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대에 피아노가 떨어졌다 - 시공간을 공명한 천문학자×음악가의 우주적 평행이론
지웅배.김록운.천윤수 지음 / 롤러코스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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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연주하는 특별한 기술은 없다. 올바른 음을 정확하게 건드리면 악기가 스스로 연주할 뿐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57쪽)


<천문대에 피아노가 떨어졌다>는 잘 알려진 천문학자들과 음악가들을 각각 조율, 변주, 불협화음 그리고 공명이란 주제로 탐색해본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함께 ‘조율’ 이란 주제로 등장하는 인물은 다름아닌 ‘케플러’다. 바흐는 잘 알려진 것처럼 지금 우리가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음악을 있게 해준 사람, 그야말로 아버지 격인 사람으로 오랜시간 교회음악을 작곡한 사람이기도 하다. 케플러 역시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으며 신의 의도와 설계를 다름아닌 하늘에서 찾으려 했던 사람이다. 바흐가 음악을 하늘로 보냈듯이 케플러 역시 땅을 위한 도구였던 망원경을 제일 처음 하늘로 향하게 방향을 바꾼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가하면 스릴러 소설에서 마주할 법한 공통점도 있는데 이는 곧 이 책을 읽게 될 분들을 위해 비밀로 남겨두겠다. 맨 위에 발췌문을 서평 시작으로 둔 이유는 ‘올바른 음을 정확하게’라는 표현에서 이미 음악이 ‘수학적’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문장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변주편에서 갈릴레이와 드뷔시편은 한층 더 흥미진진한 비교로 출발한다.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던 드뷔시의 반전 인성이 이 책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역시나 2부도 결코 지루하지 않다. 특히 갈릴레이의 아버지, 그가 누구였냐면 1부에서 등장했던 음악에서 평균율을 찾아낸 ‘빈센초 갈릴레이’다. 갈릴레이는 달의 표면이 결코 매끄럽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이기도 정설이었던 무거울수록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이 틀렸다는 것을 밝힌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잘 알려진 것처럼 교황청의 반대로 인해 제대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다음의 말을 통해 학자로서의 자신의 의견을 결코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경은 천국이 가는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110-111쪽)

안타깝게도 갈릴레이의 시련은 죽을 때까지 이어져 장례식조차 치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한 제자들이 나중에 제대로 된 무덤으로 옮길 당시 손가락 뼈 몇개를 훔치는 일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과 예술의 혁명은 언제나 손가락에서 시작됐다.’는 말이 상징적으로 다가왔다. 갈릴레이와 함께 등장한 드뷔시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은 숨겨졌던 그의 인성을 알아버려서 정도로 마무리 하고 싶다. 3부 불협화음은 음악을 떠올렸을 때 결코 놓칠 수 없는 쇤베르크가 등장한다. 천문학자는 하이젠베르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별빛을 통해 핵융합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한스베테까지. 앞의 1, 2부도 흥미로웠지만 3부는 같은 상황 다른 선택이라는 지점에서 쇤베르크와 하이젠베르크의 상황에 깊게 빠져들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새로운 위협 앞에서 떠나는 대신, 조국에 남아 나치정권과 타협하는 길을 선택했다. 선구적 물리학자들이 연이어 독일을 떠나면서 과학이 무너지고 있었기에 그 잔해 속에서 독일 물리학을 지키고자 홀로 남았던 것이다. 그의 선택은 단순한 충성이 아니었다. 조국의 학문적 유산을 보호하려는 고뇌 어린 결단이었다. 161쪽


