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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이야기 ㅣ 이야기의 낮과 밤 1
알베르 카뮈 외 지음, 이재경 외 옮김 / 유선사 / 2026년 6월
평점 :
정원이야기 / 유선사
정원을 거닐며 만발한 꽃을 보며 상념을 덜거나 더할수도 있고, 태양아래 땀을 흘리며 가드닝을 통해 지속되는 생명에 대해, 순환의 관한 연구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혼자 혹은 함께 공유하며 지금에 안도할 수도 있고 눈물흘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문인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떠올렸을까, 어떤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냈을지 앉아서 하는 독서를 통해 식물의 종류만큼 풍성한 정원을 거닐어 볼 수 있는 <정원이야기>. 단행본으로 먼저 읽었던 몇 편을 제외하고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문장들을 중심으로 서평을 적어본다.
몇 걸음 내딛자 쑥 향기가 목을 가득 채운다. 폐허는 눈 닿는 곳 어디에나 쑥의 잿빛 솜털로 뒤덮였다. 열기에 진액이 발효되고 태양 아래 세상의 대지에서는 알코올 기운이 풍성하게 솟아올라 하늘을 뒤흔든다. 우리는 사랑과 욕망을 향해 걸어간다. 교훈을 찾지 않고, 사람들이 위대함을 갈구하는 씁쓸한 철학도 좇지 않는다. / 알베르 카뮈의 티파사에서의 결혼 중에서.
정원을 거닐면서 완벽하게 자연과 동화되거나 경외심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별다른 코멘트없이 잘 가꾸어진 정원 화보집을 펼쳐보고 때로는 선물하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위에 언급된 작품에서는 정원의 그 좋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혹은 알지못하는게 ‘어리석은’것이라고도 말한다. 어쩌면 침묵과 자연의 힘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격하게 공감하고 힘을 싣고 싶은 부분인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는 짧은 소설에서 엄중함과 동시에 ‘빛’이 잠시 머무는 순간들을 맛보게 되었다. 태어나보니 누군가는 ‘아가씨’로 불리고 또 다른이는 그렇게 불러야하는 시대가 있었다. 호칭은 계급에서, 그 계급이라는 것은 가장 신성해야 할 죽음앞에서도 너무나 견고하게 버티고 서있다.
“어머니, 사람이 죽었대요.” 로라가 입을 뗐다.
“우리 정원에선 아니겠지?” 어머니가 말을 가로막았다. 51쪽
‘아니겠지?’부분이 볼드체로 강조되어 있었다. 내 정원만 아니면 안타깝게 사람이 죽어도 ‘파티’는 이어진다. 그 파티는 ‘평생 한 번쯤 칸나백합을 실컷 가져보고’싶은 열망을 이룬 파티이기도 했다. 파티 준비를 위해 악단이 오고, 15가지 종류의 샌드위치가 만들어지는 설레임에 한껏 부풀다가 저 대화를 전후로 그 빛이 사그라들었다. ‘인생이란 건…(65쪽)’ 정말 무엇일까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정원에서도 꽃을 향해 뻗었던 손을 순식간에 다시 오므리게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처럼 이번에는 나무들의 대화를 그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새잎이 돋는 정원>의 일부를 가져왔다.
잣밤나무 나도 슬슬 싹을 틔어보실까요. 싹에 살짝 잿빛이 도는데.
대나무 난 아직 황달이에요…..
파초 이런, 이 초록색 등갓이 바람에 꺾일 뻔했네. (…)
선인장 마음대로들 해. 내 알 바 아니야. (…)
이끼 아직 안 일어났어?
돌 응, 조금만 더.
나무들과 선인장 그리고 이끼와 돌의 대화가 인간의 시선에는 너무나 찰떡이라 피식 웃음이 났다. 전반적인 내용을 떠나서 또 한 번 웃음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키의 <때때로 정원>의 다음 내용이었다.
평범한 고양이들이면 제가 그렇게까지 반대하지 않겠는데, 우리 정원에서 채식주의 고양이 회합이 열리는 건 정말이지 짜증나요. 채식주의자들이 틀림없다니까요. 스위트피 묘목에는 온갖 분탕질을 치면서 참새는 털끝도 안 건드리는 것 같거든요. 138쪽
정원에 드나드는 채식주의자 고양이들 덕분에 튤립 화단에는 튤립은 피지 않는다. 화자의 말처럼 차라리 ‘사슴이나 기린’을 기를 수 있을 만큼 정원이 넓었다면 핑계를 댈 수 있었을거란 부분도 납득이되었다. 정원에서 무엇을 기대하든 아니면 전혀 기대없이 그저 거닐고픈 그 마음하나로 펼쳐보든 <정원이야기>에서 만나지 못할 감성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곧 올리게 될 <고독이야기>까지 어쩜 이렇게 맘에 드는 내용들을 골라골라 엮었는지 #유선사 출판사와 역자 #이재경 #박경리 두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정원이야기 #고독이야기 @yuseon_s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