 이름이다. 생각은 나를 멈추게 하는 핑계가 아니라 다시 움직이기 위한 짧은 점검이어야 한다. 140쪽

또 하나 공감했던 부분은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저자는 ’이번 생은 망했다‘가 아니라 ’이번 면접에서 떨어졌다‘, ’이번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처럼 사실만 적어 보라고 말한다. 우리는 하나의 실패를 인생 전체의 실패로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현재의 상황만 바라보면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다음 선택을 준비할 수 있다. 이는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때도 매우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한 번의 실수나 실패를 아이 자체에 대한 평가로 연결하지 않는 것처럼, 부모인 나 역시 나의 실패를 인생 전체로 일반화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특히 운동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읽다 보니 독서가 필요한 이유와 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는 생각의 방향을 바로잡고 마음의 근육을 키워 준다면, 운동은 몸을 움직이며 감정을 견딜 수 있는 신체적 기반을 만들어 준다. 둘 다 인생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더 깊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 주는 힘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었다. 결국 건강한 사고도, 건강한 감정도 몸이라는 토대 위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저자가 강조한 기본의 힘이다. 제시간에 먹고, 자고, 움직이는 일은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소홀히 여기기 쉽다. 하지만 삶이 흔들릴수록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도 이러한 기본이다. 회복은 거창한 결심이나 특별한 방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식사를 챙기고 잠을 자고 몸을 움직이는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말이 특히 와닿았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충분히 흔들릴 수 있고, 지칠 수 있으며, 넘어질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대신 중요한 것은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회복탄력성은 강철 같은 멘탈이 아니라 계속해서 자신을 조정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능력이라는 저자의 말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부모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나 역시 회복탄력성을 매일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잘 살아가는 사람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고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사람이라는 이 책의 메시지는 앞으로도 오래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넘어진만큼만아파하기로했다 #이현재 #심리학 #마음치유 #북스타그램 @bookie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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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이야기 ㅣ 이야기의 낮과 밤 1
알베르 카뮈 외 지음, 이재경 외 옮김 / 유선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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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야기 / 유선사

정원을 거닐며 만발한 꽃을 보며 상념을 덜거나 더할수도 있고, 태양아래 땀을 흘리며 가드닝을 통해 지속되는 생명에 대해, 순환의 관한 연구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혼자 혹은 함께 공유하며 지금에 안도할 수도 있고 눈물흘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문인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떠올렸을까, 어떤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냈을지 앉아서 하는 독서를 통해 식물의 종류만큼 풍성한 정원을 거닐어 볼 수 있는 <정원이야기>. 단행본으로 먼저 읽었던 몇 편을 제외하고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문장들을 중심으로 서평을 적어본다.

몇 걸음 내딛자 쑥 향기가 목을 가득 채운다. 폐허는 눈 닿는 곳 어디에나 쑥의 잿빛 솜털로 뒤덮였다. 열기에 진액이 발효되고 태양 아래 세상의 대지에서는 알코올 기운이 풍성하게 솟아올라 하늘을 뒤흔든다. 우리는 사랑과 욕망을 향해 걸어간다. 교훈을 찾지 않고, 사람들이 위대함을 갈구하는 씁쓸한 철학도 좇지 않는다. / 알베르 카뮈의 티파사에서의 결혼 중에서.

정원을 거닐면서 완벽하게 자연과 동화되거나 경외심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별다른 코멘트없이 잘 가꾸어진 정원 화보집을 펼쳐보고 때로는 선물하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위에 언급된 작품에서는 정원의 그 좋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혹은 알지못하는게 ‘어리석은’것이라고도 말한다. 어쩌면 침묵과 자연의 힘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격하게 공감하고 힘을 싣고 싶은 부분인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는 짧은 소설에서 엄중함과 동시에 ‘빛’이 잠시 머무는 순간들을 맛보게 되었다. 태어나보니 누군가는 ‘아가씨’로 불리고 또 다른이는 그렇게 불러야하는 시대가 있었다. 호칭은 계급에서, 그 계급이라는 것은 가장 신성해야 할 죽음앞에서도 너무나 견고하게 버티고 서있다.

“어머니, 사람이 죽었대요.” 로라가 입을 뗐다.
“우리 정원에선 아니겠지?” 어머니가 말을 가로막았다. 51쪽

‘아니겠지?’부분이 볼드체로 강조되어 있었다. 내 정원만 아니면 안타깝게 사람이 죽어도 ‘파티’는 이어진다. 그 파티는 ‘평생 한 번쯤 칸나백합을 실컷 가져보고’싶은 열망을 이룬 파티이기도 했다. 파티 준비를 위해 악단이 오고, 15가지 종류의 샌드위치가 만들어지는 설레임에 한껏 부풀다가 저 대화를 전후로 그 빛이 사그라들었다. ‘인생이란 건…(65쪽)’ 정말 무엇일까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정원에서도 꽃을 향해 뻗었던 손을 순식간에 다시 오므리게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처럼 이번에는 나무들의 대화를 그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새잎이 돋는 정원>의 일부를 가져왔다.