물론 저자의 말처럼 하이젠베르크의 속내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며 외로움을 자신의 자화상에 담아낸 쇤베르크의 이야기도 꼭 언급하고 싶었다. 사실 쇤베르크를 떠올렸을 때 ‘아름다움’ 보다는 ‘난해함’, 작곡자인 쇤베르크 뿐 아니라 그의 음악을 추종하는 이들의 진짜 속마음이 궁금해질 정도였다. 책에서도 등장하는 것처럼 백남준의 졸업 논문이 쇤베르크였고, 그와 관련된 작품이 존재할 만큼 그의 작품을 해설하며 쇤베르크의 작품을 지나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쇤베르크 뿐 아니라 드뷔시 그리고 베토벤 그리고 달까지 백남준의 세계에서 이들을 감상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권하고 싶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별자리를 헤아리고, 피아노 혹은 음표를 따라 전진하는 선율을 따라 마음을 헤아린다. 그러기 위해선 맨 처음 언급한 것처럼 ‘정확한 음’을 두드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삶이 어떠했고, 사랑과 최후마저 드라마틱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고뇌할지언정 멈추지 않았던 그 열정만큼은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남아있으리라 생각된다.


#우주클럽 #천문대에피아노가떨어졌다 #우주서평단 #롤러코스터출판사 #지웅배 #김록운 #천윤수 


@woojoos_story 우주 모집, 롤러코스터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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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쿠킹 다이어리 - 언제나 꺼내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영화 한 그릇
오토나쿨.박지완 지음 / 유선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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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무언가 먹으면서 보는 영화는 뭐 더 보태지 않아도 완벽하게 행복한 순간이다. <시네마 쿠킹 다이어리>. 쿠킹에 진심인 두 저자가 만났으니 읽기도 전에 이 책은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을것인가 기대가 컸다. 만약 결혼하지 않았다면, 책에 소개된 작품과 음식 조합 그대로를 한 장 한 장 음미하며 사진으로 남기는 호사를 누렸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책의 첫 시작은 영화 <걸어도 걸어도>와 소면이다. 미리 고백하자면 소개된 영화를 거의 다 봤지만 신기할 만큼 그 장면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오히려 냉소면은 안도 사쿠라 주연의 <어느 가족>이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데 그 영화를 보면서 가족과 식구라는 단어를 참 오래도록 떠올렸던 것 같다. <달콤한 인생>도 에스프레소? 가 등장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소개해준 가게와 동시에 김지운 감독님의 작품들을 다시 차근차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주 진하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그런가하면 몇 안되는 아직 못 본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와 콩나물 냉국 조합이라니. 콩나물 냉국은 개인적으로 계절과 상관없이 즐겨 먹는데 콩나물 자체를 좋아해서 그런것도 있다. 또 이야기 마다 레시피가 소개된다는 이야길 빼놓을 뻔 했다. 레시피를 보면서 기존에 내가 해먹던 방식이랑 무엇이 다른가 찾아보는 재미도 있는데 신기하게 콩나물국은 다른 누군가의 레시피를 참고한 적이 없었다. 아마 콩나물을 좋아해서 누가 끓여도 전부 다 맛있다고 느끼는 단순한 입맛이라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그 맛있었다는 콩나물국, 아마 독자들은 다들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다. 뭐 그래도 다들 하나씩은 있지 않은가. 전남친토스트 같은 추억이.

와! 이거 뭐야? 너무 맛있다! 어떻게 만든 거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절대 말 안해 줄거야. 넌 분명 나랑 헤어지고 나면 딴 여자에게 만들어줄 사람이니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나라는 동전의 뒷면을. 70쪽

음식과 영화이야기, 그리고 저자들의 일기를 읽다가 눈물을 글썽이게 된 순간도 당연히 있었다. 삼계탕. 삼계탕이 수프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제 수프하면 경양식 돈까스의 크림스(이건 스라고 적어야만 할 것 같다)프나 달달한 단호박수프가 아니라 삼계탕이 생각날 것 같다.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는 분들이 온전히 머물지 못할 만큼 세월이 흘렀는데 뭐 하나 달라진 것 없는 세상에 살아간다는 것이 참 씁쓸하게 느껴졌다.

양영희 감독의 영화 속에서 시간은 앞으로도 뒤로도 흘러가면서 섬세한 태피스트리를 짜는 것 같다. 그저 카메라로 찍어놓은 일련의 일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일들과 현재의 모습이 교차되는 과정에서 과객들은 인물의 인생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109쪽

전시장에서 작품해설을 하다보면 다큐영상을 소개해야 할 때가 많다. 그 영상들이 소재로 삼은 사건 혹은 내전은 나라도 대상도 전부 다르지만 안타깝게도 제대로된 진실규명이나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같았다.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그런 아픔을 놓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에술은 아무나하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도 분명 그런 맥락이 있기 때문에 내게는 소중하게 다가온다.

서평을 적다보니 저자들의 이야기를 잘 읽긴 했는데 이상하게 내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잘 차려진 한 권의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을까? 그것도 포트럭파트처럼 각자 준비해서.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된다. 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과 주제들로 가족과 함께 나누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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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5,000만 원 만들기 - 부업으로 시작해 퇴사까지, 돈 버는 실전 가이드
김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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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토어 #스마트스토어로월매출5000만원만들기 #김대영시크리스 #푸른향기 #도서협찬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5,000만 원 만들기

-부업으로 시작해 퇴사까지, 돈 버는 실전 가이드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 가장 필요한 사람은 그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보다는 차근차근 기초부터 시작해 성공한 자신의 경험을 내게도 알기 쉽게 전달하고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일 것이다. 만약 온라인 쇼핑몰, 특히 스마트스토어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5,000만 원 만들기>의 저자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저는 한 달 만에 천만 원을 벌 수 있다거나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단언하지 않습니다. (…)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성장해나간다면, 누구나 부업으로 시작해서. 퇴사까지 다가갈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5쪽


우선 스마트스토어에 판매자로 등록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먼저 해야한다. 사업자등록 없이 개인판매자로도 활동할 수 있지만 물건을 사기 위해 도매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어차피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하다. 오픈마켓이 다양한데 저자가 스마트스토어를 주력하는 까닭은 우선 초기에 세금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처음부터 여유로운 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보다는 이 책의 부제처럼 부업으로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판매초기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하다. 스마트스토어는 검색 기반이기 때문에 검색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판매전략 중 하나다. 특히 노출되는 썸네일의 경우 정해진 사항을 어겼을 때 제품이 아예 삭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해진 규칙내에서 주력 카테고리에 노출될 수 있도록 신경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주력 카테고리를 위해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이 판매하는 아보카도오일을 기준으로 50대, 영양제에 집착하기 보다는 평소 식사를 잘 챙기는 주부를 페르소나로 삼고, 그 대상에게는 반드시 자신의 상품을 팔리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얻으려고 하기 보다는 뚜렷하고 구체적인 대상을 겨냥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제품을 직접 생산 및 배송하면 좋겠지만 처음부터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 그래서 초반에는 위탁판매의 장점과 유의점을 알려준다. 특히 중국산 저가의 제품을 판매할 때 무조건 가격경쟁만 하려고 하면 당연히 힘들다. 저자의 경우 마스크줄을 판매할 때 개별포장 및 배송일을 최대한 줄였다고 한다. 이런 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경쟁업체의 상품후기다. 후기들을 읽어보면 고객이 무엇에 불편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가격경쟁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최저가보다는 적절한 사은품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저자의 경우 앞서 판매중인 아보카도오일과 함께 귀리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면서 상품페이지에 귀리로 밥을 할 때 아보카도오일을 넣어주면 식감도 더 좋아진다는 내용을 넣어 저가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충분히 소비자에게 좋은 인식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슷한 제품인 거 같은데 잘 팔리는 상품의 상세페이지를 보면 굉장히 내용도 길고 장점을 많이 어필해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

똑같은 제품이라도 이렇게 가치를 끌어올리면, 최저가 경쟁을 하지 않고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습니다. 215쪽