잣밤나무 나도 슬슬 싹을 틔어보실까요. 싹에 살짝 잿빛이 도는데.
대나무 난 아직 황달이에요…..
파초 이런, 이 초록색 등갓이 바람에 꺾일 뻔했네. (…)

선인장 마음대로들 해. 내 알 바 아니야. (…)

이끼 아직 안 일어났어?
돌 응, 조금만 더.

나무들과 선인장 그리고 이끼와 돌의 대화가 인간의 시선에는 너무나 찰떡이라 피식 웃음이 났다. 전반적인 내용을 떠나서 또 한 번 웃음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키의 <때때로 정원>의 다음 내용이었다.

평범한 고양이들이면 제가 그렇게까지 반대하지 않겠는데, 우리 정원에서 채식주의 고양이 회합이 열리는 건 정말이지 짜증나요. 채식주의자들이 틀림없다니까요. 스위트피 묘목에는 온갖 분탕질을 치면서 참새는 털끝도 안 건드리는 것 같거든요. 138쪽

정원에 드나드는 채식주의자 고양이들 덕분에 튤립 화단에는 튤립은 피지 않는다. 화자의 말처럼 차라리 ‘사슴이나 기린’을 기를 수 있을 만큼 정원이 넓었다면 핑계를 댈 수 있었을거란 부분도 납득이되었다. 정원에서 무엇을 기대하든 아니면 전혀 기대없이 그저 거닐고픈 그 마음하나로 펼쳐보든 <정원이야기>에서 만나지 못할 감성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곧 올리게 될 <고독이야기>까지 어쩜 이렇게 맘에 드는 내용들을 골라골라 엮었는지 #유선사 출판사와 역자 #이재경 #박경리 두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정원이야기 #고독이야기 @yuseon_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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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왈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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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네르 베르베르 / 영혼의 왈츠 2 / 열린책들

이 시대 사람들은 사냥을 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전쟁에 나가 싸우는 데 대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거나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일깨우려고 애쓰지는 않죠. 92쪽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백성들을 무지와 미신과 공포 속에 가둬놨죠 .이 세 가지는 유약한 정신을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에요. 93쪽

영혼의 왈츠 1권에서 외제니가 내면 여행을 통해 전생으로 가게 된 배경과 현실과 전생을 오가며 겪는 내용에 흥미를 느꼈다면 2권에는 좀 더 진지한 내용과 상념으로 가득차 읽었다. 그래서인지 다 읽고나서 다시금 되돌아와서 ‘이 시대의 사람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1권에서 언급한 ‘유전 25퍼센트, 카르마 25퍼세트, 자유 의지 50퍼센트(1권 및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참조)’를 가지고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끌려다니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외제니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전생에서도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삶을 살아가기 보다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다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싯다르타’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가보는 것일세.
방법을 가르쳐 주겠나?
정신의 여행이 그 방법인데, 나는 명상을 이용하네.
그 명상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193쪽

위의 대화는 피타고라스가 아카샤도서관에 대해 싯다르타에게 묻는 장면으로 외제니처럼 내면 체험을 통해 직접 가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나는 상황으로 직접 가본다고 해도 얼만큼 이해를 하고 올 수 있을까 싶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특히 2권에서는 1권과 달리 ‘시간 건너띄기’를 통해 한 장면을 집중적으로 그리기 보다는 인류가 문명을 어떻게 일으키고 무엇에 의해 멸망하는지를 속도감있게 보여준다. 나의 무지보다 더 위험한 것은 지나친 탐욕과 호기심이라는 것도 빼놓을 수 없었다. 동시에 권력에 의해 쓰여진 지금의 역사와 실제와 얼마나 다를까 생각하니 더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졌다. 이야기의 끝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1권을 읽고 바로 2권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외제니를 통해 우리는 기원전 네안데르탈인의 삶을 생상하게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자와 언어가 과연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중한 고민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영혼의 무게를 잴 때 과연 나는 어디즘에 해당될지를 떠올리다보면 소설을 통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아마도 <영혼의 왈츠>에서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적극 추천한다. 특히 집사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천사가 되면 세 명의 인간을 맡아 다섯 가지 수단을 매개로 그들의 진화를 도와주게 돼요. 다섯 가지 수단이라 함은 직관, 징표, 영매, 꿈 그리고 고양이를 말하죠.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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