저자의 안내대로 상품을 초기에는 위탁판매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브랜드를 통해 차별성을 갖추며 판매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준에 오르면 이제 자신만의 상품을 가져야 할 때가 온다. 특히 광고도 중요한 부분인데 1년치의 광고비용이 정해지면 12개월을 일률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초반에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도록 앞부분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스마트스토어 수수료와 관련된 부분, 네이버톡톡을 통해 소비자와 상담하는 방법 등 본격적으로 스마트스토어에 물건을 판다고 할 때 다른 책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저자의 말처럼 단기간에 억대 매출을 올릴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 안정적인 매출만 나온다면 시간에 비례한다고는 해도 노트북 한대로,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은 사업방식이므로 스마트스토어로 월급보다 나은 매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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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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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해하실 거예요, 안 그래요? 할아버지의 하루도 힘들 때가 많잖아요.” 나는 그에게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속속들이 이야기한다. 이런 말을 해도 후베르트는 여전히 느긋하다. 그에게는 뭐든 감출 필요가 없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똑같으니까.

페트라 펠리니의 소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죽고 싶은 열 여섯 소녀 린다와 삶도 죽음의 선택조차 불가능 한 치매 노인 후베르트와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이런 간단한 소개글만 보고 린다가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현실을 제대로 수용하게 된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독자가 마주한 후베르트의 상태는 그녀에게 그런 삶의 의욕을 하나하나 전달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린다의 유일한 친구 케빈은 환경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점점 더 세상의 종말을 확신하고 말도 웃음도 사라져간다. 누군가에게 한없는 애정을 가진 사람이 생을 포기하는 건 결코 쉽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보다 당장의 수학 성적과 불안정했던 과거와 평가가 전부인 세상을 놓아버릴 수도 있으리란 불안한 마음도 완벽하게 놓을 순 없었다. 야스퍼스의 말처럼 자살의 원인은 한 두가지의 동기로 설명할 수 없고, 특히나 유가족들이 ‘내가 만약 그때, ~했더라면’이란 자책과 분노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릴 수 없다고 말한다. 완전한 침묵속에 수행되는 행위를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시끄럽죠.” 내가 말한다. “너무 너무 시끄러워요.” 그러고 귀를 막는다. 인생은 보통 너무 시끄럽다. 치매에 걸리지 않아도 그렇다. 고함, 개 짖는 소리, 엔진 소리. 조용하면 귀를 기울이게 된다. 평소와 너무 다르니까.

꽤 오랜 시간 이동중에 음악을 듣지 않았다. 소설 속 에바처럼 묵주기도를 바치거나 무의미한 숏츠를 넘겨가며 그보다도 더 무의미한 소음으로 부터 도망치곤 했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세상에는 큰 소리로 자신을 알리려는 사람이 많고, 그게 맞는 것처럼 돌아가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조용할 때, 그래서 귀를 기울 일때 들리는 것 같다. 후베르트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스스로를 ‘질문요원’이라 하면서도 린다는 끊임없이 후베르트에게 말을 건다. 아주 작은 변화나 떨림, 온기가 생기길 기대하며 건네는 그녀의 말들이 케빈에게도 전해졌다면 어땠을까.

“인생은 선물이야.” 에바가 말한다.

“그건 논쟁의 여지가 있어요.” 나는 이렇게 대꾸하고 거실 벽에 기댄다. 이곳에 내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심하게 든다.

아주 오래 전,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시의 ‘소풍’을 알게 된 후, 내 삶이 그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꽤 오랜 시간 린다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청소년기를 보냈었다. 인생은 선물도 아니고, 선물이 아니었으므로 결코 소풍이 될 수도 없었다. 린다에게 후베르트와 에바, 케빈과 엄마 그리고 아우디와의 만남이 있었던 것처럼 내 삶에도 사람들과 만남이 존재한다. 만약 그런 사람들과 만남이 없어서 힘들까봐 세상에 책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는 것, 시를 노래하는 것 모두 후베르트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네는 린다를 혹은 에바를 그리고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보내기 위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린다 할머니의 말처럼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에게 신비로운 의미를 지닌 존재’라는 말을 서로 나눠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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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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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 김혜진 장편소설


김혜진 작가의 작품 <오직 그녀의 것>의 책을 좋아하는 석주가 향한 곳은 출판사였다. 처음에는 교열을 시작했고 이후 사수였던 오기사의 추천으로 편집부 역사팀으로 옮기면서 편집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하지만 편집인으로서 그녀의 이름이 인쇄된 책을 펼치게 된 장소는 다니던 회사, 그녀의 책상에서가 아니다. 경제불황을 이유로 회사에서 나온 뒤 편집팀 사수였던 장민재가 보내주어 알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다시금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다. 마침내 주간 자리까지 오른 산티아고 출판사까지의 여정이 소설에 담겨 있다. 석주의 성격이 처음에는 조금 우유부단하게 느껴졌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무엇이 부족한 줄 알면서도 상처받을까 장점만을 말하고, 자신의 창작물에서 조차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 같은 내용은 시적 창작을 막더라도 쓰지 못한다. 그래도 대학에서 교직을 이수해 안정적인 교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바람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솔직하게 자신의 진로를 털어놓는다. 그녀가 말을 꼭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아는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읽다보니 알 수 있었다. 이런 분별력이야 말로 편집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는 것도.


석주의 하루는 이른 아침 원룸을 나서면서,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면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시작되었고 저녁 무렵 같은 풍경을 되짚어 오면서 끝이 났다. 멀리서 보면 단조로워서 똑같은 하루를 이어붙인 것 같은 나날. 

그러나 그녀에겐 매일매일이 새로웠다. 115쪽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로 느껴지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석주가 산티아고 출판사에서 진정한 편집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부터 그녀의 매일은 그렇게 날마다 새로워진다. 20여년 전, 작은 출판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었다. 석주의 매일이 그러했듯, 출판사로 출근하던 내 하루도 한동안 그렇게 새로웠다. 하지만 그 기간이 길지 못했다. 내가 더 열심히 하면 할 수록 나를 응원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오기사와 같은 사수는 없었다. 오히려 나의 성실과 진지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그곳에서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지 않도록 회피’ 했다. 하지만 석주는 달랐다. 그녀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려야 할 지 정확하게 분별했다. 좋아하는 그 일을 계속 하기위해 인사조차 피할 만큼 자신을 무시하고 적대감을 가졌던 동료를 긴 시간 견뎌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먹먹함이 밀려왔다.

시시하고 평범한 그 이야기는 다름 아닌 자신의 삶이었다. 석주가 미약하게나마 감동을 느낀 건 쓰지 않은 것과 쓸 수 없는 것까지 모두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대단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그 여정은 오직 석주에게 속한 것이었고 그녀만의 것이었다. 264쪽

읽는 일은 석주가 가장 오래 지속해온 가장 진실하고 아름다운 행위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온전히 누릴 날이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을 거였다. 271-272쪽


여전히 마음 속에선 출판사에서 직접 책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버리진 못했다. 오히려 우유부단 했던 건 그녀가 아닌 나였던 것이다. 그저 오랜기간 석주처럼 내가 이어온 일이 있다면 바로 ‘읽는 일’이다. 석주도 깨달았던 것처럼 ‘이야기가 향하는 곳이 자신의 내면이라는 것(267쪽)’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오직 그녀의 것>을 읽으면서 흐릿하게라도 남았던 미련과 원망을 털어낼 수 있었다. 더이상 책을 쓰거나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없지만 최소한 누군가 간절하게 쓰고 만든 책들의 서평을 적는 이 내세울 것 없는 일들이 내게는 중요한 나만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나요? 272쪽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직업은 정말 다양할 것이다. 소설에서도 저자와 편집자만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의 직업은 정말 다양하지만 '독자'가 아닌 이들은 없다는 사실이다. 소설은 편집자 석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읽는 행위’와 ‘책을 좋아하는 마음’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혹은 아무튼 책이란 단어에 반응을 하게 된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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